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보다 20% 싸다고?"..상식 뒤집은 '청량리수산시장' 비결은?
화재공제 100% 가입, 서울 최초 화재 예방 설비 구축 등 안전에도 모범
[편집자주]전통시장이 진화하고 있다. 깔끔하게 정리된 매대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가격표는 물론 원산지 표시는 기본이다. 여기에 전화주문은 물론 온라인을 통해 손쉽게 전통시장 상품을 집에서 편하게 받아볼 수 있는 시대다. 덕분에 코로나19에도 매출이 늘어난 곳들이 생겨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전통시장은 소수라는 점이다.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함께 '잘되는' 전통시장의 비결을 심층분석해 봤다.

(서울=뉴스1) 조현기 기자 = 수도권에서 수산물을 가장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곳을 묻는다면 상당수는 '노량진 수산시장'을 떠올린다. 이같은 상식에 도전하는 곳이 있다. 바로 '청량리수산시장'이다.
도심 한복판에 수산시장이 있는 것도 의외지만 수도권 최초의 공판장이 있던 곳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하지만 지난 27일 청량리수산시장 상인회에서 만난 정호용 상인회장은 "우리 시장이 수도권에서 가장 저렴하게 수산물을 구매할 수 있는 곳"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솔직히 처음엔 정 회장 발언에 의문이 들었다. 청량리수산시장 주변을 둘러보면 '수산물이 모이기 적합한가?'라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수도권 3대 수산시장인 노량진·가락시장·구리처럼 강을 끼고 있는 것도 아니고, 전국에서 물량을 대량으로 떼와서 경매를 할 수 있는 공판장도 눈에 띄지 않아서다.
정 회장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자 기다렸다는 듯 해답을 내놨다. 그는 사무실에서 약 50m정도 떨어진 곳을 가리키며 "바로 저곳에 수도권에서 가장 오래된 공판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아파트 건설공사가 한창이었다.
이어 "구리 공판장으로 이사가기 전에 수도권 첫 수산 공판장이 바로 이곳에 생겼고, 이곳에 수산물을 판매하는 점포들이 많이 들어섰다"고 설명했다.
또 "공판장을 끼고 있으면, 오히려 공판장에 수수료를 지불할 수밖에 없다"며 "우리 시장 상인들의 경우에는 수산물을 잡아올리는 현지 어부들과 직접 거래하면서 가격을 많이 낮추고 있다. 20% 정도 저렴하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소비자들이 저렴하게 신선하고 구매할 수 있는 팁도 공개했다. 그는 "매일밤 12시에서 새벽 2시에 현지에서 이곳으로 생선이 올라온다. 새벽까진 음식점을 운영하는 상인들을 대상으로 도매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침 8시쯤부터 소매가 열린다. 일반 소비자들은 오전에 오면 가장 신선하고 저렴하게 수산물을 구매할 수 있다"며 "오후 5시까진 소매가 계속 진행된다. 언제든 시장을 찾아달라"고 덧붙였다.

◇ 100% 화재공제 가입, 서울 최초 화재 예방 설비 구축…전국에서 가장 '안전한' 전통시장
정호용 상인회장은 청량리수산물시장이 가격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가장 안전한 시장'이라고 자랑했다. 특히 정 회장은 '화재 예방 전도사'를 자처하며 다른 전통시장들도 화재 예방에 앞장서야 한다고 설파했다.
무엇보다 정 회장은 시장 점포 130곳 100%가 화재공제에 가입돼 있고, 모든 점포가 화재 예방 설비를 구축했다고 강조했다.
현재 전국 전통시장 화재는 심각한 수준이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전통시장 화재는 지난 2016년부터 2021년 6월말까지 6년 동안 총 283건이 발생했다. 재산피해액은 무려 1300여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피해가 심각하지만 전통시장의 화재 예방에 대한 인식은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올 6월말 기준 전국 전통시장 영업점포 18만2617개 중 3만2327곳(17.7%)만 화재공제에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10곳 중 2곳도 채 안되는 셈이다.
실제 청량리 일대는 청량리수산시장뿐만 아니라 청량리청과물시장, 경동시장, 청량리농수산물시장 등이 위치해 있는 서울지역 최대 전통시장 지역이다.
특히 청량리청과물시장에서는 지난해 9월 큰 화재가 발생했다. 청과물시장 점포와 창고 20개를 태웠고 그중 7곳은 전소됐다. 동대문소방서 추산 피해액은 무려 60억원에 달했다.
정 회장은 "이대로 가만히 있다간 안된다는 생각 들었다"고 화재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대부분 재래시장은 시설이 노화됐고, 우리 시장도 마찬가지였다"며 "상인들끼리 모여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고 설명했다.
특히 "월 1만원만 내면 1억까지 보장되는데 화재공제를 가입 안 할 이유가 없다"며 "전통시장은 기본적으로 시설 노후화로 화재에 취약하다. 만일 화재 발생하면 피해가 크고 재기하려면 보험 상품이 꼭 필요하다. 다른 전통시장들도 꼭 가입하면 좋겠다"고 적극 권유했다.
'전통시장화재공제보험'은 상인들의 보험료 납부로 공제기금을 마련하고 사업운영비는 정부에서 지원해 일반 민간보험보다 저렴하게 가입할 수 있는 전통시장 전용 공제상품이다. 가입을 원하는 전통시장 상인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가입신청서를 제출하거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홈페이지에서 가입 후 자치구에 보험료 지원신청을 하면 된다.

뒤이어 정 회장은 한 가지 더 보여줄 게 있다며 손을 붙들고 점포로 향했다. 천장을 살펴보라면서 배전판과 전선들을 가리켰다. 실제 시장 점포들을 둘러보니 다른 전통시장에 비해 전선이 깔끔히 정리돼 있었다.
정 회장은 "청량리 지역에 전통시장 화재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화재공제뿐만 아니라 우리 시장에서는 자체적으로 600만원을 마련해 화재 설비 설계를 의뢰했다"며 "설계를 갖고 무작정 동대문구청에 찾아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대문구청과 서울시 관계자들에게 전통시장 화재 예방을 위해선 설비가 꼭 개선돼야 된다고 엄청나게 설득했다"며 "그 결과 구비 3억4000만원을 지원받아서 모든 점포의 화재 설비를 보완했다"고 소개했다.
또 "우리 시장은 만일 화재가 발생하면, 누전차단기 및 각종 안전 장치들이 즉각 작동해서 화재가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건너편 청과물과 경동시장에선 우리 시장이 부러워서 지금 동대문구청에 요청해서 설비 보완 중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함께 시장 한 바퀴를 돌아본 정 회장은 마지막으로 "우리 시장이 화재 예방의 롤모델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정말 노력을 많이 기울였다"며 "많은 소비자들이 안전하고 서울에서 가장 값싸게 수산물을 구매하러 이곳에 많이 오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 중소벤처기업부·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청량리수산물 시장 사례 전파 지원 정부도 청량리수산물 시장 사례가 전국으로 전파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청량리수산물 시장의 유통 간소화와 화재 예방 등을 다른 전통시장들이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청량리수산물 시장은 가격과 안전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시장으로 모범이 되는 전통시장"이라며 "유통 과정을 줄여 소비자에게 많은 이익이 갈 수 있는 구조를 연구해서 다른 시장에도 도입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화재공제와 화재예방 설비 구축 등도 다른 시장에서 이곳을 배울 수 있게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조봉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 역시 "변화와 도전하는 시장은 항상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며 "안전하고 가격이 착한 시장은 우리 공단이 지향하는 철학과도 일치한다. 이런 시장들이 많이 탄생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choh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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