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시승] 지프 올 뉴 그랜드 체로키 L, 장단점 3가지씩 살펴보니


에어 서스펜션의 차고를 끝까지 높이니, 지붕이 안 보일 정도로 높다. 차체 길이는 5.2m 초과. 3m 넘는 휠베이스에 3열 시트까지 더했다. 5세대로 거듭난 지프 그랜드 체로키 이야기다. 각 잡힌 외모와 눈에 띄게 개선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덤. 하지만 다소 거친 질감의 엔진이 점수를 깎았다.

글 강준기 기자
사진 스텔란티스코리아, 강준기

이번 시승기는 올 뉴 그랜드 체로키 L의 장점과 단점을 각각 3가지씩 추려 풀어보고자 한다.

*장점
1. 포드 익스플로러, 쉐보레 트래버스와 비교해 확실히 승차감이 좋다.
2. 고급스러운 소재와 디테일까지 신경 쓴 실내
3. 여느 대형 SUV와 비교해 3열 거주성이 좋다.

*단점
1. 새로운 플랫폼을 못 따라가는 낡은 펜타스타 엔진
2. 차선을 명확히 판단 못 하는 ADAS
3. 터널 진입 시, 모니터 밝기 줄이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장점① : 포드 익스플로러, 쉐보레 트래버스와 비교해 확실히 승차감이 좋다.

그랜드 체로키가 속한 7,000만~8,000만 원대 SUV 시장. 소비자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정말 많다. 욕심 조금 낮추면 현대 팰리세이드, 쉐보레 트래버스, 포드 익스플로러 등 대중 브랜드 대형 SUV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 그래서 소비자 입장에선 “트래버스, 익스플로러보다 1,000만~2,000만 원 더 주고 살 이유가 무엇일까?”라고 궁금해 할 수 있다.

가격 차이는 승차감에서 찾을 수 있다. 그랜드 체로키가 품은 에어 서스펜션은 소위 ‘돈값’ 한다. 일반 코일 스프링 품은 대중 브랜드 대형 SUV와 비교해, 승차감이 포근하고 충격을 부드럽게 흡수한다. 특히 만족스러웠던 부분은 2열 승차감이다. 통상 SUV는 1열보다 2열 승차감이 크게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반면 신형 그랜드 체로키는 2열에서도 1열과 차이 없는 안락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게다가 친절하다. 승객이 타고 내릴 땐 지상고를 최대한 낮추고, 험로를 달릴 땐 한없이 높여 랭글러로 빙의한다. 또한, 시속 100㎞ 이상 고속으로 달릴 땐 차고를 낮춰 공기저항을 줄이고 고속주행 안정감을 높인다.

장점② : 고급스러운 소재와 디테일까지 신경 쓴 실내

기존 지프의 실내는 내 취향과 거리가 멀었다(랭글러 빼고). 정교하지 못 한 조립품질과 거친 플라스틱 & 우레탄 소재, 칙칙한 색감이 대표적이었다. 반면, 이번 그랜드 체로키는 그야말로 ‘환골탈태’다. 인체공학 설계, 고급 소재, 넉넉한 공간, 따뜻한 색감까지 취향 저격이다.

특히 USB 포트로 ‘쪼잔하게’ 원가 절감하지 않아 좋다. 앞좌석 4개, 2열 4개, 3열 4개 등 무려 12개나 심었다. 게다가 각 열마다 C타입 포트와 일반 포트를 5:5로 섞었다. 스마트폰 종류별로 꽂아 넣고, 캠핑 갈 때 필요한 LED 랜턴이나 기타 장비도 여유롭게 충전할 수 있다.

‘확’ 달라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무선 애플 카플레이 & 안드로이드 오토까지 지원한다. USB 케이블 ‘주렁주렁’ 연결할 필요 없다. 최신 스마트폰이 아니어도 괜찮다. 순정 내비게이션으로 T맵이 들어갔다. 또한, 총 19개 스피커로 구성한 매킨토시 사운드 시스템도 모든 트림에 넣었다. 즐겨 듣는 음악을 재생하니, ‘빵빵한’ 저음 표현 능력이 돋보였다.

이외에 운전석뿐 아니라 동승석까지 메모리 시트를 넣었고, 마사지 기능 또한 동승석까지 담았다. 또한, 서밋 리저브 트림은 2열에 3단계 열선 & 통풍 기능이 들어간다. 특히 2열 송풍구는 가운데뿐 아니라 B필러에도 심었다. 익스플로러보다 비싼 이유는 이런 부분에서도 찾을 수 있다. 여러모로 원가에 크게 신경 쓰지 않은 듯한 ‘상남자’ 스타일이 마음에 든다.

장점③ : 여느 대형 SUV와 비교해 3열 거주성이 좋다.


이번 그랜드 체로키 L은 이전과 비교해 차체 길이는 4,820→5,220㎜, 휠베이스는 2,920→3,090㎜로 성큼 늘었다. 그 혜택은 3열이 톡톡히 봤다. 건장한 남자 성인이 앉아도 다리 공간이 부족하지 않다. 또한, 네모반듯한 스타일 덕분에 머리 공간도 답답하지 않다. 쉐보레 트래버스와 비슷한 체격인데, 소재는 한층 고급스럽다. 넉넉한 3열 갖춘 SUV를 사고 싶은데, BMW X7이나 메르세데스-벤츠 GLS는 부담스럽다면 괜찮은 대안 중 하나다.

지금부터는 올 뉴 그랜드 체로키 L의 단점이다. 공평하게 단점도 3가지를 추렸다.

단점① : 새로운 플랫폼을 못 따라가는 펜타스타 엔진

앞서 신형의 장점 첫 번째로 안락한 승차감을 꼽았다. 비결은 에어 서스펜션뿐 아니라 새로운 플랫폼도 있다. 전동화 파워트레인 탑재까지 고려한 섀시로, 바닥에서 올라오는 진동도 한층 말끔하게 흡수한다. 그래서 주행할 때 과거 미제 SUV처럼 흐물거리는 느낌이 아닌, 유럽 SUV처럼 적당히 탄탄하면서 편안한 승차감을 양립했다.

문제는 엔진이 새로운 플랫폼과 걸맞지 않다는 점이다. V6 3.6L 가솔린 펜타스타 엔진은 이미 검증 받은 제품이라는 점에선 좋지만, 나이를 많이 먹었다. 회전질감이 거칠고 투박하다. 명색이 프리미엄 SUV인데, 실내로 엔진 소음이 많이 들어온다. 게다가 자연흡기 방식이기 때문에 길이 5.2m, 무게 2.3t(톤) 넘는 육중한 덩치를 이끌기에 저회전 토크가 다소 빈약하다. 때문에 평범하게 가속해도 엔진 회전수를 3,000rpm 가까이 쓰며 속도를 붙인다.

이는 연비와 직결한다. 그랜드 체로키 L의 정부공인 복합연비는 7.7㎞/L. 도심연비는 6.7㎞/L, 고속연비는 9.4㎞/L다. 차라리 랭글러에 들어가는 2.0L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을 넣었다면 어땠을까?

단점② : 차선을 명확히 판단 못 하는 ADAS

이번 그랜드 체로키엔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이 풍성하게 들어갔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액티브 레인 매니지먼트 시스템, 파크센스 등이 좋은 예다. 그러나 차선 인식 능력은 다소 떨어졌다.

가령, 차선이탈 경보 장치는 차가 한쪽 차선을 넘을 때 경고음과 진동을 울리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그랜드 체로키는 정상 주행하는 상황에서 이따금씩 경고를 보냈다. 예컨대 고속도로 진출 구간을 보면, 바닥에 파란색 또는 핑크색으로 칠해 진출 방향을 표시한 구간이 있다. 시승차는 이러한 표시를 ‘차선’으로 인식해 경고음을 울릴 때가 종종 있었다.

단점③ : 터널 진입 시, 모니터 밝기 줄이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단점 세 번째는 두 번째 단점과 맞물려 설명할 수 있을 듯하다. 이번 그랜드 체로키는 소프트웨어 최적화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가령, 헤드램프를 ‘오토’에 두고 주행 중 터널 구간에 진입하면, 자동차는 계기판과 모니터 밝기를 줄이고 헤드램프를 작동시킨다. 그러나 시승차는 이러한 판단 과정이 지나치게 느리다. 상황을 빠르게 판단하고 대처하는 능력이 필요한데, 수많은 기능들을 통합‧관리해야 하는 소프트웨어의 개선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

총평

약 11년 만에 5세대로 진화한 지프 그랜드 체로키. 이 차는 넉넉한 2‧3열 거주성과 안락한 승차감, 다양한 편의장비 등 국내 소비자가 좋아할 만한 요소를 두루 갖췄다. 포드 익스플로러와 벤츠 GLS의 넓은 틈새를 메울 수 있는 가치를 증명했다.

그러나 익스플로러 생각하는 고객도 고민하게 할, 6천만 원대 모델을 더하는 건 어떨까? 이전 세대 리미티드 트림이 좋은 예다. 이를 테면 오버랜드에도 들어간 매킨토시 오디오 등 옵션을 덜어도 좋다. 또한, 향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투입할 때, 가격 상승폭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전략 또한 필요하다. 전동화 모델이 ‘꼭짓점’ 아닌 볼륨 모델로 지프 SUV 라인업을 이끌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제원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