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나베이샌즈 수영장 비싼데도 숙박하는 이유
"응응 거의 다 됐어. 오빠, 내 수영복 어때?"
하늘과 경계가 맞닿은 바다의 수평선처럼 설계된 수영장을 인피니티풀이라고 한다.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은 인피니티풀의 원조 격이다. 인스타그램 등에서 이러한 인피니티풀의 모습을 많이 봤으리라. 기대에 잔뜩 부푼 벌꿀이가 자신의 수영복을 보여주면서 자랑을 했다.
"다른 곳들은 많이 가 봤지만 정작 아주 오래전에 그 로망을 심어줬던 마리나베이샌즈 수영장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탓에 궁금해만 했었는데 이번에 드디어 다녀오게 되어 기뻐."
"그래 그래, 체할라 천천히 옷 입어."
과연 로망은 로망일 때에만 아름다운 걸까. 와이프 성격이 원체 뭔가에 크게 기대하는 성격이 아닌지라, 그 몇 없는 기대 중 하나였던 곳에 가는 것이라 설렘만큼이나 걱정도 됐다. 생각보다 별거 없네 할까 봐. 하지만 쓸모없는 기우라고 다시 마음을 고쳐먹고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데엔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을 했다.
57층으로 올라가서 밖으로 나가자 인피니티풀로 통하는 게이트가 보였다. 이를 통과해서 드디어 입장했다. 들어갈 때는 숙박카드를 보여주면 이를 확인한 후에 수영장 입구로 들어갈 수 있다.
"되게 좋아한다?"
벌꿀이가 옆에서 "난 이런게 왜 이렇게 좋지"라며 웃었다. 나도 관광객이 내 쪽으로 사진 찍으면 포즈 취해줄 때가 있는데 여행 중에는 사람들이 대부분 기분이 좋은 상태이기 때문에 (특히 사진을 찍을 때에는) 서로 너무 즐거운 것 같다.
인피니티풀의 첫인상은 사진에서 보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평일이지만 선베드에 이미 꽤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었다. 길이가 65m에 달한다.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세 덩이(?) 건물 위에 얹힌 배 모양이 길게 수영장인 셈. 건축가의 아이디어가 참 좋다는 생각이 든다.
"오빠, 물에 몸을 담그기 전에는 나같이 찬 거 싫어하는 사람은 들어가기가 너무 힘들어."
물이 차다고 한참을 서성이는 와이프와는 달리 나는 바다와 강을 사랑하는, 이래 봬도 응급구조 자격증이 있는 남자다. 가끔 와이프에게 '넌 걱정하지 말고 물에 뛰어들어. 언제든 물에 빠지면 내가 구해줄게"라고 말할 때가 있는데 갑자기 그 말이 생각났다면서 지금이 자기를 구해줄 그 타이밍이라고 한다.
"안돼. 물에 빠진 사람에게 섣불리 접근하면 둘 다 위험해지기 때문에 가능하면 직접 뛰어들어서 구하는 건 신중하게 해야만 해. 사람이 물에 빠졌다면, 힘이 빠지길 기다렸다 구조하거나 멋지게 뛰어들기보단 튜브가 있다면 튜브를 던져야 하지."
이렇게 말했더니 됐다면서 기대한 자신이 바보라며 그냥 찬물로 뛰어들어 수영을 시작했다. 봐봐 들어가기 힘들다면서 잘만 하네 하하.
우리 부부가 겪었던 여러 휴양지의 자연 경관 인피니티풀보다 도시 경관의 이곳은 정말 신선한 매력이었다. 세상에 아름다운 휴양지는 많지만 세계적인 도시의 마천루를 바라보게 설계된 마리나베이샌즈는 그 자체로 특별한 경험이다.
저 멀리에는 싱가포르 포트와 바다에 떠 있는 배들이 보였다. 이 와중에 우리 뒤에서 얼쩡거리는 커플이 몹시 인상적이었다. 우리 부부가 사진을 찍는데 사진 곳곳에 그 커플이 등장해서 웃었다. 배우처럼 예쁘고 멋진 커플이라 참 보기 좋긴 한데….
"끝도 없이 지나가네(웃음)."
그래도 그림처럼 예쁘게 나와 너무 사랑스러웠다. 마치 낸시랭 고양이처럼 붙어서 두 시간 넘게 물속을 떠다니던 이름 모를 커플의 사랑이 오래오래 지속되었으면 하는 바다.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요즘 유행하는 심신정화 사진의 여행 버전이 아닐까? 그거 있잖아. 사람 많고 혼잡한 곳에서는 소화불량 걸릴 거 같다가 이렇게 탁 트인 공간에 오면 왠지 개운해지는 거."
"그냥 수영이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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