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520d보다 더 많이 팔린 국산 디젤 승용차
디젤 시장 공략을 위한 국내 업체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독일 업체들의 시장 잠식이 워낙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디젤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바뀐 때문이다.
지난 상반기 판매된 자동차 가운데 디젤차 비중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1.7%가 늘었다. 국내 업체들이 신경을 쓰는 이유는 이 가운데 상당수를 수입 디젤차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한 달간 팔린 수입차 가운데 디젤차 비중은 62.3%다.
디젤차는 매연이 많고 시끄럽고, 진동도 심하고 중고차값도 안 좋다는 인식이 해소된 때문이다. 여기에다 좋은 연비라는 경제적 가치가 보태지면서 시장이 급속하게 커졌다.
디젤차, 무서운 성장세=디젤차가 이렇게 잘 팔릴 것이라고는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다. 지난 2010년 수입차의 디젤차 판매 비중은 25%대에 불과했지만 작년에 50%를 돌파했다.
이렇게 디젤차 시장이 수입차 중심으로 흘러가자 현대차가 최근 작심한 듯 여러 카드를 내놓고 있다. 현대차는 이미 다양한 차급의 디젤차 출시를 예고했고 그 첫번째 카드로 최근 아반떼 디젤을 출시했다.
국산 디젤 기술 빠르게 성장=국내 디젤 승용차의 역사는 2005년 5월 기아차 프라이드로 시작이 됐다. 이전에도 대우자동차 등이 디젤승용차를 내 놓기는 했지만 본격적인 양산에는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듬해인 2006년 현대차가 아반떼XD 디젤을 출시했고 클릭과 베르나, 쏘나타를 연이어 내놨다. 비슷한 시기에 기아차도 쎄라토와 로체의 디젤 버전을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몇 몇 모델을 제외하고는 시장에서 철저하게 외면을 받았다. 시기적으로 디젤차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탓도 있었지만 상품성이 부족한 이유가 컸다.
한 동안 침체됐던 디젤차가 다시 기지개를 펴기 시작한 것은 2010년 이후다. 골치거리였던 환경오염 논란이 관련 기술의 진보 덕분에 '클린디젤'로 변신을 했고 국산 디젤차의 상품성이 수입차와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로 발전을 한 때문이다.
디젤승용 베스트셀링카는 '액센트'=현재로서는 유일하게 수입 디젤차와 경쟁을 하고 있는 현대차의 최근 판매 추이를 보면 국산 디젤차의 성장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의 판매 누계를 보면 소형차인 엑센트는 전체 판매 대수의 34.1%를 디젤이 차지하고 있다. i30는 56%, i40는 77%를 점유하고 있다.
3개 모델의 디젤차 판매 대수는 1만2000여대나 된다. 수치상 많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같은 기간 BMW 520d는 5940대가 팔렸고 이 때문에 디젤차 베스트셀링카는 6320대를 기록한 국산차, 현대차 액센트가 차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i30는 3395대, i40는 2810대의 디젤차가 팔려 수입디젤차 2위와 3위를 차지하 폭스바겐 티구안(3047대)과 메르세데스 벤츠 E220 CDI(2598대)보다 더 좋은 실적을 거두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디젤차는 수입차, 그리고 BMW 520d가 대표적인 모델로 생각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국산 디젤차가 더 많이 팔려 나가고 있다.
국산디젤 품질 경쟁력 충분=수입 디젤차들의 성능과 연료 효율성이 국산 모델보다 무조건 좋을 것이라는 편견도 깨지고 있다. 최근 출시된 현대차 아반떼 디젤과 폭스바겐 골프(1.6 TDI)를 비교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아반떼는 연비(16.2km/l)에서 폭스바겐(18.9km/l)보다 열세이지만 출력(아반떼 128마력/골프 105마력)과 토크(아반떼 28.5kg.m/골프 25.5kg.m)에서는 앞서 있다. 가격도 1000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
지난 20일 가진 미디어 시승에서도 아반떼 디젤은 골프와 대등한 성능으로 합격점을 받았다. 특히 가솔린 못지 않은 정숙성과 후석 에어벤트와 스마트키, 쿨링기능이 적용된 글로브 박스 등 다양한 편의사양들에 대한 호평이 많았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 디젤 엔진 기술은 이미 유럽에서도 인정을 받았다"며 "수입차들이 흉내내기 어려운 디테일한 부분에서 월등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격이 아닌 종합적인 상품성으로 수입 디젤차에 맞설 것"이라며 "아반떼 디젤이 그 역할을 충분히 할 것으로 자신한다"는 말도 했다. 수입 디젤차에 빼앗긴 안방을 탈환하기 위한 현대차의 '품질승부' 전략이 어떨게 발휘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