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인기 타고.. '퓨전 사극' 전성시대

채민기 기자 2017. 6. 1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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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3사, 조선시대 배경으로 한 드라마 나란히 방영]
해외서 선호도 높은 장르 '사극'
역사 배경에 가상의 이야기 혼합, 가볍고 보편적인 로맨스물 인기
"현대극보다 부담 적은 사극으로 정치적 메시지 드러내기도"

하늘하늘 치마저고리와 넉넉한 도포, 임금님의 선홍색 용포(龍袍) 자락이 안방 극장을 뒤덮었다. KBS·MBC·SBS 지상파 방송사 3사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퓨전 사극 경쟁에 돌입하면서다. 역사적 배경에 가상의 스토리를 버무리는 퓨전 사극은 '성균관 스캔들'(2010), '해를 품은 달'(2012), '구르미 그린 달빛'(2016)과 같은 히트작이 나온 장르다. 그러나 지상파 3사가 같은 시대를 다루는 작품을 나란히 방영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MBC가 지난달 10일 '군주-가면의 주인'으로 포문을 열었다. 세자가 조선의 물을 독점한 사조직 '편수회'와 맞서며 어진 국왕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다. 어린 세자를 편수회 손아귀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가면을 씌워 얼굴을 숨긴다는 독특한 줄거리로 수목드라마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다.

SBS 월화드라마 ‘엽기적인 그녀’에서 주인공 견우가 청나라 유학을 마치고 조선으로 돌아오는 장면. 현대적인 느낌이 나는 선글라스를 썼다. /SBS

추격에 나선 KBS 수목드라마 '7일의 왕비'는 유일하게 실존 인물들이 주인공이다. 연산군과 그의 이복 동생 중종, 중종의 첫 부인이었다가 반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책봉 7일 만에 폐위당한 단경왕후 신씨가 등장한다. 이 사실(史實)의 뼈대 위에 연산군과 중종이 신씨를 둘러싼 연적(戀敵)이었다는 상상을 더했다. SBS가 지난달 29일부터 방송 중인 월화드라마 '엽기적인 그녀'는 월담을 일삼는 말괄량이 공주와 청나라 유학파 귀공자 사이의 로맨스물이다. 전지현·차태현 주연의 2001년작 동명 영화를 조선시대 배경으로 리메이크했다. 주먹질하고 술 취해 구토하는 공주의 모습이 거부감을 준다는 지적도 있지만, 십여년 전 영화에 등장해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던 장면을 패러디한 것이다.

사극은 간접광고(PPL)로 제작비를 충당하기 어려워 제작사들이 꺼리는 장르로 분류되기도 한다. 그런데도 퓨전 사극이 쏟아지는 이유로는 우선 한류(韓流)가 꼽힌다. 한국 전통은 시각적으로 색다른 느낌을 주며 외국 시청자들의 눈길을 끄는 소재다. 역사 지식이 있어야 재미있는 정통 사극보다는 로맨스처럼 보편적 스토리를 다루는 퓨전 사극으로 이를 활용하는 것이다. 사전 제작된 '엽기적인 그녀'는 실제로 일본·홍콩·대만 등 아시아 11국에 팔렸고 북미·중남미에서도 인터넷으로 방영 중이다. 제작사 래몽래인의 윤서연 콘텐츠사업팀장은 "동남아 지역에서 한국 사극에 대한 선호도가 특히 높다"고 말했다.

방영 중인 퓨전 사극들이 주목한 조선시대는 사료(史料)가 풍부하다는 장점이 있다. 조선왕조실록부터 각종 야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료를 바탕으로 이야기에 구체성을 불어넣을 수 있다. 드라마평론가 공희정씨는 "사료가 부족하면 상상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시청자들이 이를 그저 '꾸며낸 이야기'로 받아들여 몰입도가 떨어지기 쉽다"고 했다.

요즘 퓨전 사극 편성이 집중된 것은 탄핵 정국과 대선을 거치며 정치가 가장 뜨거운 관심사로 떠오른 현실과도 관련이 있다. 이 드라마들은 줄거리가 저마다 달라도 지도자의 자질이나 권력의 속성, 대중의 참여의식 같은 정치적 메시지를 드러낸다는 공통점이 있다. '군주'와 '7일의 왕비'는 국왕이나 세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이상적인 국가와 리더십을 조명한다. 로맨스물인 '엽기적인 그녀'도 조정 실세들이 공주의 생모인 중전을 폐위시키는 장면으로 시작하며 장차 전개될 권력 투쟁을 예고했다. 이화여대 국문과 김미현 교수는 "현대극으로 다루기엔 민감한 소재를 부담이 덜한 사극으로 소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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