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원이 들려주는 나의 나쁜놈 No.5 ③

김현록 기자 2017. 1. 4.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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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心스틸러] 김희원
[스타뉴스 김현록 기자]
김희원 / 사진=영화 '아저씨' 스틸컷
김희원 / 사진=영화 '아저씨' 스틸컷

악랄한 악역부터 풋풋한 순정남까지, 배우 김희원(46)의 넓은 스펙트럼이야 두말할 필요가 없지만 그가 선보인 다채로운 '나쁜놈'들은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가리지 않고 두루 사랑을 받았다. 그래서 들어봤다. 그가 직접 들려주는 '나쁜놈' 이야기를.

◆영화 '아저씨'(2010)의 만석

'아저씨'는 김희원이 "내 인생을 바꿨다"고 말하길 주저하지 않는 작품. 돈 몇 푼에 산 사람 장기를 떼다 파는 '아저씨'의 만석은 관객에게 충격마저 안긴 역대급 악역이었다. 이정범 감독은 영화 '거북이 달린다'(2009)에서 진지해서 더 웃긴 특공무술 관장으로 출연한 김희원을 보고 '저런 사람이 악역을 하면 더 흥미롭겠다' 싶어 먼저 출연을 제안했고, 당시 김희원은 '이런 역이 내게 오는 게 말이 되나' 싶어 잘릴 때 잘리더라도 열심히 하자는 각오로 역할에 임했다. 그가 짚은 이 악당의 포인트는 '일상성'이었다.

"이 세상에 가장 악한 게 뭔가 하는 생각을 했어요. 뭐가 제일 무서울까도 생각했어요. 나랑 절친한 친구가, 바로 주위에 있을 것 같은 사람이 나쁜 짓을 했을 때 제일 무서울 것 같았어요. 그래서 동생도 아끼고 밥도 먹이는, 보통 사람들이 하는 걸 다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계속 아이디어를 제시했어요. 정말 일반적인 사람이고 싶었거든요. 더욱이 거기선 장기밀매를 하는 사람인데, 그 사람이 '내가 사람이 못할 짓을 한다', '나는 쓰레기야'라고 생각하면 그 짓을 못할 것 같더라고요. 다른 사람의 아픔을 못 느끼는, 황금 만능주의의 사이코패스를 떠올렸어요."

김희원 / 사진='빛과 그림자' 캡처
김희원 / 사진='빛과 그림자' 캡처

◆드라마 '빛과 그림자'(2011)의 양태성

'아저씨'가 김희원을 처음 알린 영화였다면, 장장 7개월 넘게 방영되며 인기를 모은 MBC '빛과 그림자'는 여러 대중에게 김희원의 또 다른 매력을 널리 알린 드라마였다. 복고 내음이 가득한 이 드라마에서 그가 맡은 양태성은 약자에겐 철저히 군림하고 강자에겐 완벽하게 엎드릴 줄 아는 기회주의자. 번번이 주위 사람을 괴롭히고 배신을 거듭하며 보는 이들을 속 터지게 하다가도, 틈틈이 인간미와 빈틈을 내보이며 시청자와 밀당하던 그는 악당 너머 김희원의 매력적인 눈웃음을 실감케 한 캐릭터이기도 했다.

"나쁜 놈이긴 한데, 약간 낭만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요즘 나쁜 놈들이 너무 냉철하고 드라이하게 돈에 의해서만 움직인다면, 그땐 멋과 낭만, 호기가 있었다고 할까요. 그 기준으로 연기를 했어요. 그런 사람들을 요즘 보면 우스울 거예요. 동생을 괴롭히면서도 '밥 먹었어?' 하고 쓸데없이 물을 때, 그것도 깊은 곳에는 애정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거니까. 제 생각에는, 사람들이 악역을 사랑하는 이유가 모든 사람에게 그러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일 거라고 봐요. 착하게 사는 사람도 한번은 '에이씨' 하고 다 때려부수고 싶은 마음이 있고, 폭력으로 사는 사람도 어느 날 가만히 생각하면 '나름 이유는 있었어' 싶고, 그렇게 모든 사람이 양면성을 갖고 있잖아요. 항상 악역을 하더라도 인간 본연의 것을 표현하면 다 이해해주시겠지 하며 연기하는 것 같아요."

김희원 / 사진='미생' 화면 캡처
김희원 / 사진='미생' 화면 캡처

◆드라마 '미생'(2014)의 박과장

알콩달콩 으쌰으쌰 함께하던 영업3팀에 갑자기 찾아든 불길한 기운. tvN '미생'의 박과장은 한때 능력있는 상사맨이었으나 이제는 타성에 젖은 꼰대, 심지어 비리와 배임을 서슴지 않는 인물. 당구장 사우나에서 시간을 때우고 '막내' 임시완을 구박하는 것으로 모자라 성희롱에 막말까지 일삼으며 드라마 속 직장동료는 물론 방송을 보던 시청자들까지 기막히게 한 브라운관의 분노유발자였다. 방송이 시작한 후에야 '미생'에 합류했다는 김희원은 등장하는 내내 실감나는 연기로 긴장감을 더하며 그 구역의 악역으로 강렬히 자리매김했다.

"박과장은 악역이라기보다는 뭐랄까, 고춧가루? 그런 사람 있잖아요, 그냥 같이 있기 싫은 사람. 생각이 보통 사람이랑 다른 건지 같이 있으면 괜히 불편하고 사람 힘들게 하는. 사회 곳곳에 존재하는 그런 사람을 연기해야 되겠다 싶었어요. 걸음걸이부터 시키는 방법, 말투 그런 것 하나하나까지. 거기에 공감을 하셨나봐요. 댓글에도 '○○부장 잘 보고 있냐', '딱 우리 회사 ○○이네' 이런 게 엄청 많았어요. 박과장은 사회가 낳은 괴물 같아요. 이를테면 체제에서 열심히 살다가 배반을 당해서 체제를 뒤집으려 했던 거죠. 보시는 분들은 분노했지만 저는 굉장히 재미있게 했어요."

김희원 / 사진='송곳' 화면 캡처
김희원 / 사진='송곳' 화면 캡처

◆드라마 '송곳'(2015)의 정부장

'미생'이 직장을 다뤘다면 '송곳'은 그 너머 노동의 문제를 다뤘다. 어김없이 악역으로 김희원이 등장했다. 갑의 '마름' 노릇을 하는 정부장이다. 김희원이 연기했던 여러 악역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꼽은 캐릭터이기도 하다. 정육코너 판매사원으로 시작해 부장의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인 그는 마트 비정규직 사원들이 반기를 들자 전면에 나서 그들과 싸운다. 그리고 결국엔 무너진다. 하지만 그 모습이 그저 통쾌하지 않았던 건 정부장 역시 그저 직장에 헌신한, 열심히 살아온 노동자였고, 어찌할 도리 없이 벼랑 끝에 내몰린 '을'이었기 때문이다. 김희원의 신들린 연기가 큰 몫을 했음은 물론이다.

"제 딴에는 정말 슬펐어요. 초반엔 갑처럼 나오지만 사실 그게 아니잖아요. 이 시대 가장을 대표하는 사람이 아닌가 해요. 사실 세상에 진정한 갑은 몇 안 되잖아요. 대부분 다 을인데 갑인냥 사는 거죠. 잘 살고 있다고 스스로를 합리화하면서 열심히 살았던 그 사람이 너무 슬펐어요. 생각도 갈등도 정말 많이 했어요. 이 사람이 진정 갑이라 생각해서 이러나, 아니면 어쩔 수 없이 하느냐 선택하는 게 어려웠어요. 여러가지를 선택해야 하는데 그 선택을 고민하고 눈치를 보는 것 자체가 갑이 아닌 거잖아요. 제 맘대로 하는 게 갑이죠. 그것도 슬프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살라고 하는데 그걸 할 수 없는 사회가 되지 않았나 해요. 어떤 나라 사람은 '요트 사야지' 하면서 행복한 마음으로 저축하는데 한국 사람은 '아프면 병원비라도 있어야지' 하면서 저축하잖아요. 저는 어떻냐고요? 부정적인 마음으로 연금보험을 붓고 있습니다."

김희원 / 사진='이번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이아바) 스틸컷
김희원 / 사진='이번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이아바) 스틸컷

◆드라마 '이번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2016)의 최윤기

남부럽지 않은 직업에 재산에 여우같은 마누라까지 가진 다 가진 남자. 하지만 아쉬운 게 없어 그런지 한 다리 두 다리도 모자라 서너 다리를 걸쳐가며 바람을 피우는 어이없는 바람둥이. '이번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의 최윤기는 드라마 속 철부지 남자들 중에서도 가장 극단적인 철부지였다. 그 덕분일까. 밉상 짓을 골라 하면서도 분노나 짜증보다 폭소를 유발했던 캐릭터이기도 했다. 능청스런 코믹 연기 덕에 김희원의 악역 이미지 세탁에도 큰 도움이 됐달까. 유독 로맨스와 별 인연이 없었던 김희원은 '어쨌거나 러브라인'이란 평가에 "이건 러브라인이 아니라 바람라인"이라고 강조하며 "그것 말고 '정통' 멜로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송곳'에 이어 다시 호흡을 맞춘 김석윤 PD와 호흡이 잘 맞았어요. 하지만 완전히 다르죠. '이아바'는 제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판타지 코미디예요. 이런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어요. 말도 안 되죠. 연기도 리얼하게 하지 말자 했고 저도 그게 맞다고 봤어요. 목표가 그거였어요. 부부가 이 드라마를 보더라도 '드라마니까 그렇지 어떻게 저래' 하고 변명의 여지를 주는 것. 과장되게 과하게, '어디 한 번 망가지자' 하고 최대한 오버했어요. 오키나와로 밀월 여행을 갔다 딱 걸려 고생하는 대목은 연기하기 민망할 정도로 오버했는데 재미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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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록 기자 roky@mtstarnews.com<저작권자 ⓒ ‘리얼타임 연예스포츠 속보,스타의 모든 것’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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