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용은 노출하지 않는다. 다만 어떤 자동차를 타는 지는 쉽게 말할 수 있다. 어차피 ‘도미닉 토레토’는 언제나 ‘미제 머슬카’를 타고 나왔다.

<분노의 질주 8>에서는 그의 자동차로 닷지 차저와 플리머스 GTX가 등장한다. 이 둘은 머슬카의 황금 시대인 1960년대 등장했다. 당시 미국 자동차 제조사들은 대중적인 스페셜카 만들기에 바빴다. 일반 모델을 바탕삼아 디자인을 바꾸고 강한 엔진을 달아 청춘을 홀렸다. 대표적인 모델이 포드 머스탱, 쉐보레 카마로, 폰티악 GTO, 닷지 차저, 챌린저 등이다.
당시 미국 자동차 제조사들이 스페셜카 만들기에 집중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일반 모델과 대다수 부품을 공유하니 개발비 및 제조원가가 적게 든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고가의 정통 스포츠카에 비해 저렴한 가격에 강력한 성능 갖춘 차를 살 수 있으니 지갑이 쉽게 열리기 마련이다.

닷지 차저는 1966년 등장했다. 포드 머스탱보다 조금 더 큰 고급 쿠페를 목표로 크라이슬러의 B플랫폼에 패스트백 디자인을 입혀 완성했다. 특히 헤드램프를 양쪽 끝에 숨긴 일체형 그릴로 확연히 다른 인상을 안겼다. 그릴 양쪽 끝의 헤드램프는 평소에 뒤를 바라보고 있다. 뒷부분을 그릴과 같은 모양으로 다듬어 찾아보기 어렵다. 켰을 때 180° 회전해 앞을 비춘다.
1세대 차저는 모두 V8 엔진을 얹었다. 하지만 배기량은 5.2L, 5.9L, 6.3L, 7.0L, 7.2L로 다양하게 나눴다. 커다란 엔진에도 불구하고 변속기는 수동 3단, 4단과 자동 3단으로 단촐했다. 크라이슬러는 닷지 차저로 나스카 레이스에 나섰지만 차체가 뜨는 현상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스포일러를 다는 등 공기 저항 효과를 높였다.

1세대 출시 만 2년 만인 1968년 2세대 닷지 차저가 등장했다. 디자인을 슬쩍 고치고 판매량 늘려줄 기본형 엔진을 추가했다. 직렬 6기통 3.7L로 전혀 작지 않지만 말이다. 고성능 트림 ‘R/T’도 더했다. ‘길(Road)’과 ‘경주로(Track)’의 머릿글자다. V8 7.2L ‘440 매그넘’ 엔진 얹은 모델에는 기본으로, V8 7.0L ‘426 헤미’ 얹은 모델에는 선택형 패키지로 팔았다.
2세대 차저는 첫 해 9만6,000대가 팔리는 등 인기를 누렸다. 이 중 R/T 모델이 약 1만7,000대를 차지하는 등 인기를 누렸다. 이어 1969년에는 스페셜 모델 ‘차저 데이토나’를 만들어 나스카 레이스에 참전했다. 공력 성능을 높이기 위해 앞범퍼를 길고 뾰족하게 다듬고 뒤에는 높이 580㎜ 대형 리어스포일러를 달았다. 와류를 제거해 직진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닷지는 차저 데이토나의 공력 성능을 위해 록히드 마틴 조지아 공장에서 시험을 진행했다. 시험은 성공적이었다. 앞부분은 544㎏, 뒷부분은 272㎏의 다운포스를 만들었고 시속 330㎞를 기록했다. 닷지는 경주 참여를 위해 일반용 모델도 출시했다. 최고출력 375마력의 V8 7.2L 매그넘 엔진을 기본으로 달았고, 최고출력 425마력의 V8 7.0L 헤미 엔진은 옵션이었다.
하지만 닷지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1년만에 차저 데이토나의 생산을 끝내고 1970년에 플리모스 슈퍼버드를 똑같은 모양으로 생산했다. 그런데 슈퍼버드도 단 1년만에 단종했다. 차저 데이토나의 생산량은 총 503대, 플리모스 슈퍼버드의 생산량은 약 1,900대 정도다. 현재 차저 데이토나의 값은 약 30만 달러(약 3억 3,915만원) 정도다.

한편 크라이슬러는 2세대 닷지 차저의 인기에 힘입어 다양한 변종 모델을 만들었다. ‘신사의 머슬카’를 꿈꿨던 폴리머스 GTX가 그렇다. 겉을 좀 다르게 다듬어 멋지게 완성했지만 속살은 닷지 차저와 똑같다. 1967년에 폴리머스 GTX 첫 모델을 만들었는데, 불과 1년 만에 디자인을 바꿔 2세대라 우겼다.
닷지 차저 3세대와 플리머스 GTX 신형은 1971년에 등장했다. 머슬카의 인기가 정점을 향하던 때였지만 상황이 좋지 않았다. 기름값이 오르면서 머슬카 대부분의 판매고가 떨어졌다. 게다가 1973년 제 1차 오일쇼크가 터지자 상황은 급변했다. 머슬카의 암흑기가 찾아왔다. 이 때의 머슬카들이 귀한 이유다. <분노의 질주 8>의 플리머스 GTX도 오리지널이 아니다.

닷지는 1975년 4세대 차저를 내놓았지만 1978년 단종했다. 잘 살펴보면 모델 변경 주기가 빠르다. 이렇게 빠르게 모델을 갈아치운건 B-플랫폼을 계속 사용해서다. 머슬카로의 차저의 역사는 여기서 끝났다. 1981년 L플랫폼을 사용한 5세대 모델이 등장했지만 머슬카의 이름 이어받은 소형 해치백에 불과했다.
한동안 닷지는 차저를 고이 묻어뒀다. 허나 2006년에 크라이슬러 LX 플랫폼 이용해 4도어 세단으로 되살렸다. 닷지는 전통을 계승하는 의미로 이를 6세대 차저라 불렀다. 1960년대 클래식 스타일도 살짝 섞었다. 게다가 V8 6.1L 헤미 엔진 얹고 5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려 ‘머슬카’ 감성을 더했다. 현재는 2011년에 등장한 7세대 모델을 파는 중이다.

한편 머슬 쿠페의 자리는 챌린저가 차지했다. 1970년 등장한 챌린저는 포드 머스탱과 쉐보레 카마로를 정면으로 노리는 ‘라이벌’로 등장했다. 다만 1974년까지만 생산하고 단종됐다. 앞서 말한 오일쇼크 때문이다. 이후 1978년부터 1983년까지 미쓰비시 갤랑의 닷지형 모델에 챌린저라는 이름 붙여 파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한편 닷지는 포드 머스탱, 쉐보레 카마로 등 주요 머슬카들이 복고풍 디자인으로 회귀하자 2008년 챌린저의 부활을 선언했다. 1970년형 오리지널 챌린저를 현대에 맞춰 재해석한 디자인으로 눈길을 끌었다. 성능 또한 개선해 다양한 특별판도 선보였다.

<분노의 질주 8>에 등장하는 닷지 챌린저는 SRT ‘데몬’이다. V8 6.2L 헤미엔진에 2.7L급 슈퍼차저를 얹어 최고출력 840마력을 낸다. 데몬의 0→시속 97㎞ 가속은 2.3초, 0→시속 160㎞ 가속은 5.1초다. 닷지의 발표에 따르면 0→시속 97㎞ 가속이 양산차 중 가장 빠르다. 단 3,300대만 만든다.
글 안민희 기자(minhee@roadtest.kr)
사진 유니버셜 유튜브 캡처, 닷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