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심받을 팔자를 타고났다. 도경수를 보고 있으면 그런 생각이 든다. EXO의 멤버 디오로 먼저 본 그의 첫인상은 ‘세상엔 저런 아이돌도 있구나…’였다. EXO 데뷔 당시 디오에 관한 가장 유명한 에피소드는 첫 데뷔 무대 ‘MAMA’를 소개할 때 너무 긴장한 나머지 “우아한 오케스트라”를 “우… 우월한 오케스트라”라고 흔들리는 동공으로, 바꾸어 말한 사건이었다. 팬들에게 큰 웃음을 준 이 일이 언급될 때마다 그는 잘했어야 하는 일을 잘 해내지 못했다며 진지하게 자책했다. 그 나이 또래 남자애들 같은 장난기도 개그 욕심도 없고, 나서서 뭘 하기보다는 멤버들 뒤에 서서 조용히 눈치를 보던 디오를 보고 있자면 애초에 연예인이 되기로 결심한 이유가 무엇인지, 그것도 SM엔터테인먼트의 아이돌 그룹을 준비한 계기가 궁금해질 정도였다.
그런데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혼자 노래를 할 기회가 주어지면 아이돌 보컬 중 들어본 적 없는 음색으로 거침없이 곡을 소화했다. 뭐지? 저런 매력과 장기를 갖고 있는 사람이 왜 앞에서 자신을 과시하지 않는 건지 나 같은 범인은 납득되지 않았다. 그래서 디오는 아이돌 특유의 씩씩함과 넉살이 없는데도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자꾸 신경 쓰이는 캐릭터였다. 갑자기 디오의 얼굴에 웃음이 번지면 내가 웃긴 것도 아닌데 괜히 안심이 됐다. 눈에 띄는 행동을 하지 않아도 보는 사람을 신경 쓰이게 하는 매력, 우리는 이런 것을 두고 스타성이라고 말한다.

첫 순간부터, 완성형
이젠 아이돌 출신 배우라면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이 꽉 막힌 꼰대처럼 보이는 시대다. 하지만 디오가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땐, 심지어 EXO처럼 대형 소속사의 관리를 받고 10대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아이돌 그룹일 경우에는 더 혹독한 관문을 통과해야 하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아이돌 디오 특유의 덤덤함은 그가 배우 도경수가 됐을 때 오히려 고유의 퍼스널리티가 됐다. 12명이나 되는 EXO의 멤버들을 외우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장재열(조인성)의 어린 시절 가정 폭력 트라우마를 반영하는 환영 강우는 스스로 침잠하는 분위기를 타고난 신인 배우였다. 금방 무너질 것처럼 위태롭지만 쉬이 내색하지 않고, 그래서 그 상자 안에 뭐가 들었는지 알고 싶게 만드는 얼굴. 그래서 도경수는 카메라 앞에 선 첫 순간부터 완성된 배우가 될 수 있었다. 이후 도경수의 행보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특히 아직 몰라도 됐을 세계를 너무 일찍 맞닥뜨린 소년의 얼굴로 도경수는 적격이었다. 영화 '카트'의 태영은 부당 해고에 맞서 파업에 들어간 엄마(염정아)에게 부담을 안기는 대신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할 만큼 조숙하고, 제때 알바비도 주지 않고 오히려 도둑 누명을 씌우는 사장에게 길바닥에서 악을 쓴다.
'7호실'에서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DVD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태정 역시 사장(신하균)에게 월급을 받지 못하고 생활고에 시달리자 마약 범죄에 가담한다. 그런가 하면 '너를 기억해'에서 감정이 결여된 사이코패스 범죄자, '순정'의 첫사랑을 통과하는 시골 소년, '형'에서 시력을 잃은 유도 선수, '신과 함께' 시리즈의 관심 병사 원동연, 웹드라마 '긍정이 체질'에서 이병헌 감독 특유의 코미디까지 가로지르며 신인 배우로서 유연한 학습 능력을 증명했다. 그러니 차가운 왕세자에서 기억을 잃고 나무 베기, 새끼 꼬기도 못한다고 구박받는 ‘무쓸모남’ 원득이가 된 '백일의 낭군님'의 캐릭터 변주가 많은 사람에게 설득력을 얻고 큰 성공(최고 시청률 14.4%, 방영 당시 tvN 역대 드라마 시청률 4위 기록)을 거둘 수 있었으리라.

그의 첫 원톱 주연 대작이었던 '스윙키즈'는 소년기에만 가능한 순수한 열정과 시대의 아픔을 몸짓에 담아 연기해야 하는 작품이었다. '스윙키즈'는 도경수를 “아이돌보다 배우가 어울린다.”거나 “배우에 집중하기에는 아이돌로서 가진 능력이 아깝다.”는 이분법으로 판단하는 일이 왜 무의미한지 보여준다. 춤과 노래에 재능이 있는 가수이기에 더 설득력 있는 연기를 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는 것을, 이는 다른 누구로 대체할 수 없는 독보적인 경쟁력임을 '스윙키즈'의 로기수는 보여준다. (더불어 데뷔 초 많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던 가수 디오의 노래 실력이 한껏 발휘될 언젠가의 필모그래피 역시 기다려진다.)
경수의 눈

도경수는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소년성이 완전히 휘발되지는 않을 것 같은 눈을 가진 배우다. 하지만 쉽게 꺾지 않는 강단이 느껴지는 눈빛이나 꾹 다문 입매가 의외로 조숙한 느낌을 줘서, 실제로 소년에 가까웠던 나이에도 늘 또래보다 어른스러워 보였다. 뜯어볼수록 의외성이 발견되는 배우가 다양한 캐릭터에 몸을 던져 연기를 할 때, 그는 톱 아이돌 그룹 멤버가 기대 이상으로 액팅이 안정적이라는 1차적인 놀라움을 뛰어넘는 신선함을 매번 갱신한다. 스타성과 독보적인 캐릭터, 그리고 재능까지 타고난 배우가 탄생했다.

군대에 갔다 온 후 도경수의 팬들은 그가 많이 달라졌다고들 한다. 사실 그를 인터뷰로 만난 적이 있거나 함께 작품을 했던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고 하지만, 팬들과의 소통에 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든지 자신의 목소리로만 채운 솔로 앨범을 발표하는 행보는 확실히 연예인 도경수의 유연한 활동 반경을 기대케 한다. 제대 후 첫 연기 복귀작은 김용화 감독의 우주 SF 대작 영화 '더 문'이다, 도경수는 우연한 사고로 우주에 홀로 남겨져 구조를 기다리는 우주인, 다시 말해 '마션'의 맷 데이먼과 같은 상황을 연기한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최초로 우주 비행사가 되어 달·화성 탐사 계획인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임무를 맡았던 한국계 미국인 조니 김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캐릭터로, 여러모로 도경수가 기존에 보여준 단단한 이미지와 닮았다. 몸을 쓰는 일에 능한 도경수는 지구 중력과 달의 중력, 무중력 상태에 따른 움직임까지 고민하며 현장에서 촬영에 임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공교롭게도 '엑소 플래닛'에서 그가 맡은 초능력은 ‘힘’, 즉 중력인데 '더 문' 같은 작품에 잘 임할 수 있는 건 당연한가 보다.)

또 다른 차기작은 주걸륜 주연의 대만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리메이크 작품이다. 시간 여행 판타지가 가미된 청춘 로맨스물은 역시 상대 배우와의 호흡이 중요하고, 설정상 수준급의 피아노 연기가 요구되며, 무엇보다 원작과의 비교가 태생적인 짐으로 작용하는 프로젝트다. 조숙했던 소년이 세월이 흘러 국가의 중대한 우주 사업의 책임자가 될 법한 나이가 됐을 때, 그리고 여전히 교복을 입어도 어울릴 풋풋한 얼굴에 농밀한 감정이 더해졌을 때 도경수는 한 번 더 진화할 것이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도경수는 보는 사람을 신경 쓰이게 하고, 어떤 돌출이 있을지 매번 궁금해지는 배우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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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임수연 | 사진. SM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