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무대를 악몽으로 만든 우에스카의 추태

(베스트 일레븐)
시즌 성패가 걸린 대단히 중요한 싸움에서 결과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건 단합이다.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감독·선수·프런트·팬이 일심동체가 되어 뛰어야 한다. 하지만 지나치게 결과를 내야 한다는 생각에 몰입할 경우 동료의 탓을 하며 자중지란을 일으킬 때도 있는 듯하다.
2016-2017 스페인 세군다 리가 승격 플레이오프에선 팬들이 눈뜨고 보기에 부끄러운 장면이 연출됐다. SD 우에스카의 얘기다. SD 우에스카는 1960-1961시즌 창단해 대부분의 시즌을 하부리그에서 보낸 그리 알려지지 않은 클럽이다. 2부리그인 세군다 리가를 경험한 것도 2008-2009시즌 이후부터는 철저히 무명이라고 해도 될 만한 팀이다.
그런 우에스카가 2016-2017시즌을 통해 최고의 해를 보냈다. 총 42경기가 치러진 2016-2017 스페인 세군다 리가에서 16승 15무 11패를 기록, 6위를 차지해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얻었다. 레알 바야돌리드를 골득실에서 가까스로 따돌리고 얻은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우에스카는 그야말로 구름을 걷는 듯한 한해였을 듯하다.
그런데 그들에게 ‘꿈의 무대’였을 플레이오프는 악몽의 경기가 되고 말았다. 우에스카의 맞상대는 헤타페였다. 우에스카는 지난 15일 새벽(한국시각) 엘 알코라스에서 벌어진 승격 플레이오프 준결승 1라운드에서 치열한 격전 끝에 2-2로 비겼다. 원정 골 우선 원칙에서 다소 밀리는 형국이 됐지만, 적지에서 이기기만 하면 꿈에 그렸을 라 리가 승격 진출 티켓을 얻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희망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하지만 16일 새벽 헤타페 콜리세움 페레스에서 벌어진 2차전에서 허탈하게 0-3 완패를 당하며 승격 기회를 날리고 말았다. 실력의 열세를 드러낸 듯한 스코어인데 그렇지 않다. 자중지란을 일으키며 무너졌다. 헤타페 수비수 칼라가 터뜨린 골 때문에 0-1로 끌려가던 후반 10분에 빚어진 상황을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종합 스코어에서 2-3으로 밀리게 되자, 후안 안토니오 안켈라 우에스카 감독은 라이트 윙 다비드 로페스를 빼고 베네수엘라 국가대표 출신 공격형 미드필더 알렉산데르 곤살레스를 투입했다. 안켈라 감독 처지에서는 상황을 뒤집기 위한 승부수였던 셈이다. 그리고 이 승부수가 발동된 시점도 적당했다. 후반 중반부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만회하지 못하면 목표인 승리를 따내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교체 아웃을 명받은 로페스가 돌발 행동을 벌이면서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로페스가 교체 아웃 명령에 불만을 품었다. 동료와 하이파이브하며 벤치로 향해 나오던 로페스는 갑자기 크게 흥분하더니 물병을 걷어차고 아웃을 지시한 안켈라 감독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로페스의 오만불손한 행동에 분노한 안켈라 감독은 경기를 보다말고 벤치로 향하는 로페스를 불러세우더니 마찬가지로 욕설을 퍼부으며 제자의 머리에 박치기를 시도했다. 로페스는 더욱 흥분하면서 감독에게 달려들려고 했다. 주변 스태프와 동료가 아니었다면, 우에스카는 수많은 축구팬들이 보는 앞에서 더욱 심한 추태를 보였을 것이다.
당연히 이런 상황에서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이 제기량을 발휘할 수 없었다. 안켈라 감독 역시 등 뒤에 자리한 로페스 때문에 경기에 집중할 수 없었을 것이다. 우에스카는 후반 18분 다니 파체코, 후반 29분 다비드 푸스터에게 더 실점하고 완패를 당했다. 경기 후 결과보다 우에스카의 추태가 미디어의 더 큰 관심을 모을 수밖에 없었다. 안켈라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선수에게 의견을 말할 권리가 있지만, 로페스는 내게 달려들었다. 그래서 나도 싸운 것”이라고 상황을 해명했다. 하지만 덤벼든 선수도, 맞붙은 감독도 모두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 수 없는 상황임에는 틀림없다.
한편 우에스카는 이 사건과 관련해 스페인 라리가 연맹(LPF)으로부터 징계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사후 경기 판독 결과 수비수 이니고 로페스가 경기 종료 직전 헤타페 선수에게 침을 뱉는 모습도 포착되어 또 다른 논란을 야기했다. 반 세기가 넘도록 꿈꿨을 꿈의 무대 앞에서 우에스카는 지독한 악몽을 꾸고 말았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스페인 <엘 문도 데포르티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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