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전날 암살단 6명, 공항서 즐기듯 스프레이 쏘며 리허설

쿠알라룸푸르/최규민 특파원 2017. 2. 18.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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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암살]
도주 4명 중 1명인 북한인 추정 스파이, 3개월간 여성 2명 포섭해 '김정남 암살' 기획
베트남 여성엔 석달전부터 접근
나이트클럽 호스티스로 일하는 인도네시아 여성엔 한달전 접근
서로 소개시켜 "장난 비디오 찍자" 남성 시나리오대로 수차례 연습
- 북한 측의 치밀한 양동작전?
여성 용의자 2명만 방치한 건 남성들 도주 위한 '미끼' 가능성

김정남 암살은 단시간 준비한 범죄가 아니었다. 말레이시아 현지 언론은 용의자들이 몇 달 전부터 사건을 기획하고, 수차례 모의 연습을 한 데 이어 전날 현장 답사까지 마쳤다고 보도했다.

17일 말레이시아 중국보에 따르면 아시아인으로 알려진 남성 A가 첫 번째 용의자 도안 티 흐엉에게 접근한 것은 3개월 전이었다. A와 흐엉은 가까운 사이로 발전했고, A는 자신의 친구들을 흐엉에게 소개해 종종 함께 어울리며 여행을 하기도 했다. 흐엉의 신뢰를 사기 위해 베트남 고향 집에 같이 다녀오고, 둘이서 같이 한국 여행을 한 적도 있다고 한다. 흐엉에게 "요즘 유행하는 장난 비디오를 찍어 보자"고 제안한 인물도 A였다.

중국보는 나이트클럽 호스티스로 일하는 두 번째 용의자 시티 아이샤도 한 달쯤 전 A를 알게 됐다고 전했다. 이후 A는 비디오 촬영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아이샤를 흐엉에게 소개했고, 둘은 각본에 따라 수차례 김정남 암살 당시 동작을 연습했다. 사건 당일인 13일 흐엉이 김정남 뒤로 다가가 팔로 목을 제압한 뒤 스프레이를 뿌리고, 아이샤가 손수건으로 얼굴을 덮었다. 말레이 언론 더 스트레이츠 타임스는 "범행에 5초밖에 걸리지 않았다"면서 "무결점(flawless)"이라고 표현했다. A의 정체와 행적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중국보는 그를 스파이로 전했다. 이 보도대로라면 스파이로 보이는 이 남성 A가 말레이시아 현지에 거주하는 외국인 여성 2명을 고용해 김정남을 암살했다는 얘기가 된다.

사건을 조사 중인 연방 경찰의 다툭 세리 무함마드 푸지 하룬은 말레이 언론 뉴 스트레이츠 타임스에 "외국 요원들이 한 일이라고 믿는다"며 "하지만 두 여성 외에 분명 다른 사람들이 개입돼 있다"고 밝혔다. 여성 용의자 중 한 명은 이 인물이 북한 사람으로 보였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흐엉과 아이샤, 도주 중인 남자 4명까지 용의자 6명은 범행 전날 공항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적합한 장소도 물색했다. CCTV 속에서 이들은 서로의 얼굴에 스프레이를 쏘면서 자못 즐거운 분위기를 연출했다고 현지 언론 더 스타는 전했다.

두 여성이 단순히 장난 비디오 촬영을 위해 동원된 여성이 아니라 살인 청부업자 같은 전문가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베트남 여권을 소지한 첫 번째 용의자는 2~3성급 저렴한 호텔을 계속 옮겨 다녔고, 카드 대신 현금을 사용했으며, 호텔 객실에서 긴 머리를 잘라 위장하는 등 평범한 여성으로 보기 어려운 면모를 드러냈다. 로이터는 현지 사립 탐정의 말을 인용, "이는 정보 요원들에게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행동"이라고 분석했다.

인도네시아 매체 쿰파란에 따르면 아이샤는 신분증도 2개를 소지하고 있었다. 하나는 1992년 2월 11일 출생인 'Siti Aisyah', 다른 신분증에는 1989년 11월 1일생에 이름은 'Siti Aisah'로 표기돼 있었다. 직업도 하나는 가정주부이고 하나는 사업가로 각각 다르다. 왜 신분증을 두 개나 갖고 있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텔레그래프 보도에 따르면 나이트클럽 호스티스인 아이샤는 경찰 진술에서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남성이 비디오를 촬영하면 100달러를 준다고 하기에 승낙했다"며 "그들이 리얼리티 코미디 제작진인 줄 알았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김정남 피살 사건은 북한 측의 치밀한 양동작전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여성 용의자 두 명은 진범인 남성 4명이 달아날 시간을 벌기 위한 '미끼'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첫 번째 용의자가 범행 이틀 뒤 공항에 제 발로 다시 나타난 데다 미니스커트에 새빨간 립스틱 등 암살범이라고 보기엔 너무 튀는 옷차림을 하는 등 전문가의 행동으로 보기엔 너무 어설프다는 것이다. 이런 정황들 때문에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이는 도주 중인 남성 4명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중국보에 따르면 경찰은 이날 150명 이상의 인원을 투입해 두 여성 용의자를 상대로 공항 현장 검증을 벌였으며, 달아난 남성 4명의 신병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편 17일 말레이 사법 당국은 공항에서 피살된 남성의 신분이 김정남이라는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그는 죽기 전 영어로 "너무 고통스럽다. 너무 고통스럽다. 액체 스프레이에 맞았다(Very painful, very painful. I was sprayed liquid)"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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