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독일 총선 D-14 '포스트 메르켈'은 누구?

이슬기 기자 2021. 9. 13.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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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6일(이하 현지시각) 독일 연방하원 총선거를 2주 앞두고 중도 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SPD·사민당)이 선거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2005년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의 조기총선 패배로 앙겔라 메르켈에 밀려난 지 16년만에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CDU·CSU) 연합의 지지율을 제친 것이다. 다만 거대 보수진영이 지지하는 아르민 라셰트 기민련 대표의 뒷심과 40대 대항마로 나선 안나레나 배어복 녹색당 대표의 선전도 무시할 수 없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택한 독일의 유권자는 총선에서 지역구 후보와 정당에 각각 투표한다. 지역구는 최다득표자 1인을 선출하고, 16개 주(州)별 정당 득표율로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한다. 즉, 지역구에서 낙선해도 주별 정당명부에 따라 의석을 배분받는 경우도 있다. 독일 정치가 거대 정당 간 이분법적 대결 구도를 형성하는 대신 복수의 정당 간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이유다. 특히 이번 선거는 ‘포스트 메르켈’ 시대에 들어서며 정치 지형이 급변하는 시기에 치러지는 만큼, 선거 결과 예측도 한층 복잡해졌다.

아르민 라셰트 독일 기독민주당(CDU) 대표. /AP 연합뉴스

메르켈의 공식적 지지를 받고 있는 아르민 라셰트(60) 기민련 대표는 올해 1월까지 30% 후반대 지지율을 기록하며 부동의 1위를 지켜왔다. 독일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지사로 정치 경험이 풍부하며 온건한 이미지로 타협의 리더십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정부의 백신 접종 지연으로 비판 여론이 커진 데다 지난 7월 대홍수 피해 지역을 방문해 폭소를 터뜨리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혀 뭇매를 맞았다. 최근에는 여기자를 ‘아가씨’라고 부르며 꾸짖는 모습이 공개돼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기민련은 지난달 25일 포르자(Forsa) 여론조사에서 22%를 얻어 15년 만에 사민당(23%)에 1위를 빼앗겼다. 12일 공개된 인사(INSA)와 빌트암존탁(Bild am Sonntag) 공동여론조사에선 사민당(26%)에 6%포인트 차로 밀려 20%까지 추락했다. 특히 총리를 직접 뽑는다면 라셰트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13%로 3위에 그쳤다. 독일 dap통신은 메르켈이 직접 “독일의 가장 큰 주를 성공적으로 이끈 라셰트가 총리로서도 성공할 수 있다”며 공개 지원에 나섰지만 민심을 되돌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독일 사회민주당(SPD) 총리 후보인 올라프 숄츠 재무장관. /AP 연합뉴스

지난달 말부터 기민련 지지율을 압도한 사민당의 올라프 숄츠(63) 후보는 현직 재무장관이자 메르켈 내각의 부총리다. 최근 INSA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31%가 차기 총리로 숄츠를 지지한다고 밝힐 만큼 여론의 지지를 얻고 있다. 배어복 후보와 라셰트 후보는 각각 14%, 13%에 머물렀다. 라셰트에 비해 추진력이 강하고 타협에도 능하다는 평을 받는다. 조용하고 침착한 성격으로 메르켈을 대체할 만한 인물로 꼽히는 반면 ‘고루하다’는 상반된 평가도 공존한다.

함부르크 시장 출신인 그가 지난 5월 사민당 총리 후보로 선출됐을 당시 독일 언론들은 “당선 가능성이 없다”고 혹평했었다. 그러나 ‘젊은 여성 정치인’으로 상승세를 타던 배어복 후보가 표절 시비에 휘말리고, 라셰트 후보의 언행이 잇따라 논란이 되면서 숄츠가 반사이익을 얻었다. 다른 당에 비해 일찍부터 선거전에 돌입하며 단결된 모습을 보이고 당원 85% 이상의 지지를 얻고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독일 공영 ARD 여론조사에서는 최저임금과 노령연금, 여성·청년·보육 정책 등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기도 했다.

안나레나 배어복 녹색당 공동대표. /EPA 연합뉴스

40세에 녹색당 공동대표가 된 안나레나 배어복은 남편과 두 딸을 둔 엄마로서 메르켈의 ‘무티(Mutti·어머니를 뜻하는 Mutter의 애칭) 리더십’을 이을 차세대 주자로 주목받았다. 사민당보다 더욱 뚜렷한 정치색을 보여왔으나 최근 몇 년 간 중도층을 겨냥하며 지지층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5월 슈피겔 여론조사에선 23%의 지지율로 기민련을 바짝 추격했다. 기민련이 백신 접종 지연과 부패 스캔들로 휘청이는 상황에서 ‘최연소’ ‘여성 리더’를 내세웠고, 지난 3월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의회 선거에서 33%를 얻어 유력 정당으로 부상했다.

배어복의 하락세는 정치권의 본격적인 검증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독일 국회의원의 부수입 소득 신고 규정을 어기고 뒤늦게 신고를 했다는 점이 보도됐고, 정당 홈페이지에 허위 경력을 기재한 것도 사실로 확인됐다. 출간 저서 <지금: 우리는 어떻게 나라를 새롭게 만들 것인가>에서 과거 출판된 다른 책이나 유명 인사의 발언과 유사한 부분이 발견돼 표절 논란에도 휩싸였다. 최근 INSA 여론조사 결과 녹색당의 지지율은 15%로 내려 앉았다. 또 당 대표 외에 정치적 리더로서 집권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크리스찬 린드너 독일 자유민주당(FDP) 대표. /EPA 연합뉴스

보수 성향의 자유민주당(FDP) 크리스찬 린드너(42) 후보는 2013년부터 당 대표를 맡고 있는 미디어 전문가다. 16세에 입당한 그는 ‘젊은 보수주의자’로 총선 이후 사민당과 ‘신호등 연정’ 구성을 기대하고 있다고 dpa는 전했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사민당과 극좌 성향 링케의 연정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고 보수 진영은 약화하는 상황에서 우리 당은 최대한 자강을 추구해 중도 세력으로 자리매김하길 원한다”고 했다.

좌파당 대표인 디트마르 바르치(63)는 2015년부터 당을 이끌고 있는 실용주의자다. 진보 진영 내에서도 ‘극좌파’ 인물로 꼽히는 재닌 비슬러(40)는 서독 출신으로 지난 2월 당의 공동대표로 임명됐다. 독일 정부가 해외의 모든 군사적 임무를 즉각 종료하고 모든 무기를 수출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선 6% 지지율을 기록했다. 특히 베를린 시정부의 ‘주택 몰수’를 찬성하는 유일한 정당이다. 베를린시는 오는 26일 대형 부동산회사의 보유 주택 20만여채를 몰수해 공유화하는 방안을 놓고 주민투표를 실시한다.

독일의 신(新)나치주의 극우 정당인 독일을위한대안(AfD)는 제도권 정당으로 존재감을 높여가고 있다. 알리체바이델(42)과 티노 흐루팔라(46)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INSA 여론조사에선 11%를 얻어 FDP(13%)에 이어 5위에 그쳤다. 독일 공영 도이체벨레(DW)는 최근 극단주의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20년만에 아프가니스탄에서 재집권에 성공하고 아프간 난민 유입 문제가 전 유럽의 최대 이슈로 떠오르면서, 반(反)이민 정책에 기반한 극우 지지층도 결집하는 모양새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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