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우기 어렵고, 비싸고"..유기농 농산물 인기 '시들'

유진우 기자 2017. 5. 29.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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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불황에도 '웰빙(Well-being)’ 열풍 속에 호황을 누리던 유기농 농산물의 인기가 2010년을 정점으로 시들해졌다. 여전히 친환경 농산물을 고집하는 일부 소비자가 있기는 하지만 소비량은 예전만 못하다. 농작물 재배 기술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일반 농산물의 가격 대비 품질이 유기농 농산물 못지않게 좋아졌기 때문이다.

친환경농산물인증 마크 /조선일보 DB

29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따르면 친환경 인증 농산물 생산량은 2010년 116만1819톤에서 지난해 57만1217톤으로 급감했다.

친환경 인증 농산물 제도는 1999년 1월 도입됐다. 정부 차원에서 유기농·무농약 농산물을 인증하기 위해 만들었다. 유기농산물로 인정을 받으려면 유기합성농약과 화학비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재배해야 한다. 다년생 작물은 최소 수확 전 3년, 그 외 작물은 씨를 뿌리기 전 2년 전부터 해당 밭에 유기합성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해선 안된다. 유기질 비료나 친환경 농약 사용은 인정한다.

◆ 지난해 유기농산물 생산량, 10년 전 수준으로 뒷걸음질

까다로운 조건 탓에 인증 제도 시행 첫해 친환경 농산물 생산량은 1만8794톤에 그쳤지만 2008년에는 66만9242톤, 2009년 98만8740톤으로 빠르게 늘었다. 그러나 2010년을 정점으로 친환경 인증 농산물 수량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2011년 110만3105톤으로 소폭 떨어지는가 싶더니 지난해는 2008년 수준으로 줄었다.

품목별로 보면 채소류 친환경 인증이 가장 많이 줄었다. 유기농 채소류는 2010년 57만7892톤에서 지난해 14만5851톤으로 74.8%(43만2041톤) 감소했다.

감자·고구마 등 서류는 4만2322톤에서 1만6100톤으로 62%(2만6222톤), 특용작물은 16만3769톤에서 12만854톤으로 26.2%(4만2915톤), 과실류는 4만8489톤에서 4만4961톤으로 7.3%(3528톤) 줄었다.

오로지 쌀을 포함한 유기농 곡물류 인증량만 2010년 19만1755톤에서 지난해 23만3403톤으로 21.7% 증가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유기농산물을 재배하는 농민들의 신청을 받아 1년 단위로 친환경 농산물 인증을 내준다. 생산량이 급격히 감소했다는 것은 친환경 인증을 받으려는 농민이 그만큼 줄었다는 의미다.

대형 마트 판매대에 올라온 케일, 치커리, 로메인 등 유기농 농법으로 재배된 각종 잎채소. /조선일보 DB

유기질 비료나 친환경 농약값은 일반 비료나 농약보다 5배 이상 비싸 농가에 부담이 된다. 유기농산물의 수확량은 같은 면적에서 같은 작목을 재배해도 일반 비료·농약으로 재배한 작물의 60∼70%에 그친다. 여기에 상태가 좋고 상품성이 있는 농산물을 골라내면 실제 시장에 출하하는 물량은 20∼30% 수준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올해 80억원을 투입, 유기농 자재를 지원하고 있다. 농민은 50%의 돈만 내고 유기질 비료·농약 등을 살 수 있지만, 여전히 일반 비료·농약보다 비싸 수익을 내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직접 원료를 사 유기질 퇴비를 만들 수도 있지만 원재료 비용이 만만치 않을뿐더러 제조 과정에서 품이 많이 들어 자가 제조를 하는 농민은 드물다.

서울특별시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벼는 유기농 재배가 그나마 수월한 편이지만, 다른 농작물은 친환경 농법으로 농사를 짓다가 중도 포기하는 농민들이 적지 않다”며 “예산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 비싼 가격 탓에 외면…일반 농산물과 차별화 어려워

최근에는 비싼 가격 탓에 소비자들도 유기농 농산물 선호도가 낮아지는 추세다. 5㎏을 기준으로 유기농 사과 가격은 10만원 수준으로, 2만5000∼3만원 정도인 일반 사과보다 3∼4배 비싸다. 대형마트 기준 유기농 브로콜리 값은 개당 4500∼5000원이다. 1000∼1500원 하는 일반 브로콜리보다 4배 이상 비싸다.

가격은 비싸지만 영양학적 측면에서 유기농 농산물과 일반 농산물은 차이가 없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2009년 영국 런던 위생 및 열대 의과대학 연구팀이 지난 50년간 발표된 논문 55편을 분석한 결과 ‘차이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2012년 미국 스탠퍼드 의학대학 연구진도 지난 40년간 유기농과 일반 식품을 비교한 논문 237편을 분석한 결과 ‘차이가 없다’고 발표했다. 다만 일부 연구진은 ‘영양학적인 차이는 없지만, 유기농 농산물은 면역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주장한다.

서울 신길동에 사는 주부 이영래(42)씨는 “요즘은 일반 농산물도 잔류 농약 같은 품질 검사를 철저히 한 다음 시판되는 것으로 안다”며 “일반 농산물 품질이 괜찮다고 생각하고, 가계부도 빠듯하기 때문에 일반 제품보다 3∼4배 비싼 유기 농산물을 구입하는 것은 사치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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