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밤의 해변에서 혼자' 홍상수·김민희가 보란 듯 그려낸 둘만의 세상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2017. 3. 15.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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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해변에서 혼자' 사진=영화 포스터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선 누구도 홍상수 김민희의 부적절한 관계를 흠 잡지 않는다. 오히려 둘의 사랑을 손가락질 하는 누군가를 향해 ‘할 일 없어서 그런다’고 혀를 찬다. 예술과 윤리 사이에서, 홍상수와 김민희가 만든 세상은 그들의 바람대로 환영받을 수 있을까.

홍상수 감독의 19번째 장편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유부남 영화감독 상원(문성근)과의 관계로 괴로워하는 여배우 영희(김민희)가 사랑의 본질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1부는 독일 함부르크를 배경으로 유부남과의 사랑으로 고뇌하는 영희의 이야기를, 2부에서는 강릉으로 돌아온 영희가 지인들과 고민을 나누며 성찰하는 내용이 담겼다.

영화는 상원과 이별한 영희의 심리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영희는 자식도 있고 살짝 머리도 벗겨진 그 남자의 얼굴을 모래 위에 그리며 기다린다. 극 중 이별했다는 설정만 제외하면 스타일링부터 대사 하나하나가 두 사람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적나라하고 직설적이다. 하지만 홍상수 감독은 13일 진행된 언론시사회에서 “자전적인 의도는 없다”고 못박았다. 그럼에도 두 사람의 실제 스캔들을 완전히 떨쳐내기 어려울 만큼 의미심장한 장면들이 연속된다. 극 중 상원은 영희와의 이별을 후회하고, 영희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영화를 만들겠다는 그에게 “그런 걸 만들어서 어쩌시려고 그러냐. 무슨 한풀이라도 하려는 거냐”며 거칠게 쏘아붙인다. 하지만 상원은 “그때부터 난 정상이 아니다. 후회하지만 자꾸 하다보면 달콤하다”고 말한다. 정말 한풀이라도 하듯 두 사람은 자신들의 입장을 구구절절 설명하며 변호한다. 김민희와 홍상수는 영희와 상원이란 캐릭터만 빌렸을 뿐이다.

사진='밤의 해변에서 혼자' 스틸

사실 두 사람의 실제 스캔들을 논외로 본다면, 일부 관객에게는 사랑스러운 작품일지도 모른다. 홍상수 매니아라면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하는 감독 특유의 유머와 찌질한 남자 캐릭터, 정적이지만 현실적인 분위기에 또 한 번 매력을 느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분명 불편한 장면도 여럿 등장한다. 극 중 영희의 선배인 천우(권해효)는 그녀가 유부남과 불륜관계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여자가 됐네”, “더 성숙해진 것 같다”고 말한다. 준희(송선미) 역시 "그런 일을 겪더니 안에서 뭔가 생긴 것 같다. 매력적이다"라고 칭찬한다. 마치 여자의 여성미란 불륜을 겪고나서야 비로소 완성된다는 궤변으로 들린다.

심지어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영희의 열렬한 팬이다. 영희가 유부남과 사랑했던 사실을 알면서도 누구하나 도덕적으로 문제 삼지 않는다. 오히려 이들은 끊임없이 영희에게 “예쁘고 매력적”이라며 “이런 일로 연기 그만두지 말라”고 응원한다. 심지어 천우와 준희는 “지들은 그렇게 잔인한 짓 하면서 지들끼리 좋아하는 걸 불륜이래”, “가만히 좀 놔두지”라며 핏대를 세운다. 실제로 시사회 중 객석에서는 이런 느닷없는 일갈에 실소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아무래도 상간녀를 불쌍히 여기고, 불륜을 미화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롭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예술이 꼭 윤리적이어야 하냐는 물음에 어느 누구도 정답을 내리긴 어렵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비도덕적인 이미지를 심는 일이 아무리 정성스럽게 만들어졌다한들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까. 일각에서는 영화의 작품성과 배우들의 연기가 홍상수 김민희의 스캔들에 가려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할까봐 우려하기도 했지만 제 67회 베를린영화제에선 김민희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기며 최고의 찬사를 보냈다. 이제 국내 관객의 평가를 들을 차례다. 오는 3월 23일 개봉.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eun@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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