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의 일상 톡톡] "결혼, 돈 없어서 못한다 vs 있어도 안한다"

30일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 연구위원이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를 분석해 작성한 '출산과 청년 일자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20∼30대 남성 노동자 중 임금 하위 10%(1분위)의 기혼자 비율은 6.9%에 그쳤다.
기혼자 비율은 임금이 많을수록 올라갔다. 임금 상위 10%(10분위)는 82.5%로 1분위보다 무려 12배가량 더 높았다.
다시 말해 임금 최상층 남성은 10명 중 8명 넘게 결혼하지만, 최하층은 10명 중 1명도 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임금 최상층 남성 10명 중 8명이상 결혼…최하층 10명 중 1명도 결혼 못해
여성 노동자의 임금 수준과 결혼 비율도 비례하는 모습을 나타냈지만, 남성처럼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았다.
남성은 학력과 결혼 비율의 관계도 임금 수준과 똑같은 양상을 띠었다.
20∼30대 노동자 중 박사 학위 소지자의 기혼자 비율은 100%로 가장 높았다. 박사 학위를 가진 남성은 모두 결혼에 성공한 셈이다. 이어 △석사 66.6% △대졸 47.9% △고졸 39.6% △중졸 이하 35.4%로 나타나 학력이 낮을수록 결혼 비율 역시 낮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여성 노동자는 중졸 이하 학력의 기혼자 비율이 77.6%로 가장 높았다. 박사가 76.1%로 바로 뒤를 이어 남성과 다른 양상을 보였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결혼 비율도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정규직 남성 노동자의 기혼자 비율은 53.1%로 과반에 달하지만, 비정규직은 그 절반 가까이 떨어져 28.9%에 그쳤다.
실업자의 기혼자 비율은 11.6%,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는 4.7%였다.
여성은 다른 모습을 보였다. 비정규직의 기혼자 비율이 39.8%로 정규직(37.3%)과 거의 비슷했다.
즉, 고용형태가 결혼 여부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얘기다.
◆女 임금·학력 결혼률에 별 영향 없어…결국 중요한 건 'OO'?
보고서는 이 같은 현상이 빚어진 원인을 두고, 한국의 결혼시장에서 '남성 생계부양자·여성 가계보조자 모델'이 강하게 작동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남성은 학력과 안정된 일자리, 적정 임금 등 가족 생계를 책임질만한 사회·경제적 지위를 확보해야 비로서 결혼을 할 수 있다는 사회적 통념이 지배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를 확보하지 못하면, 즉 연봉과 학력이 낮으면 결혼하기 어려운 게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1997년 외환위기 후 고용 불안정이 만연하고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남성이 결혼 조건을 충족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졌다. 그 여파로 남녀 모두 결혼 시기가 늦어지고 자녀 출산 연령 또한 늦춰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연구위원은 "정부의 저출산 대책은 기혼여성의 자녀 출산과 양육 지원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청년들이 결혼해 가정을 꾸리고 자녀들을 낳아 기를 수 있는 안정된 적정임금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저출산 정책은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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