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로 태어난 게 좋을 때, 여자 강간 뉴스 들을 때"..명문외고 보건소식지 논란

이유진 기자 2017. 3. 20.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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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페이스북 페이지 <한영외고 대신 전해드립니다> 갈무리

한 외국어고등학교가 배포한 보건 소식지에 ‘남자로 태어난 것이 좋을 때’는 ‘여자가 강간 당했다는 뉴스를 들을 때’ 등 성차별적인 내용이 담겨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17일 한영외국어고등학교 익명 페이스북 페이지 <한영외고 대신 전해드립니다>에는 “이게 실화입니까”란 내용과 함께 보건 소식지 사진이 한 장 올라왔다. 한영외고 마크가 그려진 소식지에는 보건실 이용 안내와 함께 ‘여와 남! 입장 바꿔 생각해봐요’란 코너가 실렸다.

해당 소식지는 ‘남자로 태어난 것이 좋을 때’의 사례로 ‘여자가 강간 당했다는 뉴스를 들을 때’, ‘명절날 일하는데 남자는 놀고 TV 볼 때’, ‘살아가는데 아무래도 여자에 비해 혜택이 많다’ 등을 들었다. 반면 ‘여자로 태어난 것’이 좋을 때의 예시에는 ‘잘못을 해도 남자애들보다 심한 벌 안 받고, 여자라고 봐줄 때’, ‘데이트 비용 남자가 부담할 때’, ‘아기 낳을 수 있어서’ 등을 적었다.

소식지는 또 ‘여자로 태어난 것이 싫을 때’와 ‘남자로 태어난 것이 싫을 때’의 예도 소개했다. 여자로 태어난 것이 싫은 예로는 ‘똑같이 배우고 똑같이 일해도 여자라 취직이 힘들고 월급이 적다’, ‘매달 마술에 걸릴 때’, ‘직장 상사에게 성희롱 당하기 쉽다’ 등이 제시됐다. 반면 남자로 태어난 것이 싫은 사례로는 ‘군대 가야 할 때’, ‘여자가 남자 화장실 들어가면 실수, 남자가 여자화장실 들어가면 치한·변태’, ‘용돈도 없는데 데이트 비용은 남자가 다 내라고?’ 등이 쓰였다.

소식지를 접한 한영외고 재학생·졸업생들은 “여자가 강간당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남자로 태어난게 좋다고? 진짜 이건 아니다”, “이런 꼴 보려고 한영외고 졸업했나 자괴감 들고 괴롭다”, “학교가 창피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영외고 졸업생 김모씨(27)는 “논란을 페이스북에서 접하고 화가 나 학교에 전화를 걸어 항의했다”며 “남녀 모두에 대한 오류와 편견으로 가득찬 종이가 학생들에게 배포됐다는 게 믿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문제가 된 보건 소식지는 해당 외고에 재직 중인 보건 교사가 만들어 각 학급에 배포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 교사는 20일 학생들에게 “소식지에 적힌 글은 소식지 하단에 소개한 참고문헌에서 발췌한 내용들로 성차별적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한영외고 관계자는 20일 “보건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직접 나서서 해명해 문제가 없다”며 “남녀 모두 편협한 생각을 가지고 살지 말자는 취지였기 때문에 학생들도 이해할 것”이라 말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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