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의 자동차 디자인 TOP10.."못생겨서 죄송합니다"

차는 디자인에 살고 디자인에 죽는지도 모른다. 멋진 차는 유구한 세월을 뚫고 박물관과 소장가들의 차고에서 사랑을 받지만, 어떤 차는 그저 얼굴이 좀 못 생겼다는 이유로 회사가 휘청일 정도의 타격을 입히기도 한다. 각종 자동차 전문지를 비롯 포브스 등 외신들에서도 틈만 나면 비난 받는 '최악의 자동차 디자인'을 살펴보자.


못생겼지만 의외의 반전…폰티악 아즈텍
1999년 공개된 폰티악 아즈텍 콘셉트
폰티악 아즈텍의 앞모습

진공청소기 먼지 통, 지옥에서 볼법한 외모. 외신들은 '아즈텍(Aztek)'을 보자마자 악평을 쏟아냈다. '크로스오버'라는 명칭조차 생소하던 시절 GM은 미니밴 플랫폼으로 아즈텍을 만드는 매우 독특한 시도를 했다.


당시 GM 수장인 '릭 와그너(Rick Wagoner)'는 차를 만들면서도 너무 못생겨 실패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다녔다. 심지어 출시를 한 달 앞두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실패를 예감하고, 악평도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차는 꽤 팔려나갔고, 실제 구입한 소비자들은 실용성면에서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안 본 눈 삽니다"…피아트 멀티플라
피아트 멀티플라의 모습

못생긴 디자인에 피아트가 빠질 수 없다. 멀티플라(Multipla)는 귀여운 디자인으로 유명한 '600 멀티플라'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모델이었다. 그런데 해석을 어떻게 하면 이런 차가 나오는 걸까.


엉뚱한 상향등 위치, 툭 튀어나온 주둥아리로 '치명적인 디자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널리 알려진 별명은 '미치광이 오리'다. 당시 거의 모든 자동차 매체가 선정한 최악의 디자인에 쉴 새 없이 이름을 올리곤 했다. 하지만 미국의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선 '다음 세기를 책임질 차량'으로 소개할 정도로 개성 넘치는 디자인이기도 했다. 실제로 이 차량의 판매량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못생겨서 지붕 열 엄두가 안 나…닛산 무라노 크로스카브리올레
닛산 무라노 크로스카브리올레의 앞모습
닛산 무라노 크로스카브리올레의 뒷모습

SUV도 매력있고, 컨버터블도 멋지지만 그 둘을 결합하는 시도는 그리 아름답지 못했다. 닛산이 만든 무라노 크로스카브리올레는 말 그대로 SUV의 지붕을 달랑 떼내 컨버터블로 변신시킨 차였다. 디자인에 조금만 더 신경썼으면 좋았을법 한데 총체적 난국을 보여준다. SUV의 둥실둥실하고 실용적인 느낌이 날티나는 컨버터블의 스포티한 느낌과 서로 어울리지 않았다.


설상 가상으로 가격도 천만원 넘게 비싸져 소비자의 관심도 멀어졌다. 유명 자동차 전문지도 "뭐 하나 멀쩡한게 없어 똑똑한 '카를로스 곤(Carlos Ghosn)'이 승인 했다고 믿기 힘들 정도"라고 혹평했다. 결국, 닛산의 기발한 SUV는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하며 단종 됐다.


비싸 보이는 것만 모은 '프랑켄슈타인'?…기아 오피러스
기아 오피러스

기아 아만티 (북미형 오피러스)

오피러스는 전용 정비라인에 전용 엠블럼을 갖춘 기아의 고급 대형 세단이었다. 해외에는 '기아 아만티'로 수출됐는데,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를 닮은 전면, 링컨 타운카를 닮은 C필러 등 각종 차들의 독특한 디자인 요소를 한데 모은 탓에 툭하면 놀림감이 됐다.


무른 승차감 또한 해외에선 혹평이었고, 연비마저 나빠 고유가 시대 미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가장 큰 문제는 비싼 '기아차'였다는 점이다. 가격대비 뛰어난 편의사양을 제공했지만 낮은 브랜드 가치로 급을 쉐보레 임팔라, 뷰익 라크로스 등에 비해 한 단계 낮춰 경쟁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국내선 꽤 인기가 있어서 당시까지 기아차가 내놓은 대형 차종 중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클래식카라고 다 예쁜 건 아냐…애스턴마틴 라곤다
애스턴마틴 라곤다의 외관
애스턴마틴 라곤다의 내부

클래식카가 고풍스럽고 예쁘다는 편견을 한 방에 날려버릴 자동차도 있다. 애스턴마틴이 1976년 내놓은 '라곤다(Lagonda)'다. 전자식 계기판과 터치패드 등 첨단기술로도 덮을 수 없었던 것은 애스턴마틴 팬들조차 외면하게 하는 외모였다.


가격 또한 매우 비싸 제대로 판매된 차가 몇 안된다. 하지만 애스턴마틴은 '소비자들이 언젠간 알아줄 것'이라며 오히려 왜건, 슈팅 브레이크 같은 차종을 더 추가했다. 그러자 팬들은 "못생긴 차가 3대로 늘었다"고 불평했다.


라곤다는 12년 동안 645대 판매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고 쓸쓸하게 사라졌다. 블룸버그는 라곤다를 가장 못생긴 차로 뽑았고, 타임즈는 최악의 차로 선정하기도 했다.


그런데 애스턴마틴은 수년 전 라곤다 브랜드를 되살린다는 계획을 내놓더니 급기야 중동 시장을 겨냥해 라곤다를 다시 내놓겠다고 밝혔다. 이 쯤 되면 오기로 보이거나 혹은 집념으로도 보인다. 라곤다 브랜드를 실패작으로 남기고 싶지 않다는 의미다.


한땀 한땀 못생김을 수놓다…미쯔오카 오로치
2014 부산국제모터쇼에 전시된 미쯔오카 오로치
2014 부산국제모터쇼에 전시된 미쯔오카 오로치

2001 도쿄 모터쇼, 일본의 수제차 업체 '미츠오카(Mitsuoka)'가 혼다의 전설적인 슈퍼카 'NSX'를 기반으로 콘셉트카를 내놨다. 군더더기 없는 NSX의 디자인을 기괴한 모양의 패널로 덮어 '오로치(Orochi, 큰 뱀)'라는 이름 지었다. 시판에 나섰지만, 외모는 뱀보다 생선에 가까웠고 렉서스 RX SUV에서 빌린 최고출력 233마력의 엔진은 슈퍼카라고 불리기에 한참 부족했다. 아직 놀라긴 이르다. 판매 시작가는 1억원이었으니까.


'그 녀석'의 부활…닛산 쥬크
닛산 쥬크의 앞모습
2009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개된 닛산 카자나 콘셉트

2009년 제네바, 닛산 '카자나(Qazana) 콘셉트'가 공개됐다. 그날 기자들은 떠올렸다. 폰티악 아즈텍의 악몽을. 못생긴 헤드라이트 디자인의 부활을.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인 2010년, 양산 모델인 쥬크(Juke)가 출시됐다. 자동차 매체들의 개성 넘친다는 평이 쏟아졌다. 대중들은 '못생겼다'의 완곡한 표현이 '개성 넘친다'라는 것을 알게됐다.


실용성만 뛰어나면 된거 아냐? 응 아니야…BMW 5시리즈 GT
BMW 5시리즈 그란투리스모의 외관
BMW 5시리즈 그란투리스모의 독특한 트렁크 개폐구조

5시리즈 그란투리스모의(Gran Turismo) 독특한 루프라인은 X6를 연상시켰다. 하지만 새로운 세그먼트를 창조해 내며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SUV 형제와 달리, 처절한 실패를 맛봤다. 매력적이던 루프라인은 그란투리스모에선 엉성해보였고, 완전히 개폐되는 트렁크를 두고 굳이 절반만 사용해야 할 이유도 찾기 힘들었다. 넓은 실내 공간은 일반 5시리즈 모델에 비해 우위였으나, 소비자를 납득시키기엔 외모가 개성 넘쳤다. BMW의 다음 그란투리스모는 6시리즈가 될 예정이다.


영국 최악의 차는 나야…릴라이언트 로빈
릴라이언트 로빈의 모습
전복사고가 흔했던 릴라이언트 로빈 경주

영국 최악의 차로 어김없이 등장하는 이름이 있다. 바로 삼륜차 '릴라이언트 로빈(Reliant Robin)'. 여러 제조사가 삼륜차를 시도하다 실패했지만 이보다 엉망일 수 없다. 영국에서는 후륜기어가 없어 오토바이로 분류됐으며 차체도 불안정해 급격한 조향에 여김 없이 차가 뒤집어졌다. 바디는 유리섬유(FRP)로 만들어져 복원조차 어려웠다. 영국사람들은 상처나고 뒤집힌 로빈들을 볼 때마다 '플라스틱 돼지'라고 놀렸다.


못생긴 삼둥이…쌍용 로디우스, 카이런, 액티언
혹평을 받은 쌍용차 디자인들 (위에서 차례로 로디우스, 액티언 그리고 카이런)

쌍용차의 문제는 '못생김'을 모티브로 한 디자인은 로디우스에서 그치지 않고 액티언, 카이런 등 '못생김 삼총사' 라인업을 갖춤으로써 소비자들의 철저한 외면을 받았다는 점이다. 디자인은 영국 유명 디자이너가 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결과는 처절했다. 쌍용차가 법정 관리에 들어간데는 디자이너의 책임도 크다고 일부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로디우스는 길을 뜻하는 '로드(Road)'와 그리스 신화 최고신 '제우스(Zeus)'의 합성어로 '길위의 제왕'을 뜻한다. 거창한 이름이지만 해외에선 못생긴 차 리스트에 수차례 이름을 올리는 악명 높은 디자인으로 유명했다. 코란도 투리스모가 로디우스의 자리를 대체하자, 한 외신은 "마침내 세계에서 가장 못생긴 차 자리에서 물러난 로디우스"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할 정도였다.


국내 최초의 SUV 쿠페인 액티언은 논란의 주인공이다. 날렵한 캐릭터라인과 근육질 바디는 호불호가 갈렸으며 디자인도 베낀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후면부가 폰티악 아즈텍 콘셉트를 닮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아즈텍이 최악의 자동차 디자인으로 악명 높다는 점이었다. 자동차 팬들은 "베껴도 하필 못생긴 걸로 유명한 차를 베끼냐"며 조롱했다.


쌍용차에 주어진 개발비는 240억. 외관변경 모델을 만들 수 있는 돈이었다. 그러나 신차를 만들었다. 이름은 카이런. 로디우스와 액티언을 조금씩 본뜬 기괴한 디자인으로, 출시되자마자 악평을 받는다. 특히 방패 모양 테일램프는 압권이었다.

하만승기자 ms.ha@motorgraph.com <자동차 전문 매체 모터그래프(http://www.motorgrap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