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만 줍는다고? 볼보이는 정말 '가지가지' 한다!

(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볼보이' 혹은 '볼걸' 하면 흔히 경기장 끄트머리에 서 있다가 아웃되는 볼을 주우러 쪼르르 달려가는 이미지가 연상된다. 대략적인 정의를 말하자면 이름대로 '볼을 줍는 사람' 이 맞다. 그 밖에도 선수들의 편의를 위한 심부름과 잡무를 도맡아한다.
그러나 실제로 볼보이는 생각처럼 만만하게 구할 수 있는 일자리가 아니며, 어린 스포츠 꿈나무들이나 스포츠 팬들에게 매우 인기가 높은 아르바이트 일자리 중 하나다. 좋아하는 팀의 경기를 바로 목전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 큰 이익으로 작용한다.
또한 스포츠 선수 지망생이라면 해당 경기를 눈 앞에서 보며, 롤모델로 삼은 프로 선수의 기술과 경기방식을 직접 배울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볼보이가 가장 맹활약하는 종목으로는 대표적으로 야구가 있다. 외야에 2명, 홈팀 덕아웃에 1명, 원정팀 덕아웃 옆에 1명으로 총 4명을 두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야구 볼보이들은 경기 전 먼저 경기장에 도착해 선수들이 마실 음료수를 준비하며 일을 시작한다. 유니폼을 갈아입은 뒤에는 홈팀이 연습삼아 친 공들을 모아 다시 갖다주거나, 선수들이 벗어둔 헬멧을 정리하거나 배트를 갖다주고 수건을 가져다주는 등의 잡무를 담당한다. 심지어 경기장에 고양이가 출몰하면 쫓아내는 역할까지 담당한다.
경기 도중에는 포지션마다 조금씩 일이 나뉘는데, 외야에 앉아있는 볼보이들은 글러브를 끼고 파울볼을 줍는다. 관중석으로 날아간 파울볼은 자칫하면 관객들을 다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볼보이들의 순발력이 중요하다.
가끔 볼보이가 페어볼을 파울볼로 착각하는 바람에 볼데드가 선언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실제로 지난 2016년 6월, 롯데 자이언츠와 SK 와이번스의 경기 중 고메즈가 친 페어볼을 3루의 볼보이가 냉큼 잡아버리는 바람에 실점한 사례도 있었다.
그 밖에 1루와 3루의 땅 고르기 역시도 외야 볼보이들의 역할이다. 운이 좋으면 선수들과 친분을 쌓으며 홈팀의 훈련을 도와주는 역할도 맡을 수 있기 때문에 야구 꿈나무들의 경쟁률이 매우 뜨겁다.

볼보이가 활약하는 또 다른 종목으로는 테니스를 꼽을 수 있다. 세계 최고(最古)의 역사를 지닌 영국 테니스대회인 윔블던은 지난 1920년, 메이저대회 사상 최초로 볼보이 제도를 도입했다. 또한 지난 1946년부터는 아예 인근 학교에서 자원봉사자들을 본격적으로 교육시켜 대회에 투입시켰다. 이들은 2주간 봉사하기 위해 대회가 개막하기 약 6개월 전부터 매주 4일씩 훈련을 받는다.
테니스 볼보이들은 지켜야 할 '자세' 도 있는데, 심판석 아래에 뒷짐을 지거나 무릎을 꿇고 대기하는 모습이 일반적이며 코트에 공을 굴리는 자세 또한 특정되어있다. 움직임을 최소화하여 선수들의 집중력을 유지시키기 위해서다.
그 밖에 하는 일은 야구 볼보이와 비슷하다. 선수들에게 물을 가져다주거나, 코트에 잡동사니가 굴러가면 재빨리 제거하고, 선수들의 집중력을 위해 코트 밖의 세밀한 물건 배치 하나하나에 신경쓴다.

지난 2015년 호주 오픈 당시, 음료수 병의 상표를 꼭 보이게 세워놓는 습성이 있는 라파엘 나달(35)의 물병을 그와 똑같은 방식으로 배치해놓은 볼보이의 섬세함이 소소한 화제가 되었다. 볼보이의 깜찍한 배려심을 본 나달은 활짝 미소지었고, 긴장이 흐르던 경기장 분위기 완화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현재 테니스의 황제로 불리는 로저 페더러(40) 역시도 볼보이 시절을 거쳤다. 그리고 지난 2018년 호주 오픈에서 4강을 차지한 한국 테니스의 간판 선수인 정현 역시도 볼보이 시절을 거쳤다.
지난 2006년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카드 슈퍼매치' 경기에서, 당시 10살이었던 정현은 페더러와 나달의 경기를 직관할 수 있는 꼬마 볼보이로 활약하기도 했다.
축구에서의 볼보이는 홈 팀의 유스 구단 유망주들 중에서 선발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물론 야구 못지 않게 꿈나무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아시아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라는 평가를 받는 박지성도 수원공고 축구부 시절, 프로경기에서 볼보이를 뛴 경험이 있다.
축구는 볼보이의 센스와 판단력을 판가름할 수 있는 종목이기도 하다. 홈 팀이 지고 있을 때는 볼을 빠르게 투입해야 하고, 반대로 홈 팀이 여유로운 상황이라면 볼보이 역시도 공을 느긋하게 투입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상대 팀 선수와 몸싸움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지난 2013년 스완지 시티와 첼시 FC의 EFL컵 경기에서 볼보이가 공을 지키려다 에덴 아자르의 발길질에 배를 얻어맞는 불상사가 일어나기도 했다. 에덴 아자르는 그 길로 퇴장당했다.
그와 반대로 볼보이가 빛나는 판단력으로 선수의 생명을 살린 사례도 있다. 지난 2016년 11월에 열린 스페인 5부 리그에서, 12살 볼보이 모이세스 아길라르가 경기장에 공을 맞고 쓰러진 알레안드로 피네다의 호흡을 도와 무사히 응급처치를 받게 했다. 아길라르는 미식축구 경기에서 해당 응급처치를 배웠다고 말해, 스페인 현지 언론에게 큰 찬사를 받았다.
볼보이는 분명 경기장 안에서는 드러나지 않으며, 선수들을 위해 늘 한 걸음씩 물러나있는 존재다. 동시에 그 자리에 서서 선수를 제대로 돕기 위해 지,덕,체를 모두 갖추어야 하는 만능 서포터이기도 하다. 경기와 종목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는 기본이고, 진행되는 경기의 흐름을 캐치하는 빠른 판단력도 필요하다. 가끔 볼보이들의 결정적 활약으로 각 팀의 선수들이 승세를 잡는 순간도 생긴다.
볼보이들은 단순히 심부름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그 자리에 서서 현역 선수들의 꿈을 이어받을 차세대 주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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