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살아있다]용암동굴에서 어떻게 석회동굴 생성물이 자랄까

우경식 강원대 지질지구물리학부 지질학 교수 2021. 12. 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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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용천동굴의 모습. 용암동굴이지만 석회동굴에서 볼 수 있는 동굴 생성물인 종유관과 석순이 자라고 있다. 우경식 제공

제주도의 다채로운 화산지형 중에서도 세계적으로 독특함과 아름다움을 인정받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용암동굴’입니다. 유네스코는 지난 2007년 제주도를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하며 ‘제주도 용암동굴이 전 세계 용암동굴계 중 가장 우수하고 아름답다’고 표현했습니다. 

석회동굴과는 다른 매력을 가진 제주도 용암동굴

용암동굴은 용암이 흘러서 만들어진 동굴입니다. 제주도의 용암동굴은 현무암질 마그마가 흐르면서 형성됐습니다. 현무암질 마그마는 규소 성분이 적게 들어 있어 점도가 아주 낮습니다. 그 때문에 쉽게 먼 곳까지 흐릅니다. 용암이 흐르다 보면 차가운 대기와 닿은 표면부터 식어 딱딱하게 굳습니다. 안쪽 용암은 계속 암석이 녹은 액체 상태로 바다로 흐릅니다.  용암이 다 흐르면 용암이 흐르던 통로만 빈 곳으로 남아 용암동굴이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용암동굴에서는 ‘용암유선’이나 ‘용암유석’ 등 특유의 생성물이 관찰됩니다. 

만장굴의 전경. 동굴이 만들어진 후 용암이 흐른 표면의 위치를 알려주는 ‘용암유선’이 동굴 벽을 따라 보인다. 우경식 제공

제주도 전역에는 150개 이상의 용암동굴이 흩어져있습니다. 지난 2002년 정부가 필자에게 제주도가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 뒤 수백 차례 제주도를 방문하며 제주도의 지질을 연구하고, 세계유산위원회와 각국 지질학자들에게 제주도의 지질학적 가치를 열심히 알렸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 덕분에 2007년 한라산, 성산 일출봉과 함께 ‘거문오름용암동굴계’가 세계자연유산으로 선정됐습니다. 한국의 첫 세계자연유산입니다. 

거문오름용암동굴계는 제주도 북동쪽 거문오름에서 바다를 향해 14㎞를 흘러간 용암이 만들어낸 10개 동굴들인데 이 중 벵듸굴, 웃산전굴 등 8개가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됐다. 직접 가볼 수 있는 곳은 관광지로 개방된 만장굴이지만, 특히 유네스코 심사관들의 마음을 흔든 곳은 미공개 동굴인 당처물동굴과 용천동굴입니다. 이 두 동굴에는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세계 유일의 석회성분으로 이루어진 동굴 생성물이 자라고 있습니다.

용암석순. 동굴 내부를 흐르던 용암의 열기로 녹은 천장 암석이 바닥에 떨어져서 만들어졌다. 우경식 제공

당처물동굴은 1994년 밭을 갈던 농부가 발견했고, 용천동굴은 2005년, 전신주 공사를 하다 우연히 발견되었습니다. 두 동굴에는 전 세계 유일하게 이곳에서만 발견되는 특별한 동굴 생성물이 자랍니다. 석회동굴에서만 자라는 탄산칼슘(CaCO₃)으로 이루어진 석회성분의 동굴 생성물입니다. 종유석, 석순 등 흰색의 동굴 생성물들은 용암동굴의 검은 벽에서 더 도드라져 보여서 정말 아름답습니다. 어떻게 용암동굴에서 석회동굴 생성물이 자라는 걸까요?

우선 석회동굴 생성물을 만든 석회성분은 바다에서 왔습니다. 제주도의 얕은 바다에 사는 조개 같은 다양한 생물들이 탄산칼슘 껍데기를 만들었고, 이 껍데기가 부서져 제주도 해안가에서 볼 수 있는 고운 흰색 모래가 되었어요. 이 모래가 제주도의 강한 바람을 타고 섬 안쪽으로 날려갔습니다. 

이 모래언덕이 용암동굴 위에 쌓이면서 재미있는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비가 내리면서, 모래 속 탄산칼슘 성분이 빗물에 녹아 나온 것입니다. 이 빗물이 지하수가 되어 용암동굴 속을 흐르면서 석회동굴과 마찬가지로 동굴 속에서 다양한 동굴 생성물을 만들게 된 것입니다.

제주도의 바다가 모래를 만들었고, 제주도의 바람이 모래를 옮겼습니다. 그 모래가 녹아 제주도의 용암동굴에 동굴 생성물을 새겼습니다. 그 결과, 용암동굴 안에 석회 생성물이 만들어졌습니다. 이 장구한 과정을 상상하면 당처물동굴과 용천동굴은 오직 제주도에서만 만들어질 수 있었던 동굴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런 아름다운 동굴이 있는 나라에 태어나다니 참 운이 좋은 동굴학자입니다.

용천동굴에서 자라는 특이한 형태의 동굴 생성물. 나무의 뿌리가 동굴 속으로 뚫고 들어오고, 이후 석회성분의 지하수가 뿌리를 타고 떨어졌다. 뿌리 주위에 석회성분의 광물이 자라면서 특이한 동굴 생성물이 만들어졌다. 우경식 제공

※필자소개

우경식 강원대학교 지질지구물리학부 지질학 교수. 해양지질학을 공부하고 1986년부터 강원대학교 지질학과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국제동굴연맹 회장을 역임했으며, IUCN 세계자연유산 심사위원으로 세계의 지질유산을 심사하고 있다.

※관련기사

어린이과학동아 12월 15일 발행, [파고 캐고 지질학자] 용암동굴에서 어떻게 석회동굴 생성물이 자랄까?

[우경식 강원대 지질지구물리학부 지질학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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