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마당쇠가 된 돌쇠


광우 스님, 화계사 교무국장
착했지만 눈치 없던 돌쇠처럼
어리석었던 지난 행동 반성을
학문 닦지않고 무술만 한 여몽
글공부 매진해 결국 ‘괄목상대’
우리도 계속 배우고 정진해야
옛날 옛적에 큰 부자가 있었는데, 그 집에 돌쇠라는 머슴이 있었다. 그는 우직하고 착했는데, 둔하고 눈치가 없는 게 흠이었다. 그래서 머리가 돌 같다고 해서 돌쇠라고 불렀다.
언젠가 부잣집 주인이 나들이를 가서 집을 며칠 비우게 되었다. 주인은 돌쇠를 불러 신신당부를 하였다. “돌쇠야. 집을 잘 지키고 있어라. 도둑 들지 않게 집을 잘 지켜야 한다.” 돌쇠가 우렁차게 대답했다. “영감님, 아무 걱정 마십시오. 집은 제가 잘 지키고 있겠습니다. 아무런 염려 마시고 잘 다녀오십시오.”
며칠 뒤 주인이 집에 돌아와서 보니 아끼던 황소가 사라졌다. 아무리 찾아봐도 소는 없었다. 도둑맞았음을 알고는 주인이 노발대발하여 돌쇠를 불렀다. “도대체 너는 무얼 하고 있던 것이냐!” 호통에 기가 죽은 돌쇠가 시무룩하게 말했다. “영감님. 저는 시킨 대로 했습니다요.” 어이가 없어 주인이 물었다. “대체 무얼 했다는 게냐?” 돌쇠가 대답했다. “영감님이 저에게 집을 잘 지키라고 했습지요. 그래서 제가 밤에 잠도 안 자고 집을 잘 지켰습니다. 그래서 황소는 도둑맞았지만 이 집은 그대로 있잖습니까? 다 제가 집을 잘 지킨 덕입니다요.” 집을 잘 지키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오직 집 건물만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그 일로 주인의 눈 밖에 난 돌쇠는 마음이 편치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주인이 감기 기운에 가래가 생겼다. 아침저녁으로 목이 텁텁하여 가래가 끓어올랐다. 마당에 나와서 가래를 컥 뱉으면 하인들은 주인이 뱉은 가래침을 눈치껏 고운 흙으로 덮었다. 그 모습을 보고 주인이 흡족해하며 하인들을 칭찬했다. 이 모습을 본 돌쇠는 꾀가 생겼다. ‘주인 영감이 땅에 가래침을 뱉을 때 내가 흙으로 덮어 마당을 깨끗이 하면 나도 칭찬받을 수 있겠지?’
그날로 호시탐탐 주인이 땅에 가래침 뱉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주인이 가래침을 뱉으면 다른 하인들이 잽싸게 흙으로 덮었고, 혹시 기회가 생겨 돌쇠가 흙으로 덮을 때면 주인이 본체만체하는 것이었다. 돌쇠는 고민에 빠졌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다른 방법이 없을까?’ 돌쇠의 머리로 번뜩이는 생각이 스쳤다. ‘옳구나. 그러면 되겠다. 흐흐흐.’
돌쇠는 마당에서 주인이 가래침 뱉기만을 기다렸다. 때마침 주인이 마당에 나와 어슬렁거리더니 컥 소리를 내며 땅에 가래를 뱉으려 했다. ‘지금이다!’ 돌쇠가 갑자기 돌진하여 발차기로 냅다 주인의 입을 밟아 버렸다. 풀썩 쓰러지는 주인 영감을 보고 있던 주위의 사람들은 새파랗게 질렸다. “이제는 저놈이 미쳤구나.” 사람들이 몰려가 돌쇠를 무릎 꿇리니, 주인이 괘씸하여 이유를 물었다. 돌쇠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죽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주인 영감님께 잘 보이고 싶어서 영감님이 땅에 가래를 뱉으면 흙으로 덮으려 했습니다. 그런데 다른 머슴들이 눈치 빠르게 먼저 흙으로 덮으니 제게 기회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영감님이 가래를 뱉기 전에 먼저 가래침을 발로 밟자고 꾀를 내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영감님 입을 밟았으니 저도 이렇게 될 줄 몰랐습니다.” 이유를 듣고는 주인은 기가 막혀 말도 나오지 않았다. 주인이 돌쇠에게 말했다. “돌쇠야. 너는 아무것도 하지 말고 매일 매일 마당만 쓸어라.” 그 후로 돌쇠는 낮이나 밤이나 늘 마당을 쓸었는데, 그때부터 사람들이 돌쇠를 마당쇠라 불렀다고 한다.
민간의 전래설화이다. 돌쇠의 눈치 없는 행동이 황당함의 극치를 달린다. 그런 와중에도 주인 영감님의 성품이 참으로 돋보인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돌쇠의 모습을 보며 그가 참 어리석고 바보 같다고 여긴다. 하지만 세상을 살펴보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돌쇠같이 눈치 없고 어리석은 사람이 너무 많다. 어쩌면 나도 돌쇠처럼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지는 않았는지 반성하는 마음이 일어난다.
삼국지에 나오는 오나라 장수 여몽(呂夢)에 관한 이야기다. 그는 나라에 큰 공을 세우고 촉망받는 위치에 이르렀다. 하지만 너무 가난해 무술만 단련했을 뿐 학문을 닦지 못했다. 오나라 군주 손권이 여몽을 불러 말했다. “이제라도 학문을 닦았으면 좋겠소.” 여몽은 당황스러웠다. “제가 군대의 업무가 많아 책을 볼 여력이 없습니다.” 손권이 정색하며 말했다. “그대에게 박사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잖소. 적어도 최소한의 필요한 학문을 익히라는 것이오.” 그날로 여몽은 글공부에 매진하였다.
세월이 흐르고, 오나라의 재상이 된 노숙이 여몽을 만나게 되었다. 노숙은 평소에 여몽을 힘만 쓸 줄 아는 무인이라며 경시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대화를 통해서 여몽의 뛰어난 견해에 감탄하였다. “내가 예전에 알고 있던 그 사람이 맞소?” 여몽이 답했다. “헤어져서 다시 만날 때는 눈을 비비고 다시 봐야 할 정도가 돼야 하지 않겠습니까.” 눈을 비비고 상대편을 본다는 뜻으로, 남의 학식이나 재주가 놀랄 만큼 부쩍 늚을 이르는 괄목상대(刮目相對)라는 고사성어는 여기에서 나왔다.
우리는 끊임없이 배우고 닦으며 정진해야 한다. 서로 다시 만날 때 눈을 비비고 다시 볼 수 있을 정도로 꾸준히 성장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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