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시승] 쉐보레 올 뉴 크루즈

말 많고 탈 많은 쉐보레 올 뉴 크루즈를 시승했다. 개인적으로 오늘 행사를 손꼽아 기다렸다. 비싼 가격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어서다. 크루즈는 강력한 터보 엔진과 가볍고 견고한 차체, 운전자 보조 시스템 등을 무기 삼아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현대 아반떼 스포츠를 타는 입장에서 크루즈만의 특징을 또렷이 느낄 수 있었다. 

오늘 시승 코스는 올림픽대로와 춘천 고속도로, 중미산 굽잇길이다. 신참의 전입신고를 받기에 효과적인 무대였다. 간략한 코스 안내를 받고 곧바로 운전대를 잡았다. 시승차는 넣을 수 있는 모든 옵션을 곁들인 LTZ(2,848만 원) 트림. 따뜻한 브라운색 인조가죽이 눈을 가득 메운다. 또한, 센터페시아 패널과 기어노브 주변부에 블랙 하이글로시를 입혀 세련미까지 챙겼다. 다소 보수적인 아반떼보다 젊은 감각이다. 

크루즈의 보닛 속엔 직렬 4기통 1.4L 가솔린 터보 엔진이 들어갔다. 쉐보레에 따르면 “배기량을 낮추고 터보차저를 더해 성능과 효율을 모두 만족시켰다”며 궁금증을 부풀렸다. 그러나 이보다 기대감을 높인 건 정숙성이다. 아이들링 시 엔진의 숨소리를 차분하게 억제해 만족감이 높았다. 비결은 두툼한 흡음재. 소음과 진동을 죽이기 위해 각종 부품의 커버를 꼼꼼히 감쌌고, 보닛 안쪽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가운데 자리한 단열재도 돋보인다. 

먼저 올림픽대로에 올라 승차감과 가속 성능, 편의 장비 등을 체크했다. 차체 골격과 서스펜션이 전하는 느낌이 흥미롭다. ‘형님’ 말리부와도 상당히 비슷한 감각이다. 경량 소재를 통해 구형보다 110㎏의 무게를 덜었지만, 든든한 느낌은 여전하다. 승차감을 해치지 않으면서 자세를 유지하는 능력이 탁월했다. 때문에 경쾌한 준중형 세단이라기 보단 한 체급 위의 자동차를 모는 느낌이다. 

심장은 터보차저의 존재감을 눈치 채기 힘들다. 최고출력은 153마력(5,600rpm), 최대토크 24.5㎏·m(2,400~3,600rpm)를 뿜는다. 아반떼 스포츠와 비교하면 최대토크가 나오는 구간(1,500~4,500rpm)이 다소 소박하다. 그래서 그럴까? 초반부터 강력한 가속 능력을 내기보다 꾸준하게 속도를 붙여나가는 게 특징이다. 또한, 주 회전 영역인 2,000rpm 전후의 몸놀림은 기대만큼 경쾌하지 않았다. 

고속 주행 능력은 흠잡을 곳이 없다. 스티어링 휠의 반응도 또렷하고 차의 거동도 무척 안정적이다. 공기저항계수(Cd 0.28)도 낮은 만큼, 바람을 가르는 실력도 수준급이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소음과 풍절음도 단칼에 제압했다. 또한, 가속 페달을 80% 이상 밟으면, ‘딸깍’ 소리와 함께 잠재 성능을 모두 끌어낸다. 폭발적이진 않지만 원하는 속도 영역까지 꾸준하게 밀어붙인다. 

드디어 자동차 마니아의 성지, 중미산에 도착했다. 아쉽지만 크루즈에 스포츠 모드는 없다. 대신 기어레버를 수동 모드에 놓고 변속기의 주도권을 쥐고 흔들었다. 오르막과 내리막 구간을 두 차례정도 반복하면서 크루즈가 가진 모든 패를 하나씩 엿볼 수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역동성’을 으뜸 매력으로 강조한 쉐보레의 주장에 수긍하고 말았다. 특히, 랙 타입 전자식 파워 스티어링(R-EPS)이 전하는 핸들링은 아반떼 스포츠를 뛰어넘는다. 시종일관 쫀득하고 날카롭다. 마치 비싼 연필로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운전대를 돌리는 게 신이 난다. 아반떼 스포츠도 컬럼 타입(C-MDPS)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지만, 크루즈가 한 발 앞선다. 

하지만 답답한 변속기와 부족한 브레이크가 발목을 잡는다. 각단을 움켜쥐는 반응 속도가 느리고 이따금씩 적정 단수를 찾지 못해 허둥대곤 한다(D 레인지). 물론 도심과 고속도로에선 부족함 없는 성능을 내지만, 화끈하고 싶은 운전자의 의도에 찬물을 끼얹는다. 또한, 브레이크는 오르막에서도 쉽게 지치는 모습을 보였다. 더욱이 초반 답력이 약해 브레이크 페달 조작이 수고스러웠다. 쉐보레가 ‘역동적인 젊은 운전자’를 주 타겟 목표로 삼은만큼, 제동 성능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두 가지를 빼면 크루즈의 주행 성능은 대단히 뛰어났다. 과격한 코너링에도 늘 차분하고 정확했다. 때문에 운전자의 심리적 안정감이 계속해서 올라갔다. 앞바퀴 굴림 승용차지만 뒷바퀴에도 충분한 접지력을 느끼면서 달릴 수 있었다. 게다가 시승차가 신은 18인치 미쉐린 프라이머시 MXM4 타이어는 스포츠 타이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노면을 붙드는 능력이 탁월했다.  

물론 뒤 차축의 접지 한계는 아반떼 스포츠가 더 높다. 가령, 오른쪽으로 차의 하중을 옮기고 코너를 공략하면, 토션 빔의 특성상 코너 안쪽 뒷바퀴가 뜨는 현상도 종종 있었다. 같은 상황에서 아반떼 스포츠는 안쪽 바퀴까지 도로를 움켜쥐며 선회한다. 그러나 크루즈에게 불안감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언제나 운전자의 의도대로 정직하게 반응한다. 

중간 경유지에 들러 안팎 디자인을 꼼꼼히 살폈다. 크루즈가 꽤 날렵해졌다. 기존의 단단하고 직선적인 디자인을 벗어던지고 매끈하게 거듭났다. 가령, 앞부분의 무게 중심을 낮추면서 A필러는 한껏 뒤로 눕혔다. 꽁무니로 흐르는 선도 구형보다 스포티하다. 전체적인 실루엣은 아반떼와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밋밋한 뒷모습이 산통을 깬다. 테일램프의 디자인은 독창성이 떨어지고 단순히 기능적 역할 위해 붙인 듯하다. 또한, 트렁크 리드에 붙은 리어 스포일러는 다소 거추장스럽다. 차라리 표면의 끝을 쫑긋 세웠으면 어땠을까? 

차체의 길이와 너비, 높이는 각각 4,665X1,795X1,458㎜다(참고로 아반떼는 4,570X1,800X1,440㎜). 길이는 크루즈가 95㎜ 길고 너비는 5㎜ 작다. 높이는 18㎜ 더 크다. 휠베이스는 2,700㎜로 아반떼와 같다. 

넓은 차체의 혜택은 뒷좌석이 고스란히 받았다. 가령, 무릎 공간은 아반떼보다도 11㎜ 더 넓고, 북미 사양엔 없는 뒷좌석 가운데 머리받침대를 추가했다. 가죽의 질감과 도어 트림의 만듦새도 만족스럽다. 하지만 몇 가지 단점들이 눈에 띈다. 우선, 시승차는 2,800만 원이 넘는 최고 사양임에도 뒷좌석 송풍구가 없다. 더욱이 머리 공간은 날씬한 루프 덕에 조금 부족하다. 때문에 등을 바르게 펴고 앉으면 머리를 편안히 기댈 수 없다. 물론 사람마다 체형이 다르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트렁크 공간도 충분하다. 아반떼보다 바닥면이 깊숙해 활용도가 좋아 보인다. 또한, 뒷좌석을 60:40으로 나눠 접을 수 있어 길쭉한 짐도 무리 없이 실을 수 있다. 더욱이 보이지 않는 곳에도 꼼꼼히 흡음재를 발랐다. 

공간 체크를 끝내고 다시 서울로 발걸음을 돌렸다. 서울 방향 춘천 고속도로는 구간 단속 구간이 길게 있어 주행 연비와 차선유지 보조 시스템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스티어링 휠 왼쪽에 자리한 크루즈 컨트롤 버튼을 눌러 시스템을 활성화했다. 시속 100㎞에선 약 1,800rpm을 유지하며 항속한다. 고속에서 기록한 크루즈의 연비는 1L 당 17㎞. 정부 공인 표준 연비인 14.4㎞/L를 훨씬 상회했다. 

반면, 차선유지 보조 시스템은 다소 실망스럽다. 고속도로는 차선이 명확해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지만, 크루즈는 차선 끝에서 아슬아슬 운전대를 꺾으며 불안감을 키웠다. 말리부에 들어간 장비는 똑똑했기 때문에 아쉬움이 크다. 또한, 쌍용 티볼리에 들어간 시스템과 비교해도 만족도가 떨어진다. 조금 더 세밀하게 조율할 필요가 있다. 

다시 도심 구간에 들어왔다. 크루즈는 모든 트림에 스타트&스탑 시스템(정차 중 시동을 꺼 연비를 높일 수 있는 장비)을 품었다. 막히는 출퇴근길에서 요긴하게 쓸 수 있는 장치다. 시승 중엔 히터와 열선 등을 많이 쓰는 관계로 작동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지만, 연비에 민감한 소비자에게 매력적인 아이템이 분명하다.

쉐보레가 야심차게 내놓은 올 뉴 크루즈. 그들의 설명대로 신형은 모든 면에서 일취월장했다. 특히 기존 크루즈가 가진 ‘우수한 기본기’를 더욱 더 발전시켰다. 최고급 사양은 가격에 걸맞은 상품성을 지녔다. 중형차의 크기가 부담스럽고, 기존 준중형 세단의 빈곤함에 실망했다면 크루즈를 목록에 넣어도 좋다. 

<질의 응답> 

Q. 엔진과 변속기의 완성도가 인상적이다. 그러나 편의 장비가 다소 부족해 보인다. 예컨대, 동승석 의자는 수동식으로 조절하고, 운전석엔 요추 받침대가 없다. 안전띠는 높이를 조절할 수 없고 뒷좌석의 송풍구도 빠졌다.

   A. 신형 크루즈의 제품 컨셉트는 주행 질감을 업그레이드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동급 최초로 능동형 안전 장비를 담는 등 크루즈만의 장점을 부각시켰다.   

Q. 북미형 크루즈와 비교해 한국형 모델의 특징은 무엇인가? 

  A. 쉐보레는 국가별로 각 지역의 특성에 맞게 서스펜션을 튜닝한다. 유럽형 크루즈는 뒤차축에 멀티링크 서스펜션을 넣고 단단하게 조율했다. 국내 모델은 승차감에 조금 더 치중했다.   

Q. 현재까지 계약 대수가 궁금하다. 또한, 향후 하위 트림이나 디젤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 있는지? 

  A. 크루즈는 경쟁 모델보다 부족한 파워트레인(1.4L 터보 한 가지)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약 2,000대의 계약을 받았다. 올 하반기엔 디젤 엔진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크루즈의 라인업을 확대하겠다.   

Q. 신형 크루즈가 NHTSA(미국도로교통안전국), 유로NCAP(유럽 신차 평가 프로그램)에서 실시한 충돌테스트에서 별 4개를 받는데 그쳤다. 구형(별 5개)보다 오히려 떨어졌는데 이유가 궁금하다. 

  A. 별 4개를 받은 게 맞다. 측면 충돌 부분에서 다소 취약했고 뒷좌석 도어의 품질이 부족했다. 그러나 조만간 NCAP에서 다시 한 번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별 5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Q. 국내 모델은 에어백이 6개로 미국보다 적다. 

  A. 미국은 체계적인 안전 법규가 있다. 한국도 물론 이에 버금가는 법규를 갖고 있지만, 현재 시점에서 6개 에어백도 충분하다고 판단했고, 고장력 강판 등의 확대 사용을 통해 안전성을 충실히 확보했다.   

Q. 가격이 비싸다는 논란이 있다. 

  A. 우리는 엔트리 트림의 가격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국내 중형차 시장은 점점 고급화되고 있고 준중형 모델 역시 차체 크기를 키우고 있다. 향후 디젤 모델의 투입을 통해 가격을 폭넓게 가져갈 생각이다. 신형 크루즈의 주 고객은 ‘운전을 좋아하는 역동적인 25~35세 소비자’다.   

글 강준기 기자 

사진 한국지엠, 강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