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의 일상 톡톡] 아이·직장 하나는 포기? 애땜에 애타는 워킹맘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직장 여성 대부분은 출산이나 육아를 포기한 채 경력을 쌓아나가거나 엄마 역할을 위해 경력단절에 처하는 두가지 선택지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그 결과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한 저출산 현상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입니다.
직장 여성들의 출산과 육아에 대한 고민, 일·가정의 양립에 대한 사회 인식, 저출산과 관련한 이들 여성의 의식을 알아봤습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워킹맘으로 당당하게 성공한 사연도 집중 조명해봤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일과 가정의 양립은 그저 헛된 희망인 걸까.
여전히 상당수 여성들은 아이와 직장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처지에 내몰리고 있다.
실제 여론조사 결과 직장 여성 중 27.6%만이 사내에서 출산과 양육을 배려하는 분위기를 접할 수 있다고 답했다.
자녀가 있는 기혼여성 10명 중 6명은 출산 후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77.1%는 대한민국에서 육아와 사회생활 병행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보였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의 19~44세 직장인 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여전히 출산과 양육을 배려하는 직장문화가 제대로 정착되어 있지 않았으며, 일과 가정의 양립 역시 어려운 과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재직 중인 회사에 출산과 양육을 배려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느냐고 묻는 질문에 '그렇다'는 답은 전체의 27.6%에 그쳤다. 출산에 대한 고민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예상되는 30대와 미혼자에게서 이런 답변을 듣기는 더욱 어려웠다. 일반 회사원(24.8%)과는 달리 공무원과 교사(68.8%)는 상대적으로 출산에 대한 직장 내 제약이 적어 보이는 것도 이번 조사의 특징이었다.
직장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통해서도 여성의 출산과 양육을 배려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 먼저 직장 여성의 45.3%만 '회사가 출산휴가 신청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편'이라고 답했다. 결혼과 출산을 앞두고 있는 20대(35.3%)와 미혼(39.6%) 가운데는 이런 응답이 상대적으로 적게 나타났다.
'직장에서 육아휴직 신청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고 답한 이도 33.7%에 불과했다. 마찬가지로 20대(29%)와 미혼(30.4%)의 동의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었다.
이 같은 조사 결과에서 알 수 있듯 국내 기업들이 전반적으로 여성직원의 출산과 양육을 그리 탐탁하지 않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결국 직장 여성 상당수는 사내 눈치를 보면서 출산과 육아를 고민하고 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게다가 여성의 육아를 도울 수 있는 직장 내 보육시설도 대체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 직장 내 보육시설이 갖춰져 있는 편이라는 응답은 단 7.3%에 불과했다.
◆유(有)자녀 기혼여성 63.9% "출산 후 육아휴직 사용 못했다"
실제 육아휴직을 쓰는 여성도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과반(51.8%)이 현재 직장에서 출산 후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선·후배와 동기가 없는 편이라고 응답했다. 역시 공무원과 교사보다 일반 직장에서 '별로 없다'나 '전혀 없다'는 답변이 훨씬 많았다.

자녀가 있는 기혼자의 63.9%는 출산 후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했던 것으로도 조사되었다. 여성 기혼자 상당수가 육아휴직을 쓰지 못해 회사를 그만두거나 아이 양육을 다른 이의 손에 맡겨야만 했던 경험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육아휴직을 쓰지 못한 이유로는 '인력이 부족하다'(25.5%·중복응답), '일을 쉬면 경제적으로 어렵다'(24.2%)는 점을 꼽는 이들이 많았다. 이와 함께 '회사 사정상 육아휴직 급여를 받기 어렵다'(18%), '대체 인력이 부족하다'(16.1%)는 응답도 상당한 수준으로 나타나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한 배경에는 회사 차원의 문제와 개인의 경제적 문제가 함께 뒤섞여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녀 출산계획도 낮아…"구체적인 자녀 출산 계획 있다" 10명중 3명뿐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기혼 여성은 출산계획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먼저 자녀가 없는 이들 10명 중 3명(30.2%)만 향후 구체적인 자녀 출산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가운데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으나 출산의향은 있다는 응답(41.9%)이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고, 아예 없다는 이도 27.9%에 이르렀다.

자녀가 있는 기혼여성은 출산계획을 가진 이가 더욱 드물었다. 단 5.2%만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을 뿐이고, 74.2%는 아예 추가 출산계획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계획은 없으나 출산의향이 있다는 응답도 20.6%에 그쳤다.
자녀 출산의향이 있는 무자녀 기혼자는 향후 1명(38.7%) 내지 2명(48.4%)을 가질 계획이었으며, 유자녀 기혼자는 대부분 많아야 1명(87.7%)만 더 나을 작정이었다.
◆韓 여성 직장인 10명중 8명 "육아·사회생활 병행 거의 불가능"
우리 사회에서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렵다고 보는 시각도 매우 뚜렷했다. 전체 응답자의 77.1%가 '한국 사회에서는 육아와 사회생활을 병행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고 응답했다. 연령이 낮고, 아직 미혼이거나 자녀가 없는 이들이 일과 가정의 양립을 더욱 어렵다고 인식하는 모습이었다.
'최근 육아와 사회생활의 병행을 위한 환경이 조금씩 갖춰지는 것 같다'고 답한 직장 여성은 전체 29.7%에 그쳤다.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데 동의하지 못하는 의견 역시 젊은 여성층과 미혼 여성에게서 보다 뚜렷했다.
일과 가정의 병행이 어려운 이유로는 앞서 살펴본 직장문화의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 인식의 한계와 국가의 지원 부족 문제도 함께 거론됐다. '여성들이 육아를 모두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회 인식이 여전하다'(57.4%·중복응답), '출산 및 육아 휴직으로 눈치를 주는 회사 분위기가 존재한다'(48.4%), '출산 및 육아와 관련한 국가의 경제적 지원이 부족하다'(43.2%) 등의 이유로 대부분 일과 가정의 병행이 어렵다고 바라봤다.
출산과 양육을 배려하는 직장문화가 정착되지 않았고, 일과 가정의 양립이 쉽지 않은 현실은 저출산 문제를 초래한 중요 배경이기도 했다. 거의 모든 직장 여성(96.1%)들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직장문화부터 유연하게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서 이런 인식을 엿볼 수 있다.

최근 커다란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저출산 현상과 관련해서는 대체로 문제가 심각하다는 데 그 뜻을 같이했다. 직장 여성의 74.5%가 '저출산 현상이 심각한 상황인 것 같다'고 바라본 것으로, 연령과 결혼 여부에 관계없이 저출산 현상에 대한 우려는 비슷하게 나타났다.
'심각하다고 평가할 정도는 아닐 것 같다'는 인식(17.8%)은 매우 적은 수준이었다. 다만 저출산 현상이 자신과도 관련 있는 문제라는 인식은 2명 중 1명 꼴(50.2%)에 그쳐 사회문제로 대하는 태도와 다소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저출산 문제를 자신과 관련 있다고 바라보는 태도는 특히 30대 여성(53.5%)에게서 두드러졌다.
◆저출산 문제 심각해지는 배경 '경제적 부담', '사회 인식', '정부 정책' 순(順)
우리 사회의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지는 가장 큰 이유로는 경제적 부담감을 꼽는 이들이 많았다. '먹고 사는 것도 버겁다'(77.8%·중복응답), '양육비와 교육비에 대한 부담이 크다'(71.4%) 등을 이유로 출산을 주저하는 여성들이 많은 게 현실이다. 30대 여성이 먹고 살기 어려운 현실(81.3%)과 양육비용에 대한 부담감(75.5%)을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지는 이유로 바라보는 태도가 가장 뚜렷했다.
또한 '아직도 여성들이 육아를 모두 부담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52.7%), '출산 및 육아에 대한 국가의 경제적 지원이 부족하다'(52.2%), '출산 및 육아 휴직으로 눈치를 주는 회사분위기가 여전하다'(47.6%)는 지적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육아에 대한 개인의 인식 변화는 물론이고 국가의 정책적 지원과 직장문화 개선이 뒷받침되어야만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마리가 조금은 풀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체로 미혼자가 많은 20대가 여성이 육아를 모두 부담해야 한다는 인식(53.5%)과 국가의 지원 부족(58.3%), 출산 및 육아 휴직이 자유롭지 않은 기업문화(54.5%)에 대한 불만을 가장 많이 토로한다는 점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그밖에 '출산 및 육아휴직 보장에 대한 정부 관리가 부족하다'(46.8%), '비혼 및 독신주의자가 증가했다'(43.2%) 등의 이유로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졌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엄마! 엄마도 할 수 있어"
이런 가운데 8년간 경력단절 여성으로 살아오다가 주부 사원으로 성공한 사례가 있어 워킹맘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바로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점 맥도날드 경기 의정부GS DT점의 우선이(49·사진) 점장이다. 우 점장은 2005년 매장의 아르바이트 직원인 ‘주부 크루(crew)’로 입사해 2007년 정규직인 매니저로, 2014년에는 점장으로 각각 진급했다. 우 점장은 딸 아이를 출산한 뒤 8년간 경력단절을 겪고 있었다. 아이가 크면서 일자리를 구하고 싶었지만 육아와 더불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직장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2005년 우연히 아이와 방문한 맥도날드의 한 매장에서 크루 모집 포스터를 발견했다. 보통 패스트푸드점은 어린 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곳이지 주부가 일할 수 있는 곳이라곤 생각해본 적 없어 지원을 망설이던 그는 "엄마도 할 수 있어"라며 용기를 북돋아 주는 딸 아이의 응원과 연령, 성별 등에 차별 없는 ‘열린 채용’을 지향하는 회사 문화에 힘입어 이 일을 시작하게 됐고, 이렇게 시작된 맥도날드와 인연은 그에게 새 삶을 열어주었다.
아이를 키우고 가정을 돌보면서 직장까지 다니기란 쉽지 않았을 터. 우 점장은 "원하는 시간에 일을 할 수 있는 유연한 근무시간제 덕분에 일과 가사를 병행하며 경력을 쌓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서 "특히 휴일 없이 운영되는 업계 특성상 설이나 추석 등 명절에도 매장을 열어야 하기 때문에 점장으로서 역할과 주부로서 역할 사이에서 곤란한 때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때마다 동료 직원들의 배려로 근무를 조정해 가정을 돌보면서 매장도 이끄는 일을 무리 없이 해낼 수 있었고, 지금까지 지속할 수 있었다.
이처럼 워킹맘으로 '모범된 인생'을 살아온 우 점장은 젊은 후배들에게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가라고 조언했다.
그는 "처음부터 무리한 목표를 세우기보다 작은 목표를 세우고 차근차근 달성해 나가다 보니 어느새 나도 40여명의 직원을 이끄는 이 자리에 올라 있었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가정이 있으며, 아이를 키운다고 해서 포기하지 말고, 현재 자신의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나씩 찾아 하다 보면 어느새 큰 꿈에 다가서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게 우 점장의 설명이다.
◆"엄마가 행복해야 가정도, 사회도 행복하다"
정부도 저출산 위기가 심각하다는 데 동의한다.
앞서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은 '저출산 위기 극복을 위한 호소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호소문에는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과 반드시 이를 해결하겠다는 굳은 결의가 담겨있다.
정 장관은 호소문에서 "일과 가정의 양립이 실천될 수 있도록 기업 문화가 가족친화적으로 바뀌고, 양성이 평등한 가족 문화가 자리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먼저 기업들이 눈치 보지 않고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시행하고,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어달라"며 "기업들이 나서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정 장관의 호소문대로 한국 사회가 흘러가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우리 사회에서 워킹맘으로 살아가기는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어머니가 행복해야 아이도, 가정도, 더 나아가 사회도 행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냉골방’서 ‘700억’ 인간 승리…장윤정·권상우, 명절에 ‘아파트 한 채 값’ 쓰는 클래스
- “어제는 동료, 오늘은 AI”…벼랑 끝 청년들이 다시 ‘나의 아저씨’를 꺼내 보는 이유
- “명절 차비도 없었는데”…임영웅·아이유, ‘바퀴벌레 방’서 일군 수백억원 부동산
- “출연료는 푼돈이었다” 카메라 뒤에서 수억원대 매출 터뜨린 ‘인생 2회차’ 스타들
- “매달 통장에 1억 꽂힌다” 이민정, 800억원 빌딩주 등극한 ‘진짜 올드머니’ 배경
- “무서운 아빠는 끝났다” 신동엽·정종철 자녀를 명문대 보낸 ‘농담의 힘’
- “한숨 자면 된다더니 20분 뒤 엄마 사망”…‘수면 임플란트’ 뭐길래
- “120억 전액 현금” 장윤정, 70억 차익 남기고 이사 간 펜트하우스 보니
- “박나래가 합의 거절, 새 삶 살고 싶다” 선처 호소한 자택 절도범…2심 실형
- ‘주식 폭망’ 딛고 110억 자가...최화정, 성수동 랜드마크 입성한 ‘갈아타기 안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