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살아있다]용암동굴에서 어떻게 석회동굴 생성물이 자랄까

제주도의 다채로운 화산지형 중에서도 세계적으로 독특함과 아름다움을 인정받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용암동굴’입니다. 유네스코는 지난 2007년 제주도를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하며 ‘제주도 용암동굴이 전 세계 용암동굴계 중 가장 우수하고 아름답다’고 표현했습니다.
석회동굴과는 다른 매력을 가진 제주도 용암동굴
용암동굴은 용암이 흘러서 만들어진 동굴입니다. 제주도의 용암동굴은 현무암질 마그마가 흐르면서 형성됐습니다. 현무암질 마그마는 규소 성분이 적게 들어 있어 점도가 아주 낮습니다. 그 때문에 쉽게 먼 곳까지 흐릅니다. 용암이 흐르다 보면 차가운 대기와 닿은 표면부터 식어 딱딱하게 굳습니다. 안쪽 용암은 계속 암석이 녹은 액체 상태로 바다로 흐릅니다. 용암이 다 흐르면 용암이 흐르던 통로만 빈 곳으로 남아 용암동굴이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용암동굴에서는 ‘용암유선’이나 ‘용암유석’ 등 특유의 생성물이 관찰됩니다.

제주도 전역에는 150개 이상의 용암동굴이 흩어져있습니다. 지난 2002년 정부가 필자에게 제주도가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 뒤 수백 차례 제주도를 방문하며 제주도의 지질을 연구하고, 세계유산위원회와 각국 지질학자들에게 제주도의 지질학적 가치를 열심히 알렸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 덕분에 2007년 한라산, 성산 일출봉과 함께 ‘거문오름용암동굴계’가 세계자연유산으로 선정됐습니다. 한국의 첫 세계자연유산입니다.
거문오름용암동굴계는 제주도 북동쪽 거문오름에서 바다를 향해 14㎞를 흘러간 용암이 만들어낸 10개 동굴들인데 이 중 벵듸굴, 웃산전굴 등 8개가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됐다. 직접 가볼 수 있는 곳은 관광지로 개방된 만장굴이지만, 특히 유네스코 심사관들의 마음을 흔든 곳은 미공개 동굴인 당처물동굴과 용천동굴입니다. 이 두 동굴에는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세계 유일의 석회성분으로 이루어진 동굴 생성물이 자라고 있습니다.

당처물동굴은 1994년 밭을 갈던 농부가 발견했고, 용천동굴은 2005년, 전신주 공사를 하다 우연히 발견되었습니다. 두 동굴에는 전 세계 유일하게 이곳에서만 발견되는 특별한 동굴 생성물이 자랍니다. 석회동굴에서만 자라는 탄산칼슘(CaCO₃)으로 이루어진 석회성분의 동굴 생성물입니다. 종유석, 석순 등 흰색의 동굴 생성물들은 용암동굴의 검은 벽에서 더 도드라져 보여서 정말 아름답습니다. 어떻게 용암동굴에서 석회동굴 생성물이 자라는 걸까요?
우선 석회동굴 생성물을 만든 석회성분은 바다에서 왔습니다. 제주도의 얕은 바다에 사는 조개 같은 다양한 생물들이 탄산칼슘 껍데기를 만들었고, 이 껍데기가 부서져 제주도 해안가에서 볼 수 있는 고운 흰색 모래가 되었어요. 이 모래가 제주도의 강한 바람을 타고 섬 안쪽으로 날려갔습니다.
이 모래언덕이 용암동굴 위에 쌓이면서 재미있는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비가 내리면서, 모래 속 탄산칼슘 성분이 빗물에 녹아 나온 것입니다. 이 빗물이 지하수가 되어 용암동굴 속을 흐르면서 석회동굴과 마찬가지로 동굴 속에서 다양한 동굴 생성물을 만들게 된 것입니다.
제주도의 바다가 모래를 만들었고, 제주도의 바람이 모래를 옮겼습니다. 그 모래가 녹아 제주도의 용암동굴에 동굴 생성물을 새겼습니다. 그 결과, 용암동굴 안에 석회 생성물이 만들어졌습니다. 이 장구한 과정을 상상하면 당처물동굴과 용천동굴은 오직 제주도에서만 만들어질 수 있었던 동굴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런 아름다운 동굴이 있는 나라에 태어나다니 참 운이 좋은 동굴학자입니다.

※필자소개
우경식 강원대학교 지질지구물리학부 지질학 교수. 해양지질학을 공부하고 1986년부터 강원대학교 지질학과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국제동굴연맹 회장을 역임했으며, IUCN 세계자연유산 심사위원으로 세계의 지질유산을 심사하고 있다.
※관련기사
어린이과학동아 12월 15일 발행, [파고 캐고 지질학자] 용암동굴에서 어떻게 석회동굴 생성물이 자랄까?
[우경식 강원대 지질지구물리학부 지질학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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