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어서 얻은 초능력으로 세상에 '한 방' [책과 삶]
[경향신문]

슈퍼히어로의 단식법
샘 J 밀러 지음·이윤진 옮김
열린책들 | 456쪽 | 1만5800원
초반만 보면 할리우드 영화에서 볼법한, 전형적인 빌런의 탄생 서사 같다.
주인공 맷은 미국 작은 마을에 사는 고등학생이다. 동성애자인 그는 학교 스타인 야구부 타리크를 짝사랑하고 있다. 하지만 타리크의 야구부 친구들에겐 ‘호모XX’라며 두들겨 맞기 일쑤다. “일주일에 다섯 번 집에 있는 총을 들고가 수많은 사람을 쏴 죽이고 자신도 쏴버리는 상상”을 할 정도로 심리가 불안정하다. 그런데 어느날, 평소처럼 야구부의 괴롭힘이 시작되려는 바로 그 순간에 맷에게 ‘초능력’이 생겼다. 시각부터 청각, 후각까지 모든 감각이 예민해지면서 상대의 마음을 읽어내려간다. 문제는 그 능력이 쫄쫄 굶어야만 발현된다는 것.
이 책은 슈퍼히어로의 외피를 두르고 청소년 동성애와 거식증을 이야기하는 SF소설이다. 가난과 차별, 외모 강박에 시달리는 맷에게 몸은 유일하게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대상이다. 정신적 지주였던 누나는 타리크를 만난 뒤 사라져버리고, 그날 이후 타리크는 어쩐지 자신의 눈을 피한다. 맷은 자신에게 생긴 초월적 힘을 이용해 타리크가 감추고 있는 진실을 파헤치기로 한다. 굶어서 얻은 초능력으로 자신을 멸시한 세상을 향해 유쾌한 한 방을 날린다. 분명 통쾌하긴 한데 어쩐지 짠한 마음이 든다.
1979년생인 샘 밀러는 이 작품으로 장편 소설가로 데뷔했다. 이야기의 대부분은 본인의 10대 시절 경험에서 따왔다. 그래서인지 거식증 묘사는 잔인할 정도로 솔직하다. “렉스가 슈퍼맨에 집착하고 배트맨이 조커를 포기하지 못하는 것처럼, 사랑과 증오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한 채 굶주림에만 반응한다”는 구절은 식이장애에 대한 문학적 비유로도 읽힌다. 무거운 주제를 유쾌하게 다루는 균형 감각이 돋보인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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