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만든 모터사이클, 케텐크라트

모터사이클이긴 한데 정말 이상하게 생긴 모델이 있다. 이름은 케텐크라트. 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군이 사용했던 이동 수단 중 하나다. 전쟁이 만든 모터사이클을 소개한다.

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군이 사용했던 ‘케텐크라트(Kettenkrad)’는 모터사이클과 궤도(트랙)를 합친 ‘하프트랙’형 모터사이클이었다. 이름의 케텐은 ‘궤도’, 크라트는 ‘모터사이클’을 뜻하니 ‘궤도형 모터사이클’ 정도로 해석된다. 케텐크라트는 독일이 공수부대를 위해 설계한 모델이다. 중화기를 싣고 험준한 지형을 넘어 빠르게 침투하는 목적에 맞춰 개발했다.

그래서 케텐크라트는 가볍고 방향전환이 쉬운 모터사이클의 특징과 견인력이 높고 험로주파가 용이한 궤도의 특징을 하나로 묶었다. 방향은 모터사이클의 핸들 바를 꺾어서 했다. 핸들 바를 많이 틀면 궤도의 브레이크가 작동해 방향 전환을 돕는다. 탱크도 같은 기능이 있기에 방향 전환이 가능하다고 한다. 왠지 자동차의 토크 벡터링 기능이 생각난다.

 케텐크라트의 길이×너비×높이는 3,000×1,000×1,200㎜다. 앞에 한명, 뒤에 2명이 앉는다. 무게는 1,560㎏로 다른 궤도 차량에 비하면 가벼운 수준이다. 모터사이클처럼 핸들 바에 달린 스로틀 레버를 비틀어 가속했다. 달리는 영상을 보면 모터사이클처럼 핸들 바를 꺾어 방향을 바꾸는 모습이 꽤 인상적이다.

허나 케텐크라트의 엔진과 변속기는 자동차와 같았다. 오펠 올림피아에서 가져온 36마력짜리 직렬 4기통 1,478㏄ OHV 수랭식 엔진에 3단 수동 변속기를 달았다. 자동차처럼 클러치를 발로 밟고 손으로 변속 레버를 움직였다. 험로 주행과 도로 주행을 대비해 저속과 고속 기어를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러니 총 6단을 쓰는 셈이다.

케텐크라트의 궤도는 당시 기준으로 아주 뛰어난 성능을 자랑했다. 롤러 베어링과 패드 궤도를 사용했는데, 최고속도가 시속 80㎞에 달했다. 독일군은 케텐크라트를 러시아의 황무지부터 서부의 사막까지 다양한 지역에 보급했다. 특히 대 전차용 무기를 싣고 탱크를 상대하는 데 유효하단 판단에서였다. 탱크가 닿기 어려운 곳까지 빠르게 갈 수 있어서다.

하지만 독일은 패했다. 독일은 성능이 뛰어난 무기를 만들 줄은 알았어도 대량 생산은 못했다. 미군이 윌리스 지프를 총 60만대 넘게 생산하는 동안, 독일은 케텐크라트를 단 8,800대 정도만 만들었을 뿐이다. 그러니 남은 차량도 별로 없다. 지난 2008년 본햄 경매에서 1945년식 모델이 약 9,420만 원에 팔렸다.

케텐크라트는 2차 세계 대전의 이동수단이라는 점에서 군사적 자료에 관심을 두는 사람들이 주로 찾는다고 한다. 게다가 1948년까지 생산됐기에 당시 기술을 온전히 볼 수 있는 자료기도 하다. 경매에도 종종 올라오는 이유다. 하지만 복잡한 생각이 든다. 전쟁에 대한 반감 때문이다. 미국의 31대 대통령 ‘허버트 클라크 후버’의 말을 옮긴다. “전쟁은 노인이 일으키지만, 싸우다 죽는 이는 젊은이다.”

글 안민희 기자(minhee@roadtest.kr)

사진 본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