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대우차, 시보레, 그리고 현대자동차
GM대우차, 시보레, 그리고 현대자동차
GM이 GM대우제 모델을 바탕으로 시보레 브랜드의 글로벌시장 침투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한 번 언급한 적이 있지만 최근 미국시장에서의 판매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GM과는 달리 GM대우는 GM그룹 전체 판매의 10% 이상을 차지하며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물론 그것은 대우가 아닌 GM의 시보레 브랜드로서다.
GM에 있어 시보레 브랜드는 신발과 같은 존재이지만 해외 시장에서는 니치 브랜드 정도의 존재로 여겨졌었다. 그러나 GM은 유럽과 아시아, 남미, 중동 등지에서 시보레를 최고의 엔트리 모델 브랜드로 키운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에서 GM은 독일의 오펠 아래의 엔트리 레벨 브랜드로 시보레의 포지셔닝을 추구하고 있다.
GM은 2002년 대우자동차를 인수한 이래 유럽시장에서는 대우자동차의 브랜드를 사용해왔었다. 그러나 모회사의 부도 등으로 인한 이미지 악화로 대우 브랜드로 판매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
그 때문에 올해 유럽지역에 1,800개의 딜러를 구축한 GM은 대우 시보레 브랜드를 사용하는 새로운 전략을 추진했다. 그 결과 올 상반기 시보레 디비전의 유럽 판매는 11만 7,000대에 달해 1년 전 같은 기간 GM대우가 판매한 9만 3,550대보다 25%나 증가했다.
시보레의 이런 성장은 당장에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폴란드,터키 등 동유럽 신흥시장에 초점이 맞추어져 왔다. 동시에 오스트리아가 81%, 스웨덴이 99%, 포르투갈이 210%, 덴마크 855 등 몇 개 서유럽 시장에서도 큰 폭의 신장세를 보였다.
지난 3월 800cc와 1리터 엔진을 탑재하고 출시된 마티즈 5도어 해치백의 판매도 신장을 거듭하고 있다. 물론 수익성은 낮지만 이 세그먼트의 확대를 위해 많은 메이커들이 힘을 쏟고 있다.
토요타와 PSA 푸조시트로엥은 공동으로 개발한 모델을 체코에서 생산하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두 회사는 지난 제네바쇼에 토요타 아이고(Aygo), 푸조 107, 시트로엥 C1 등을 선보였다. 폭스바겐과 르노 또한 이 세그먼트에 뉴 모델을 출시했다.
일부에서는 시보레의 유럽시장에서의 성공에 회의적인 시각도 보인다. 역사와 전통을 중시하는 유럽시장의 특성에서 시보레는 그런 자산이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시보레 브랜드를 유럽시장에서 어떻게 구축하느냐가 확실치 않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시보레는 연간 120만대 규모의 8,000유로에서 14,000유로 사이 가격에의 세그먼트를 타겟으로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이 시장은 2~3년 안에 140만대까지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달리 시보레 유럽은 그 위 세그먼트로의 진출에 대한 욕심은 부리지 않고 있다. 오펠이 있기 때문에 경쟁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물론 오펠에도 마티즈와 비슷한 모델이 있지만 시보레와 오펠의 유저는 취향이 다르고 브랜드에 대한 기대도 같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존 대우 모델들과 마찬가지로 시보레는 저가 모델로서 인식될 것으로 보인다.
시보레 유럽은 판매 증진을 위해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2006년 초에는 아베오(Aveo:칼로스)를, 그리고 2006년 하반기 혹은 2007년에는 ,GM대우가 개발한 새로운 SUV 를 출시한다.
디젤엔진 버전도 라인업한다. 이는 유럽시장의 점유율 신장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다.
문제는 유럽의 소비자들이 시보레라는 브랜드에 대해 낯설어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미국의 유저들이 그저 야구나 풋볼을 즐기듯이 시보레를 인식하고 있는 것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시보레라는 브랜드를 어떻게 침투시키느냐 하는 것이 급선무다.
더불어 이런 이미지 제고를 위해 HHR과 같은 픽업 트럭도 라인업할 것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게 되면 시보레 라인업이 갖고 있는 잠재력을 바탕으로 시장 침투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GM측은 기대하고 있다. 이는 시보레의 글로벌 브랜드 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GM의 CEO겸 회장 릭 왜고너는 적극 후원하고 있다고 한다.
유럽 이외에도 시보레의 글로벌 전략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작년에만 미국을 포함한 70개국에서 360만대 이상의 시보레가 판매되었다.
시보레 브랜드는 스위스 태생의 루이 시보레(Louis Chevrolet)에 의해 탄생했다. 그는 미국으로 건너 가기 전 프랑스에서 살았었다. 그는 윌리암 듀란트(William Durant)와 함께 1911년 시보레 모터카회사를 설립했다. 1924년부터 1960년대 말까지 25만대 가까운 시보레가 유럽에서 생산되기도 했다.
그런 시보레가 45년이 지난 시점에서 한국산 모델을 들고 다시 유럽시장을 노크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가 아닌 브랜드가 중심이 되는 자동차산업의 새로운 페러다임을 극명히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현대자동차가 펼치는 글로벌 브랜드 전략과 어떤 형태로 부딛치게 될 것인지도 많은 주목을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