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인의 테마파크 도시 싱가포르서 만난 한류열풍

maytoaugust 2017. 5. 26.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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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인은 뭘 검색하고 있을까? 라고 물음을 던지는 싱가포르 지하철 광고
[옆집부부의 수상한 여행-31] "오빠, 저게 뭐야? 어서 봐봐."

"응? 뭔데 그래?"

싱가포르 여행 첫날, 창이 국제공항에서 입국 수속을 하고 'MRT'라 불리는 지하철에 타자마자 벌꿀이가 내게 소리를 질렀다. 그녀의 손가락이 가리킨 곳은 다름 아닌 내 머리 위. 자세히 보니 "(Did you know) What do Koreans search for at this time of the year?(지금 한국인은 뭘 검색하고 있을까요?)"라고 물음을 던지는 싱가포르 지하철 광고판이었다.

"오 대박이다 이거. 이게 왜 여기 있지? "

"응 오빠. 왜 다른 나라도 아니고 한국인일까? 한국인이 검색하는 게 왜 궁금해? 이거 무슨 광고야?"

알고보니 어느 자산관리회사의 광고였는데, 돈을 융통하는 기업에서 이런 광고를 낸다는 건, 곧 이곳 싱가포르에서 한류가 "돈이 되고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었다. 싱가포르에서 우리 부부와 한류(韓流)와의 첫 만남이었다. 이 나라에도 현재 한류의 물결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증거였다.

(나중에 궁금해서 이 회사(Aberdeen) 홈페이지에 들어가봤는데, 저 광고로 회사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한국에서 잘 팔리는 검색어에 대한 게 아니라 바로 우리나라 검색엔진인 '네이버'에 자신들이 투자하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는 방법이었다. 우리가 이렇게 잘나가는 회사고 한국 사람들은 네이버를 주로 사용하는데, 우리는 이런데 투자하고 있다! 하고 자랑하는 그런 의미 말이다.)

싱가포르 센토사섬의 인사동 코리아타운
여행 도중 싱가포르 센토사섬 유니버셜스튜디오 바로 옆에서 '인사동 코리아타운'이란 상호를 본 적도 있었다. 잘 모르는 서양 사람이 보면 "왜 코리아타운(Korea town)이 여기 있어요?" 할 법한 그런 이미지랄까. 들어가보지는 못했는데 이 이 건물에는 2PM 등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의 공연을 홀로그램으로 만나볼 수 있는 'K라이브 센토사'가 위치해 있어 현지 관광객들이 손쉽게 K팝을 접할 수 있다고 한다.

한류에 대한 수요로 인해 한국 드라마와 예능도 한국에서 방영한 후 24시간 이내에 TV 채널에서 시청할 수 있다. 과거에도 한국 드라마를 보기 위해 불법 다운로드를 하거나 개인이 운영하는 온라인 사이트, 유튜브 등과 같은 채널에서 스트리밍을 이용했지만 품질을 보장할 수도 없고 저작권법 위반 소지가 다분했다.

하지만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 방송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해외 기업과 공동투자 형태나 배급사 제휴 형태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싱가포르의 한국 전문 케이블 채널 ONE이다. 한국에서 방영 중인 최신 드라마를 방영 후 24시간 내에 영어, 중국어, 말레이시아어 자막을 넣어 싱가포르 전역에 송출하고 있다.

싱가포르 시내의 한국 화장품 전문점. `고품질 화장품`이라는 글자가 눈에 띈다.

"저거 한국 화장품가게 아닌가?"

"송혜교가 보이네.(웃음)"

길을 다니면서 한국 화장품 전문점도 많이 볼 수 있었다. '고품질 화장품'이라는 글자가 눈에 띄는데 안에 들어가서 구경하니깐 점원이 한국인이냐고 묻길래 맞는다고 하고 신기해서 와봤다고 말하니 웃으며 천천히 구경하라고 했다.

싱가포르는 한 국가만 보면 작은 시장이지만 언어지리적 특성을 이용하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중국, 대만 등 주변국 수출 시 적은 비용으로 진출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그리고 싱가포르라는 나라 구성 자체가 다민족국가라 원체 코즈모폴리탄적 분위기이다보니 초창기부터 한류가 빠르게 확산된 국가는 아니었는데, 그런 싱가포르에 한류를 제대로 점화한 건 다름 아닌 드라마 '대장금'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싱가포르 내 K뷰티의 신호탄은 몇 년 전 아시아 전역에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라고.

"배우 전지현, 이영애를 TV에서 본 지 20년은 된 거 같은데라고 하기엔 여전히 너무 잘나가는 것 같아."

"그러니까요."

전지현이 입고나온 패션은 물론 립스틱, 마스크팩 같은 미용제품부터 '치맥'과 극에서 사용한 메신저 '라인'까지 매출이 급증해서 싱글벙글했다고. 싱가포르는 동남아 근처 국가 중에서는 물론이거니와 세계적으로도 가장 잘사는 나라 중 하나이니 그 파급력이 더 크리라 본다.

싱가포르 대형 쇼핑몰인 시티스퀘어 몰 내 `이뻐요(Yiboyo)` 매장
이렇게 한글을 보니 매우 낯설면서 글자 자체가 그림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물론 글자 하나하나도 예쁘지만, 한글의 우수성은 역시 따라올 수 없는 것 같다. 심지어는 아예 한국식 헤어숍이 버젓이(?) 영업 중이기도 했다. 이곳에서 가장 최신 헤어스타일은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나온 유시진 헤어와 강모연 헤어였다.

"이런 거 보면 돈 되는 사업은 진짜 따로 있는 것 같아. K뷰티와 K팝, 한류라는 밥상에 숟가락 하나 얹으려면, 최소 '굿즈'라고 불리는 부대상품부터 협찬으로라도 엮어서 팔아야 돈이 되는 게 아닐까."

"머리로 알고 있음 뭐해. 사업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잖아."

KOREAN STYLE(코리안 스타일)로 머리를 깎을 수 있는 싱가포르 내 한국식 헤어숍.
그러나 이것저것 눈에 담기는 열심히 담아봐도, 현실 월급쟁이 직장인 부부는 늘 그저 관중석을 못 벗어날 뿐이다. 한류를 등에 업고 어떤 이들은 싱가포르에서 이렇게나 많은 매출을 올리는데, 문득 여기 사람들은 어떤 아이템을 들여오고 싶거나, 어떤 한국 아이템을 팔고 싶어하는지 궁금해지는 순간이었다.

아니면 반대로 여기서 잘나가는 아이템을 한국에 들여오는 것도 좋겠고. 버블티, 딸기모찌, 대만카스테라 같은 그런 아이템 같은, 뭔가 대박을 부르는 그런 게 없을까. 생각만 해도 즐거운 상상인 것이다.

"오빠, 딴 생각하지 말고 일이나 열심히 해…."

"아 네. 죄송합니다…."

[MayToAugust부부 공동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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