기아 리오 SF 시승기

기아자동차의 리오가 페이스 리프트를 했다. 처음 아벨라의 후속모델로 기획이 되었으나 차체가 너무 커져 기형적이라는 평을 들었던 리오가 새 단장을 한 것이다. 최근 한국 시장은 현대자동차의 클릭과 대우의 칼로스 등으로 인해 침체되어가던 소형차 시장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그런 시점에서 등장한 리오는 이런 흐름에 좀 더 힘을 실어주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국장)

기아자동차의 리오는 말 그대로 소형차다. 하지만 아벨라의 후속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커져 버렸다. 그렇다고 베르나나 라노스보다 더 커진 것은 아니다. 다만 실내공간을 중시하는 한국시장의 소비자들을 의식한 차만들기의 결과로 기존의 모델로는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라는 것이 기아 관계자의 이야기였다. 이번에 데뷔한 SF의 세단형은 거기에서 약간 더 크기를 늘렸다. 전장이 25mm, 전폭과 전고가 각각 5mm씩 커진 것이다. 5도어형은 가을에 나온다고 한다.

프론트의 인상은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 범퍼의 디자인 변경으로 인해 둥글고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단단한 터치로 바뀌었다. 그릴은 여전히 패밀리룩을 추구하고 있지 않지만 그로부터 이어지는 강한 캐릭터 라인이 뉴 리오SF의 이미지를 살려내고 있다. 그런데 후드의 디자인에 너무 멋을 부리려다 보디와 단차를 맞추지 못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랩어라운드 방식으로 처리한 보닛과 보디가 만나는 부분이 매끈하게 이어지지 못하고 돌출된 형상을 보이고 있다. 차라리 평범하게 처리했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다.

사이드의 실루엣은 크게 변화가 없는데 리어 부분으로 가면 테일램프 디자인과 트렁크 리드의 엣지 라인으로 포인트를 주고 있는 점이 달라졌다. 특히 번호판 부착 위치가 범퍼에서 트렁크 리드 아래쪽으로 옮긴 것도 눈에 띤다. 역시 최근 한국차들이 즐겨 사용하고 있는 선을 사용한 남성적인 분위기 만들기가 느껴진다. 그리고 리어 글래스에 적용된 글래스 안테나는 이 등급으로서는 처음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인테리어 디자인

인테리어의 변화도 상당하다. 우선 스티어링 휠이 H형 4스포크로 바뀌었다. 색깔이 부드러운 회색으로 바뀌어 느낌은 더 좋아졌다. 클러스터의 경우도 배치방법은 같지만 디자인을 바꾸어 스포츠카 분위기를 풍기려한 흔적을 느낄 수 있다. 시인성 향상도 이루어졌다.

인테리어 중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센터 페시아와 실렉트 레버 주위의 메탈 그레인 적용이다. 이정도의 변화로 기존 모델과 분위기를 충분히 바꿀 수 있게 된 것도 한국차의 발전을 엿볼 수 있는 내용이다. 현대 베르나도 이 부분에 메탈 그레인을 적용했는데 디자인은 리오가 더 깔끔해 보인다. 공조시스템의 스위치도 복잡하지 않고 알기 쉬운 다이얼식으로 처리한 것이 시트 조절을 수동으로 한 것과 함께 마음에 든다. 특히 실렉트 레버 앞쪽에 큼지막하게 자리한 두 개의 대형 컵 홀더는 해외시장을 염두에 둔 차만들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현대 베르나와 마찬가지로 이 차 역시 전체 판매대수 중 내수보다는 수출 비중이 월등히 크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도어 트림 부분의 감성품질 향상도 과거에 비해 한층 향상된 모습이다.

조수석 쪽의 대시보드에는 기존 글로브 박스 위쪽에 또 하나의 사물함을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대시 보드 윗부분에 물건을 올려 놓을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은 다른 차와 많이 다른 점이다. 아마 리오 SF는 다양한 사물함을 세일즈 포인트로 내세워도 될 것 같다.

암레스트를 새로 만든 시트의 착좌감은 기존 리오보다 월등히 좋다. 이는 기아가 현대 산하로 들어가면서 가장 큰 변화를 보인 부분이 아닐까 한다. 질감이 좋을 뿐 아니라 마무리면에서도 제법 세련된 터치를 보여준다.

더불어 운전석에 히팅 시트가 적용되어 있고 전동식 사이드 미러에 열선이 내장된 것 등은 한국의 오너들에게는 큰 바이어스 포인트가 될 수 있는 것 들이다.

리어 시트는 현대 베르나가 6:4분할식으로 한 것과는 달리 리오는 5도어 모델에만 적용된다고 한다. 아마 코스트 차원에서 어느쪽에 더 비중을 두느냐에 대한 생각의 차이로 인한 것일 것이다. 오디오는 알파인제 6스피커 시스템인데 트위터를 A필러에 설치하고 있다.

저속보다는 중고속 중시의

엔진과 하체 세팅

기아의 뉴 리오 SF는 1.3리터와 1.5리터 SOHC와 1.5리터 DOHC 등 세가지를 갖추고 있다. 그중 시승차는 1.5DOHC 사양으로 99ps/5,500rpm의 최고출력과 23.4kgm/4,5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엔진 룸의 구성은 기존 모델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엔진 커버를 새로이 적용한 것과 정비성을 위해 공간을 확보한 것 등은 최근 한국차의 차만들기의 흐름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소음에 민감한 한국의 소비자들을 위한 인슐레이션 패드의 사용, 엔진마운팅 사이즈 확대 등 모두 16가지 아이템을 변경해 실내 정숙성 향상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인다.

엔진의 회전상승 느낌은 매끄럽다. 하지만 최대토크 발생지점이 4,500rpm이어서인지 가속감이 약간은 굼뜬 느낌이다. 특히 에어컨을 켰을 때와 켜지 않았을 때의 느낌이 눈에 띠게 달라지는 것은 개선이 필요한 대목인 것 같다.

하지만 속도가 올라가며 크루징 상황에 이르면 부드러운 주행감을 보여준다. 주행 중 중속영역에서의 가속감은 수준급이다.

서스펜션의 내용은 변화가 없는데 댐퍼를 가스식으로 바꾸었다. 그런데 댐핑 스트로크를 길게 설정한 탓인지 롤 각이 약간 크게 다가온다. 이것은 핸들링에까지 영향을 주는데 여유있고 부드러운 승차감을 좋아하는 한국의 소비자들을 고려한 세팅이라고는 여겨지지만 필자의 입장에서는 별로다. 소형차는 소형차답게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운전석 에어백을 기본 품목으로 한 것과 전자식 시트벨트 프리텐셔너, 4채널 4센서 전자제어 ABS, 충격흡수 프레임과 전후 도어에 사이드 빔과 바를 각각 2개씩 적용한 것 등은 기아가 이 차의 이름을 SF(Safty First)로 한 이유를 알 수 있게 해 주는 내용이다.

다만 도어 주위의 보디 웨더 스트립이라든가 테일램프와 트렁크 도어가 만나는 부분등의 마무리는 개선이 요구된다. 전체적으로 내용은 상당히 좋지만 부분적인 마무리에서는 거친 손길이 느껴지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은 아닌 것 같다.

사진 / 박기돈( nodikar@megau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