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항범 교수의 어원 이야기>'몰매'와 '뭇매'

기자 2017. 6. 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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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 때 가수 전인권 씨는 안철수 후보를 칭찬했다가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에게 심한 공격을 받았다.

이를 언론에서는 "몰매를 맞았다" 또는 "뭇매를 맞았다"고 표현했다.

같은 현상을 '몰매'와 '뭇매'로 달리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사전에서는 '몰매'를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덤벼 때리는 매'로 풀이하고, 동의어로 '뭇매'를 비롯해 '난장(亂杖), 모다깃매, 무릿매, 물매' 등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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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 때 가수 전인권 씨는 안철수 후보를 칭찬했다가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에게 심한 공격을 받았다. 이를 언론에서는 “몰매를 맞았다” 또는 “뭇매를 맞았다”고 표현했다. 같은 현상을 ‘몰매’와 ‘뭇매’로 달리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사전에서는 ‘몰매’를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덤벼 때리는 매’로 풀이하고, 동의어로 ‘뭇매’를 비롯해 ‘난장(亂杖), 모다깃매, 무릿매, 물매’ 등을 들고 있다. ‘몰매’를 지시하는 단어가 이렇게 많다니 놀랍다.

‘몰매’는 ‘물매’에서 제1음절의 모음이 변한 말이다. ‘물매’의 ‘물’은 ‘무리(衆)’의 뜻으로, 중세국어 이래 근대국어까지 쓰이다가 사라졌다. 지금은 ‘물매’ ‘물보낌(여러 사람을 모조리 매질함)’ 등과 같은 일부 합성어에서나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물’을 대신하고 있는 것이 ‘무리’이다. ‘무릿매’의 ‘무리’도 그와 같은 것이다. ‘무리’는 ‘물’에 접미사 ‘-이’가 결합된 파생 명사이다. 16세기 이후 문헌에 등장하는데, 점점 세력을 확대해 현대국어에서는 ‘물’을 완전히 밀어냈다. ‘매’는 본래 ‘杖(몽둥이 장)’의 뜻으로, 15세기 이래 같은 어형과 의미를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물매’는 ‘무리 매’, 곧 ‘한꺼번에 때리는 매’라는 의미가 된다.

‘뭇매’ 또한 ‘물매’와 관련된 단어이다. ‘물매’에 사이시옷이 개재된 ‘?매’에서 ‘ㅅ’ 앞의 ‘ㄹ’이 탈락한 어형이 ‘뭇매’이다. 여기서 ‘뭇’은 ‘뭇바리(여러 친구와 동료), 뭇사람, 뭇사랑, 뭇생각, 뭇시선, 뭇짐승’ 등에 쓰인 그것과 같다.

이로 보면 ‘몰매, 뭇매, 물매’는 기원이 같은 말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가운데 ‘물매’가 기원형임도 알 수 있다. 그런데 기원형 ‘물매’는 현재 ‘몰매’나 ‘뭇매’에 밀려나 잘 쓰이지 않는다. 전인권 씨와 관련된 신문 기사에서도 ‘물매’는 한 번도 쓰이지 않았다. ‘물매’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은 듯하다.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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