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 휘가로는 참 흥미로운 차다. 외관은 특이한 식당의 기발한 인테리어같다. 이 작은 휘가로는 작고 힘도 약하지만 발산하는 매력은 매우 크다. 이름은 프랑스 작가 피에르 보마르셰(Pierre Beaumarchais)의 사회풍자 희극작 피가로의 결혼(Le Mariage de Figaro)에서 따왔다.

1980년대 중반, 닛산은 자사 차량들의 이미지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 80년대 닛산 차량들은 대체적으로 상자처럼 각이 졌고 딱히 예쁘다고 떠올릴만한 이미지의 차는 없었다. 닛산은 약간의 영감이 필요했고 그 영감을 디자이너 사카이 나오키에게서 찾게 됐다.

사카이는 미니쿠퍼 같은 비원(Be-1)도 내놨는데, 비원은 1987 도쿄 모터쇼에서 닛산이 내놓은 차 중 하나로서 닛산 마치(March)와 같은 실용성을 갖고 있는 3도어 레트로 스타일 해치백이다. 반응이 매우 좋았고 순식간에 10,000대가 팔리기도 했다.

휘가로는 파이크 팩토리(Pike Factory)라 불리는 아이치기계공업(愛知機械工業)에서 생산됐다. 이 곳에서는 닛산의 파오(Pao), 비원(Be-1), 그리고 에스카고(S-Cargo)가 생산됐고 이들은 파이크 자동차(Pike Cars)라 불리었다. 여담으로, 뉴욕타임즈의 필 패튼(Phil Patton)은 파이크 자동차들이 시트로엥 2CV, 르노 4, 미니, 그리고 피아트 500을 난잡하게 합쳐놓은 뻔뻔한 레트로라는 비판적인 의견을 갖고 있었다.

휘가로는 1991년에 총 20,000대 한정 생산됐다. 첫생산은 8,000대였지만 휘가로의 인기는 닛산의 생각보다 더욱 컸기 때문에 12,000대를 추가생산했다. 그리고 넘처나는 수요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추첨방식을 도입하여 판매했던 차량이기도 했다. 2만대가 소진되고 휘가로는 자동 단종됐다.

휘가로의 출시 색상은 봄여름가을겨울을 상징하는 4가지였다. 봄-에메랄드 그린, 여름-패일 아쿠아, 가을-토파즈 미스트, 그리고 겨울은 라피스 그레이였다. 휘가로는 가죽시트, 공조기, CD플레이어 정도가 들어간 간단한 차였지만 슬라이드백(Slide-back)형식으로 지붕을 개폐할 수 있는 컨버터블이었다. 휘가로 자체가 2만대 밖에 생산하지 않은 의미에서 보자면 이미 한정판이란 말이 어울렸지만, 그 중 진짜 한정으로 생산된 휘가로에는 조수석 쪽에 바스켓과 컵홀더가 장착되어 나왔다.


닛산 마치를 베이스로 한 휘가로는 1리터 엔진과 3단 자동 변속기로 75마력/11kg.m토크를 낼 수 있다. 자동차를 좀 타본 분들이라면 이 숫자가 얼마나 약한 힘을 보여줄지 감이 올 것이다. 하지만 이 앙증맞은 디자인의 휘가로는 성능을 보고 타는 차가 아니었다. 자동차의 기본 성능을 보여주면서 90년대에 출시한 복고풍 자동차라는 컨셉트가 차를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을 흔들었던 것이다. 자동차 성능의 대명사 페라리를 수집하는 가수 에릭 클랩튼조차 휘가로를 한대 소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까 말이다.
글. 이철욱 기자 / 사진. 닛산, 위키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