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인성 "현빈·공유와 경쟁? 내 선택에 자부심 있어요"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영화 '더 킹'의 인터뷰 현장에 자리한 조인성(36)에게선 긴장과 생기가 동시에 넘쳤다.
정우성, 배성우, 류준열이라는 좋은 조력자들과 함께 했지만 영화 전체 출연 분량의 90% 이상을 차지할 만큼 '더 킹'에서 조인성이 연기한 박태수 역할은 핵심 타이틀롤인 까닭에 영화 홍보 인터뷰에도 그에 상응하는 책임감을 느끼는 것으로 보였다.
영화로는 '쌍화점'(감독 유하/2008)이후 무려 9년 만의 복귀다. 노희경 작가의 '그 겨울 바람이 분다', '괜찮아 사랑이야', '디어 마이 프렌즈'로 끊임없이 안방극장 시청자들과 소통했지만 상남자 스타일인 조인성으로서는 더 극적이고 임팩트 있는 스토리에 목말라있을 법 했다.
"다들 아시다시피 군대에서 말년 휴가 때 박광현 감독의 '권법'을 준비 중이었어요. 마침 눈이 오는 날 캐스팅을 확정해서 너무 기뻐 울기까지 했는데 이런저런 문제로 작품이 결국 무산됐죠. 그렇게 기다리던 차에 노작가님 작품을 몇 편 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흘렀네요. 결국 '더 킹'과 '디어 마이 프렌즈'를 같이 촬영했어요. 10년 만에 처음으로 양다리를 걸치고 촬영했네요."(웃음)
박태수는 1980년대부터 현재를 관통하는 한국 현대사를 직접 겪으며 표현해야 하는 인물로 조인성은 학교에서 싸움으로 짱을 먹는 고등학생부터 서울대 법대생, 정치 검사까지 무려 20여년의 세월을 오가는 열연을 펼쳤다. 특히 극 초반 각 시대에 해당하는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대통령의 사진 및 다큐 영상과 교차되는 다소 코믹하게 표현된 태수의 성장기가 대비되며 관객들을 영화로 순간적으로 몰입하게 해내는 것도 조인성의 몫이다.
"극 초반 흐름이 너무 빠르다 보니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오더라고요. 저렇게 잘 생긴 깡패가 있냐부터 저렇게 논 사람이 어떻게 서울대와 사법고시를 그렇게 쉽게 패스하느냐는 이야기도 있고요. 한재림 감독님이 태수의 어린 시절을 다소 호감 있게 그리기 위해 만화적 상상력을 많이 이용하신 것 같아요. 제 외모가 검사라는 직업과 이질감도 느껴진다는 분도 있는데 설마 저 닮은 검사님 한 분 없겠어요."(웃음)
한재림 감독은 조인성을 캐스팅한 이유로 20대부터 40대를 오가며 다양한 감정과 행위들을 보여줄 수 있는 30대의 배우는 조인성 뿐이라고 생각했다. 한 감독은 스포츠한국과 인터뷰에서 "그동안 작품에서 조인성이 샤이하고 모성애가 강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면 직접 만나보니 마초 기질도 넘치고 상남자였다. 정치적으로 민감할 수도 있는 작품이어서 조심스럽게 제안했지만 조인성은 한 큐에 흔쾌히 오케이를 했다"고 말한바 있다.
"사실 최근에는 여러 명의 주연배우가 한꺼번에 등장하는 멀티 캐스팅 영화가 유행이었지만 '더 킹'이 운명 같았어요. 액션도 잘 해야 했고 감정적으로 무너지는 장면들도 있어서 다양한 표현을 해야 했는데 '이런 기회도 쉽지 않겠다'라는 마음으로 도전적으로 결정했어요."
영화 '더 킹'을 관람하는 숨은 팁 중의 하나는 고교 시절부터 40대 정치인까지 20여년의 세월을 연기해내는 조인성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다. 뛰어난 실력의 발차기 액션부터 풋풋한 코믹 연기, 한강식(정우성)과 양동철(배성우) 패거리에게 버림을 받은 뒤의 비장미까지 어느 하나 버릴 것 없는 적절한 연기는 단연 합격점이다. 무려 9년 만의 영화 복귀임에도 어깨에서 힘을 쭉 빼고 한 판의 풍자극을 시원하게 이끈 조인성에게 향후 충무로의 캐스팅 제의가 물밀듯 밀려올 것이 예측된다면 비약일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세 곳 정도 있어요. 제일 인상적인 장면은 태수가 사법고시 합격하고 나서 주변 사람들에 헹가래를 해주는 장면이에요. 그 때 태수가 환하게 웃는 모습인데 제 안에 그런 환하게 웃는 모습이 있는 줄 처음 알았어요. 여러분들도 그렇게 활짝 웃어 본 적이 인생에 한 번쯤 있으시죠? 또 하나는 한강식 부장에게 발차기를 당하고 따귀를 맞는 장면이에요. 우성이 형과 함께 하는 현장은 늘 화기애애하고 형은 별로 권위적인 분이 아니에요. 그런데 따귀 신은 달랐죠. 실제로 때린 게 아닌데 정말 바람이 '휑'하고 지나가요. 실제 맞는 기분이 들 정도에요. 대단한 솜씨시죠. 또 하나는 양동철 검사가 태수를 왕따 시키면서 '어디서 삐대고 지랄이야, 개새끼야'라고 말하는 장면이에요. 그 때는 마치 이 세상에서 저 홀로 남겨진 느낌이랄까 그런 감정이 눈빛에 잘 살았다고 칭찬 받았어요."
정치권력을 가진 자들이 야당 후보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문화계 인사들을 블랙리스트라는 틀에 가둬놓고 불이익을 주는 시대에 '더 킹'은 아이러니하게도 아무도 현 시점에 진행형으로 벌어지고 있는 국정 농단 사태와 탄핵 정국을 예측하지 못하던 시기에 그 이야기가 태동됐다. 만일 전 국민의 촛불 시위가 없었더라면 직설 화법으로 정치권력을 비판하는 '더 킹'의 주역들은 블랙리스트에 순차적으로 기재됐을 것이다. 물론 이미 블랙리스트로 유명한 정우성 이외의 멤버들 말이다.
"만일 제가 블랙리스트에 오르게 된다면 팬들과 관객들이 도와주시면 되죠. 대부분의 국민들이 정의롭게 살고 있는데 몇몇 사람들의 이념과 생각 때문에 민주주의가 왜곡되면 안되잖아요. 저희 영화에 다큐 형식으로 등장하는 현대사의 나열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하는 분들이 있던데 하나회 청산, 군부독재 등 실제 있었던 팩트를 그대로 담았습니다. 현대사 속 사건들이 왜 벌어졌고 또 왜 당시 국민들은 민주화 운동을 했는지 사실만 알고 있었지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못했다면 '더 킹'에 함께 하고 또 현 시국이 되면서 내가 내 권리나 책임을 다 하지 못했다는 것도 느끼게 됐어요.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도 생각이 많아요. 촛불집회에 나가야만 현 시국에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라고 봅니다. 마음 속 촛불을 드러내지 않는다고 해서 응원을 안 하는 것은 아니죠. 제 마음 속에도 누군가 손대면 뜨거워질 촛불 하나는 가지고 있습니다. 촛불 집회에 나갔냐 안나갔냐로 어떤 사람의 색채를 단정 지으려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극 중 관객들에게 최고의 웃음과 즐거움을 안기는 장면은 바로 펜트하우스 신이다. 정치 검사들, 그들과 결탁된 언론, 건축업자 등이 질펀하게 노는 장면이지만 15세 관람가 등급의 영화답게 여타의 동급 영화들에 비해 유쾌한 파티 장면 정도로 연출됐다. 특히 정우성, 조인성, 배성우가 클론의 '나'에 맞춰 단체 댄스를 추는 장면은 압권이다.
"정말 힘을 준 장면이에요. 권력의 상징들이 노는 장면이잖아요. 보통 이들이 어떻게 놀까를 상상할 때 룸살롱이나 지하 세계를 연상하잖아요. '더 킹'에서는 가장 높은 곳을 상상했죠.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양동철이 박태수에게 사람들을 소개하는 장면부터 전부 원신원컷으로 촬영했어요. 무빙이나 워킹이 안 맞으면 바로 프레임 아웃되기에 쉽지 않았어요. 하루 종일 리허설하고 나서 촬영했죠. 조명 팀이 숨을 곳이 없어서 풀라이팅을 했는데 쉽지 않았어요. 우성이 형과 춤추는 장면은 깃털과 휴지가 날리고 스모그를 틀면서 촬영을 하니까 모두 숨 쉬기가 힘 들었죠. 그런데 저희 세 배우가 동시에 춤을 추니 스태프들이 그렇게 즐거워하더라고요. 자자의 '버스 안에서'나 클론의 '난'은 그 때 당시 저도 불러 본 노래니 어렵지 않았어요. 평소에는 김광석 노래를 많이 즐겨 불러요. 도경수와 친하니 엑소의 '으르렁' 안무 포인트 한 부분 정도는 따라 할 수 있어요. 노래는 어렵죠. 도경수와 대화도 하고 함께 더불어 살아야 하는 선배의 자세랄까요."(웃음)
김우빈, 이광수, 송중기, 도경수, 차태현, 배성우 등과 형제 못지않은 우정을 나누며 지내는 사실은 익히 알려진 바다. 특히 김우빈, 이광수 등 후배들은 조인성에게 배우의 자세 등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운다고 기회가 있으면 말하곤 한다. '더 킹'의 류준열 또한 조인성 때문에 촬영 중 부상을 당하는 사고가 있었지만 응급조치를 받을 수 있었던 일화를 공개하며 존경심을 표하기도 했다.
"우빈이는 본성 자체가 예의 발라요. 하루 이틀도 아니고 타고난 천성이에요. 인간적으로 늘 배우려는 자세가 돼 있어요. 정말 멋진 후배죠. 준열이가 손가락 부상을 입었을 때 '오늘 촬영 접읍시다'라고 했던 건 제가 쉬려고 그랬던 건데.(웃음) 후배들이 매체와 인터뷰 때 제 얘기를 할 때마다 민망해 죽겠어요. 하지만 후배들이 있고 그들에게 밥도 사줄 수 있고 술도 사줄 수 있는 제 포지션이 너무 좋아요. 제가 어릴 땐 정우성 형님이 정말 큰 산 같았죠. 같은 소속사이기도 했고 저보다 8살 차이신데 그 때 당시에 멋있기도 했지만 정말 동경의 대상이었어요. 청춘의 정점이었고요. 그 땐 너무 어렵고 너무 위에 있는 분이어서 친해질 수 없었는데 '더 킹'으로 만나니 형님도 저를 이해해주시고 저도 형의 길을 존중하고 서로 챙겨주는 느낌이에요. 얼마나 다정하신지 몰라요. 사실 형은 한강식에, 저는 박태수에 감정이입 돼 있으니 서루 어색하고 어려운 마음도 가끔 들지만 그렇다고 안 친한 것은 아니니까요. 차태현, 배성우 형이나 정우성 형과 가끔 술도 한 잔씩 기울이는데 제가 이런 선배들을 둔 후배라는 게 너무 뿌듯하고 좋아요. 마치 '미생'의 장그래가 오 과장님에게 묻듯 '선배님, 그렇게 열심히만 하면 되는 겁니까, 열심히 살았는데 숙제는 왜 안 풀립니까'하고 질문도 드리고요"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 '괜찮아 사랑이야'와 tvN '디어 마이 프렌즈'로 드라마 시장에서 일정한 성과를 거뒀다면 영화 '더 킹'으로 2017년을 기대감 속에서 출발했다. '더 킹'의 개봉이후 최근 기획 중인 다양한 시나리오가 조인성의 매니저에게 전해지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남자 배우 최고의 전성기인 30대 중반에 가지는 그의 목표는 뭘까.
"드라마에서 제가 누릴 수 있는 영광은 다 누렸다고들 하시던데 운 좋게도 지상파, 비지상파 드라마와 영화를 모두 경험해 첸楮? '비열한 거?로 영화에 입성했고 드라마 대표작으로는 '발리에서 생긴 일'이 있죠. 사실 드라마와 영화를 오갈 수 있는 배우들이 그렇게 많지 않아요. 선택과 취향의 문제일 수도 있는데 선택의 폭을 꾸준히 넓혀왔다는 것에 자부심이 있어요. 드라마는 대중들과 공감하는 영역이 크다면 영화라는 장르는 제시의 영역 쪽에 가깝다고 봅니다. 특히 지상파 드라마는 다수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그려야 하죠. 영화로는 드라마가 하기 어려운 용감한 소재의 이야기들을 해보고 싶어요. 당장은 영화 쪽을 더 해보고 싶긴 합니다. '미생', '시그널', '응답하라' 등의 시리즈를 보면 드라마의 장르도 굉장히 다양화 되고 있어요. 장르가 강한 드라마에도 도전해 보고 싶어요. 제가 쌓아온 데이터 안에서 영화나 드라마 가리지 않고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싶어요."
현빈-유해진 주연의 '공조'와 '더 킹'이 동시 개봉한 탓에 개봉이후 연일 1살 동생 현빈과 라이벌로 매체에 오르내리고 있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2017년 현재 시점의 대중문화 콘텐츠에 대해 다양한 식견과 깊은 고민을 토로한 그답게 또래 동료 배우들에 대해서도 라이벌 의식 보다는 다양한 분석 등을 내놓는 태도 또한 인상적이었다.
"현빈과 얼마 전 예비군 훈련에서 만나서 같이 밥도 먹었어요. 어차피 저희 일에서 경쟁을 피할 수는 없어요. 벌써 십 수 년째 미니시리즈 등을 통해 늘 경험을 해왔잖아요. '공조'와 경쟁하는 기분요? '충분히 이길만한 자신감이 있다'라고 말하는 것도 좀 아닌 것 같고 다만 이 경쟁은 너무 자연스럽고 제 영화에 대해 자부심이 있을 뿐입니다. 요즘 '도깨비'의 공유 형을 눈여겨보고 있어요. 형이 정말 잘한 게 제가 젊었을 때 박신양 선배님이 멜로드라마에서 왕성히 활동하셨어요. 그런데 요즘 드라마들은 전부 젊은 친구들로 포커싱이 맞춰져 있잖아요. 최근 한석규 선배님이 거의 드라마 주연으로 유일하셨죠. 그런데 공유 형이 프레임을 넓혔어요. 지금 우리 또래들도 충분히 멜로를 할 수 있는 매력이 있다는 걸 보여줬죠."
인터뷰 말미에는 매우 철학적이지만 깊은 생각에서 나온 걸로 보이는 배우론으로 끝을 맺었다. 선문답 같기도 했지만 한없이 불안해 보였던 청춘스타 조인성이 얼마나 깊어지고 있는지 40대 이후를 벌써 기대하게 했다.
"배우는 곧 상태에요. 현재 상태죠. 화면에 보이는 모습 그대로랄까요. 배우의 삶이 얼마나 중요한지 피부로 느끼고 있어요. 인간관계가 주는 것 또한 큽니다. 곧 삶의 현장이죠. 그래서 계급장을 떼고 만나는 태현이 형, 중기, 우빈이, 광수 등이 중요해요. 지금 살아있다는 자체로 좋아요. 배우라는 직업이 자기 자신을 챙기기가 참 어려워요. 어느 날 태현이 형이 '네가 스스로를 잘 알아줘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놀랍더라고요. 현재 가장 큰 화두입니다."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msj@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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