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할때 제법 괜찮은 술, 호세 쿠에르보(데킬라)
[술이 술술 인생이 술술-2] 누군가를 유혹하려 할 때 데킬라는 썩 훌륭한 선택이다. 그중에서도 가격 대비 맛이 훌륭한 호세 쿠에르보 에스페시알(이하 호세 쿠에르보)은 꽤 괜찮은 '작업주'다. 샴페인 돔 페리뇽이 이미 모든 것을 이룬 남자의 느낌이라면 호세 쿠에르보는 거칠면서도 뭘 좀 아는 남자 같은 느낌을 준다. 데킬라는 용설란을 증류해 만든 술이다. 호세 쿠에르보는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리는 데킬라다.

마시는 방식부터 에로틱하다. 스트레이트 잔이 찰랑찰랑하게 호세 쿠에르보를 따른 다음 손등에 레몬을 짜 즙을 바른다. 살짝 소금을 뿌린다. 잔을 비운다. 알코올 향이 식도를 타고 올라오기 전에 레몬즙과 소금이 섞인 손등을 재빨리 핥는다. 손등을 핥으면서 눈빛을 교환할 수도 있다. 상대에게 느끼하게 굴지 않을 자신이 있을 때에만 쓸 수 있는 방법이다.
잔 주둥이에 레몬을 바른 다음 소금을 뿌린 접시에 잔을 찍어 데킬라를 따라 마시는 방법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술이 더 맛깔스럽게 느껴지는 전자 쪽을 선호한다.
호세 쿠에르보와 소금, 레몬에 얽힌 이야기로 어색한 분위기를 녹일 수도 있다.
"왜 데킬라를 마시고 레몬이랑 소금을 먹는지 알아? 멕시코에서 데킬라는 우리나라의 소주 같은 서민 술이야. 뙤약볕에서 종일 일한 인부들이 퇴근하고 데킬라 한잔 하러 술집에 가. 그런데 멕시코 작부들은 시트러스 계열 향수를 즐겨 썼대. 이게 레몬향이랑 비슷하거든. 근데 멕시코는 덥잖아. 남자고 여자고 간에 땀이 많이 났지. 작부를 옆에 앉혀놓고 데킬라를 한 잔 마신 다음 입맞춤을 하는 거야. 시큼하고 짭조름한 맛이 났겠지. 그래서 데킬라에는 레몬과 소금이 빠질 수 없는 거야. 로맨틱하지 않니."
이 에로틱한 이야기는 하지만 정설은 아니다. 멕시코인들이 땀으로 배출된 염분, 비타민 등을 보충하려고 소금, 레몬을 곁들이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는 보통 코냑, 위스키 등을 마실 때 스트레이트를 선호한다. 하지만 호세 쿠에르보는 예외다. 여러 변주로 더 다양한 풍미를 즐길 수 있어서다.
'슬래머(Slammer)'는 재미있고, 달콤하고, 짜릿하고, 위험한 술이다. 슬래머라는 이름은 잔을 내리 찍은(슬램·slam) 뒤에 마시는 데서 유래했다. 데킬라를 스트레이트 잔에 3분의 1쯤 따르고 레몬 또는 자몽향이 나는 탄산음료를 마저 채운다. 술이 튀지 않게 냅킨으로 잔 상단을 덮고 손바닥으로 움켜쥐듯 잡는다. 잔을 탁자에 적당한 힘으로 탕, 탕, 탕 내리친다. 탄산이 올라오면 재빨리 털어 넣는다. 탄산음료의 달콤함과 호세 쿠에르보의 알싸함이 조화롭다. 잔을 치는 재미가 있다. 연인과 마셔도, 친구와 마셔도 좋다. 달콤함에 취해 정신없이 들이켜다가는 정말로 취해버리기 십상이다. 낭패를 보지 않으려면 호세 쿠에르보가 독주임을 잊어버리면 안 되는데, 대개 잊고 만다. 내리치는 힘을 잘 조절해야 한다. 너무 세게 치면 잔이 깨져 손을 다칠 수 있다.
스스로 말술이라 자부한다면 호세 쿠에르보 폭탄주에 도전해 봄 직하다. 소폭처럼 고소하기보다는 시큼하고 쌉싸름하다. 과음했을 때 숙취도 상당하다. 하지만 훅 취하는 데에는 이만한 조합이 드물다. 작업주로는 적합하지 않다. 두주불사 모임에서 부어라 마셔라 할 때나 고려해 볼 만하다.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맥주와 호세 쿠에르보를 같이 마실 때에는 폭탄주식으로 섞어 먹기보다는 차라리 안주처럼 마시는 편이 낫다. 코로나처럼 탄산이 많은 맥주가 잘 어울린다. 호세 쿠에르보를 홀짝이고 입을 헹구는 느낌으로 코로나를 마시는 것이다. 무더운 날에는 냉동고에 두었다가 먹어도 괜찮다. 도수가 높아 꽁꽁 얼지 않고 슬러시처럼 걸쭉해진다. 점도가 높은 액체가 목을 타고 천천히 넘어가면서 데킬라 향이 천천히 퍼진다. 서늘함과 뜨거움이 공존하는 맛이 난다.
애주가에게 과유불급은 금과옥조다. 호세 쿠에르보를 마실 때에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레몬과 소금을 핥아먹다가 탕탕 쳐서 슬래머를 만들어 먹다 보면 본인의 주량을 넘기 쉽다. 38도로 도수가 높은 편이다. 숙취도 심하다. 1ℓ짜리 호세 쿠에르보는 대형마트에서 5만원 선에 구입할 수 있다.
[취화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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