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또 홈런..13살 소녀 야구천재의 유리천장 깨기
작년 여자 초등생 사상 첫 홈런
최고 시속 104km 투구도 위력
본격 시작 1년 만에 주전 꿰차
방에선 양말공, 휴일도 종일 연습
성인 여자팀 없어 일본 진출 꿈
'길을 만들면서 전진한다' 좌우명
까앙~. 알루미늄 배트의 경쾌한 타격음이 야구장에 울려 퍼졌다. 공은 외야담장(75m)을 넘어갔다. 지난해 8월 26일, 서울 장충리틀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기 전국 리틀야구대회. 성동구 리틀야구단(성동리틀)과 서대문구 리틀야구단의 대결에선 깜짝 홈런이 나왔다.
야구는 남자의 스포츠다. 여자에겐 절대 깨뜨릴 수 없어 보이는 ‘유리천장’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박민서는 이 쉽지 않은 길에 도전했다. 박민서의 아버지 박철희(46)씨는 “민서가 어릴 적에 태권도를 오래 했다. 그런데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야구를 하겠다고 졸랐다. 절대 허락할 수 없었고, 거의 2년간 이 문제로 부녀가 평행선을 달렸다. 결국 내가 졌다”고 말했다.
박민서는 2015년 9월 성동리틀 취미반(주말반)에 등록했다. 테스트에서 시속 91㎞짜리 공을 던졌다. 아버지 박씨는 “야구를 제대로 해본 적 없는데 그런 공을 던져 깜짝 놀랐다. 나중에 알아보니 자기 방에서 양말을 야구공처럼 말아서 던지는 연습을 했더라. 침대 밑에서 ‘양말공’이 10개 넘게 나왔다”고 말했다.
성동리틀을 30년 넘게 지도하고 있는 정경하 감독은 “민서는 야구에 대한 목표가 뚜렷하고, 열정이 대단하다. 손목 인대를 다쳤을 때도 훈련장에 나와 친구들 훈련을 돕더라. 능력도 또래 남자아이들에 뒤지지 않는다. 야구를 시작한지 1년 만에 홈런까지 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여자선수는 중학교 3학년(남자는 중학교 1학년 7월)까지 리틀야구에서 뛸 수 있다. 그 이후에는 운동과 일(공부)을 병행하는 여자 사회인 야구팀에 들어가는 방법뿐이다. 일본은 고교·대학에 여자야구팀도 있고, 실업리그도 있다. 아버지와 박민서는 고등학교를 일본에서 다니는 것과 국내에서 대학까지 마친 뒤 일본이나 미국 여자야구에 도전하는 것을 놓고 고민 중이다.
박민서의 좌우명은 ‘나는 길을 만들면서 전진한다’다. 지난해 어린이날엔 훈련장에 나가 스윙 연습을 했다. 올해 어린이날에도 하루종일 그러고 싶다. 박민서는 “중학생한테 어린이날이 어딨나. 오히려 중학생이 된 뒤 연습시간이 줄어서 속상하다”고 말한다. 앞을 가로막은 현실의 벽. 그럼에도 ‘야구 천재소녀’는 포기하지 않고 그 벽을 넘기 위해 조금씩 조금씩 자라고 있다. 담쟁이 덩쿨처럼.
■‘야구 천재소녀’ 박민서는 … 「
■ 생년월일 : 2004년 6월 2일 (대구 출생)
■ 체격 : 1m63㎝, 52㎏
■ 학교 : 무학초-행당중 (2017년 3월 입학)
■ 소속팀 : 서울 성동구 리틀야구단 (2015년 9월 입단)
■ 포지션 : 투수, 1루수
■ 2017년 2월 19일 구속 측정 시속 104㎞
■ 2016년 8월 26일 리틀야구 여자 초등학생 첫 홈런 (두산 베어스기)
■ 2017년 3월 25일 2호 홈런 (서울시 봄철 대회) 」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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