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진 평론가와 영화 '원더풀 라이프'의 질긴 운명

조회수 2021. 7. 2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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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5개는 '못 일어나겠어'하는 영화죠." 영화평론가 이동진은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자신이 영화에 준 별점의 의미를 설명했습니다. 그리고는 "죽기 전에 한 편의 영화를 봐야 한다면 어떤 영화를 보겠냐"는 질문에 자신이 별 5개를 주었던 영화 〈원더풀 라이프〉를 꼽았습니다. 과연 이동진 평론가에게 〈원더풀 라이프〉는 어떤 영화이길래, 그렇게 말한 걸까요? 이동진 평론가가 〈원더풀 라이프〉에 남긴 한 줄 평은 다음과 같습니다. "운명처럼 다가오는 영화가 있다.” 이동진 평론가에게  〈원더풀 라이프〉와의 운명에 대해 물어보았습니다. 아래는 이동진 평론가가 이야기한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이동진 평론가가 〈원더풀 라이프〉를 처음 봤던 기억

미국 선댄스 영화제에 취재를 가게 됐습니다. 영화제를 가 보신 분 들이라면 누구나 느끼겠지만  시간이 뜰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팸플릿 같은 것을 넘기면서 ‘뭐 때울 영화 없나?’라고 하다가 본 영화가〈원더풀 라이프〉였죠. 제가 최근에 별 5개 주는 영화에 대해 농담 삼아 '아, 못 일어나겠어'라고 표현한 적이 있는데 말 그대로 영화를 보고 나서 못 일어날 것 같은 그런 감동을 받았습니다. 당시의 제 상황 하고도 약간의 관련이 있었던 것 같고요. 그리고 이 영화가 갖고 있는 굉장한 감동과 뛰어난 완성도와도 관련이 있었겠죠. 보자마자 걸작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아, 이 영화는 나한테 운명이 될 것 같다'라는 예감까지 있었습니다.

영화가 관객에게 선사할 수 있는 아름다운 순간

그때 관객과의 대화가 있었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참석했죠. 잊지 못할 순간 하나는 그때 어떤 관객이 했던 질문과 관련이 있었습니다. 캐나다에서 오신 어떤 할머니가 손을 들었는데요. 그분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사실 질문하고 싶은 게 아니라 감사를 드리고 싶어 손을 들었다'라고 하시면서 '저는 짧지 않은 인생을 살아왔는데 오늘 제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을 보았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타다라 키미코' 씨다"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리고 인사를 하면서 '이런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영화를 보게 해 주고, 이런 멋진 사람을 자신에게 소개해 줘서 감독님께 너무 감사드린다'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도 일어나서 꾸벅 인사를 했고 사람들이 박수를 치면서 아름답게 마무리됐습니다. 그때 객석에 있던 저는 "이 순간은 영화라는 매체가 관객에게 선사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답고 감동적인 순간이 아닐까?'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동진 평론가는〈원더풀 라이프〉를 몇 번 봤을까?

저는 대부분의 영화는 한 번 보고, 조금 좋아하는 영화는 두 번 정도를 봅니다. 그래서 <원더풀 라이프>는 아마 제 인생에서 제일 많이 본 영화 중에 하나가 아닐까란 생각이 듭니다.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한 다섯 번 정도 본 것 같아요. 다섯 번째라고 추측되는 그 회차를 두 시간 전에 왓챠에서 봤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너무 사랑하고 이 영화에 대한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에 대한 모든 걸 내가 다 꿰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다섯 번째 보니까 이전에 안보였던 것들이 보이더라고요. 영화를 본다는 체험 자체가 그만큼 역동적인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매우 신기했습니다.

영화란 매체에 바치는 러브레터

〈원더풀 라이프〉는 우리에게 엄청난 감동을 주기도 하고, 보고 나면 사는 동안 계속 떠오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성공적인 영화들의 상당수가 그런 것처럼 여러 겹의 레이어를 갖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밑바닥에는 당시 이제 막 극영화 2편을 연출한 신인감독으로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가진 고민과 자부심, 고뇌 혹은 영화란 매체에 바치고 싶은 경의 등 모든 것들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 영화는 영화에 바치는 '러브레터'와 같은 걸작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영화관 밖에서 다시 시작하는 영화

과거 ‘좋은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을 때, 자주 썼던 표현 중에 하나가 '정말 좋은 영화는 영화관 바깥에서 진정으로 시작하는 영화다'라는 말이었습니다. 그렇게 말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적인 사례 중에 하나가 바로 〈원더풀 라이프〉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 영화야말로 엔딩 크레딧이 흐르는 순간부터 관객들의 마음속에서 진정으로 상영되는 영화일 것입니다. 일단, 강렬하게 메아리치는 질문이 영화로부터 다가오게 될 겁니다. 바로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기억은 그렇다면 무엇입니까?'라는 영화의 질문이겠죠.

〈원더풀 라이프〉에 대해 이동진 평론가와 나눈 80여 분간의 대화는
지금, 왓챠에서 볼 수 있습니다.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 밤 10시, 왓챠 유튜브 채널에서
‘헐왓챠에 이동진’ 라이브 코멘터리가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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