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장의 인증 중고차 제도
미국 시장의 인증 중고차 제도
글/채영석(글로벌오토뉴스 국장)
미국은 신차도 단일시장으로 세계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지만 중고차 역시 그에 걸맞는 규모를 자랑한다. 신차 판매는 연간 1,700만대 정도 안팎을 유지하고 있으며 중고차는 4,200만대 수준의 거래를 보이는 미국의 자동차시장은 우리의 개념으로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내용들이 많다.
특히 작년의 911 테러 이후 파격적인 인센티브와 최장 72개월의 무이자 할부 판매, 7천 달러까지의 현금 리베이트 등이 실시되고 있다. 이로 인해 지금은 신차를 구입했을 때의 월 지출비용이나 중고차를 구입했을 때나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중고차 시장이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신차 판매를 위한 적극적인 이런 리베이트와 무이자 할부전략 덕택에 많은 신차를 팔 수 있었던 메이커들은 이제 그 전략의 일환으로 이루어졌던 리스차량 조기 반환과, 대체수요에 의해 뛰쳐나온 중고차들을 처리하고, 더 낳은 중고차의 가치를 보장받기 위해 힘쓰고 있다.
그동안 외면시 되어 왔던 인증 중고차 제도가 그 대표적인 예 중에 하나다. 인증 중고차량은 대부분 메이커에 의해 직접 결정되고 판매되는 것으로서 딜러의 수익 증대와 기존차량 가치 보존에 의한 고객 이득 증대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우선 인증중고차량에 대해 알아 보자. 인증중고차가 되기 위해서는 몇가지 기준이 있다.
첫째로 리스반환 차량이어야 한다. 미국의 신차 시장은 많은 경우 전체 판매의 30% 가량이 리스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내용이다. 보통 할부금융회사 등을 통해 구입한 차량 중 리스대금 미납으로 압류된 차량이나 매매된 차량의 경우는 그 상태가 극히 불량한 경우가 많았다. 이런 차량은 해당이 되지 않는다.
미국의 중고차 가격은 보통 3년 주기로 큰 곡선을 그리는데 이는 대부분의 차량 리스 기간이 30개월 혹은 36개월 기준이기 때문에 그렇다. 또 중고차량 리스에 관해서도 차령이 5년이 넘은 차량은 재 리스가 불가능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두 번째로 차령 3년/36000 마일의 주행거리를 넘지 않아야 한다. 이는 대부분의 중고차 구입자들이 인증중고차량 제도에 의해 더 긴 보증기간을 받더라도 기본적으로 보증거리를 넘지 않은 차량을 구입하고자 하는데 기인한다.
세 번째로 무사고여야 한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무사고의 개념과는 다른 어느 한 차체 부품도 교체되거나 도색된 곳이 없는 차를 말한다.
이런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한 차들이 딜러에게 되돌아오게 되면 자동으로 선별이 된다. 딜러에서는 메이커나 혹은 메이커에 부속된 금융기관, 예를 들면 크라이슬러 파이낸셜이라든가 포드 크레디트 등으로부터 500 불에서 800불 사이의 수수료를 받고 메이커마다 정해진 기준에 따라 차량을 검사한다. 이 검사의 종류는 포드는 115 가지. GM 은 123 가지, 크라이슬러는 120가지, 혼다는 150가지, 토요타는 145가지 등 아주 많은 항목이 있다.
이러한 검사를 통과한 차량은 다시 메이커에 검사결과가 송부되고. 메이커에서는 이러한 차량을 딜러에 일정량 할당하여 인증중고차를 허가한다. 인증중고차는 메이커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데. 이는 메이커에서 추가적으로 3년에서 10년에 이르는 보증기간을 추가해주고, 별도의 혜택을 주기 때문이다.
딜러에서 이러한 차량을 판매하게 되면 신차 판매시와 똑같은 인센티브를 받게 되는데 구입자의 경우는 추가된 보증기간과 함께, 신차에 비해서 더 낮은 금리와 더 낮은 신용기준을 요구 하기 때문에. 인증중고차의 대부분은 다시 리스 되거나, 할부 판매 되는게 대부분이다.
그에 비해 인증 중고차의 가격은 동일 상태의 차량보다 보통 10~20% 정도 비싸게 판매된다.
사실 추가된 보증기간과 함께 이러한 서비스들은 미국 내에서 별도로 돈을 내고 보험과 비슷한 형태로 구입할 수 있게 되어 있는데, 빅3를 제외한 일부 외국 메이커들의 경우는 이러한 제도를 자신들의 인증 중고차제도 이름 하에 팔고 있기도 하다.
대부분의 메이커들은 자신들의 웹 사이트에 인증중고차 웹사이트를 구축해 실시간으로 딜러십에 전시된 중고차들을 검색할 수 있게 되어 있으며. 메이커에서도 올해 4/4분기부터 혼다를 시작으로 많은 양의 광고를 시작하고 있다.
또 다른 메이커들의 움직임은 바로 ‘Factory inventory sale’이다.
이것은 미국 내에서 상당한 양의 판매를 차지 하고 있는 Fleet/Lease 반환 물량을 소화하기 위한 제도인데 Fleet/Lease 란 대규모로 차량이 필요한 회사들, 예를 들면 렌트카회사나, 전화회사등의 대규모 회사들을 대상으로 메이커 자체 내에서 특정한 계약을 맺고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지난 2001년 초 ‘엔터프라이즈 렌터카’는 크라이슬러와 일부 차종에 대한 계약을 맺었었다. 그 내용은 2001년형 네온을 구입할 때 딜러인 ‘보이스’에서 20%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비용을 24개월 동안 무이자 할부로 지불하며 전체 구입대수의 절반에 해당하는 대수에 대해서는 24개월 이내에 차량의 상태가 양호할 경우 언제라도 반납할 수 있도록 했다. 반납시에는 구입 후 `12개월까지는 지금까지의 비용만으로 무조건 반납, 그리고 12개월 이후부터는 차량구입비용의 절반 값을 무조건 보장하는 내용이었다.
따라서 우리나라 메이커들을 비롯한 많은 메이커들은 렌트카 회사에 이러한 계약으로 반납된 차량들을 별도로 관리하여 판매한다. 대부분 차령 2년 미만에 아주 적은 거리의 주행거리를 가지고 있다. 이런 판매를 ‘Closed sale’ 이라고 하거나 혹은 ‘Factory Inventory Sale’ 이라고도 한다. 이러한 판매는 일반적으로 중고차가 판매되는 경매장에서 이루어진다. 차이점은 말 그대로 자사 딜러십만을 대상으로 판매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자사 딜러십의 이익을 위해,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지금은 중단되었지만 대우는 많은 양의 레간자를 이렇게 처리했었으며 기아는 일부 세도나와 세피아, 그리고 일부 옵티마를 판매하고 있다.
이 Closed sale 에 판매되는 차량은 비단 Fleet/lease 차량만은 아니다. 레몬(Lemon) 차량이라고 불리우는 하자차량, 그리고 딜러십에서 구입하였다가 , 오더 잘못이나 다른 이유로 반납된 차량들, 그리고 운송과정 중에 손상을 입은 차량도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차량들은 공장 출하시와 같이 Factory sticker (차량의 옵션상태를 포함해 주문자, 인도자의 내용, 그리고 차량의 M.S.R.P 가 표기 되어 있음) 가 포함되고 Fleet/lease 를 제외한 차량은 주행거리와 관계없이 새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판매할 수 있다. 이때 최초 등록시에는 생산확인증이라고 불리우는 ‘Certificate of Manufactoring’ 이 발행되는데 이것을 새로 출력해 준다.
대부분의 경우는 데모 차량, 즉 시승차량의 조건으로 판매가 되는데, 실제 딜러십에서 판매되는 데모 차량의 대부분은 이러한 차량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판매되는 차량의 가격은 보통 딜러에서 새차를 구입하는 비용보다 좀더 싸게 구입할수 있고, 새차 판매의 실적으로 포함되어 딜러에 인센티브가 주어지는 경우가 많다.
Fleet/lease 차량의 경우는 많은 차량이 위와 같은 폐쇄경매를 통해 판매 된 뒤 딜러에 의해 인증 중고차로 인증되어 판매된다. 포드의 경우는 이런 경로를 통해 판매된 차량의 일부를 시작부터 인증 중고차로 지정하여 판매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