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기아 쏘렌토와 K8이 국산 승용차 판매량 1, 2등을 차지했다. 공통점은 실내 공간이 넉넉한 D 세그먼트 이상 모델이라는 점. 3,000만~4,000만 원대 가격표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높은 체급이다. 그런데 국산차 가격이 점차 오르면서 5,000만 원 이하 수입차로 눈길을 돌리는 소비자도 늘었다. 과연 수입차 브랜드의 막내 모델들은 국산차를 대체할 만한 가치를 지녔을까?
글 서동현 기자
사진 서동현 기자
‘생애 첫 수입차’라는 주제로 만난 첫 번째 차는 볼보 XC40.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시작 가격이 4,670만 원으로, 국산 대형 세단 또는 SUV의 ‘풀 옵션’ 가격과 엇비슷하다. 두 번째 이유는 주변의 관심. 지난해 연예인 부부가 탄 XC90 사고 사례가 화제를 모으면서, ‘진짜 다른 차보다 안전해?’라고 물어보는 주변 지인들이 늘었다.

XC40은 후발주자였다. 독일 프리미엄 제조사들은 진작부터 프리미엄 소형 SUV를 만들어 1~2인 가구 소비자들의 마음을 훔쳤다. 그러나 XC40의 임무는 소형 SUV 시장을 공략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젊은 고객들을 볼보라는 브랜드로 이끌고, 40-60-90으로 뻗는 탄탄한 SUV 라인업을 완성했다. 볼보의 판매 실적을 주도하는 XC 시리즈에 마침표를 찍은 셈이다.
막내의 디자인에 자신감이 넘쳤던 걸까? 볼보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2017 패션 위크’에서 XC40을 최초로 공개했다. 첫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시승을 마친 외신 기자들은 개성 넘치는 디자인과 실내 공간 활용성, 풍성한 안전장비 등에 높은 점수를 매겼다. 더불어 유럽과 일본에서 ‘올해의 차’로 등극하며 기분 좋은 데뷔전을 치렀다.
① 익스테리어



2세대 XC90을 시작으로 볼보의 디자인은 폭넓은 변화를 거쳤다. 진중한 분위기는 그대로 간직하되, 토마스 잉엔라트(Thomas Ingenlath)와 로빈 페이지(Robin Page)의 지휘 아래 한층 젊고 신선한 새 옷을 입었다. 20~30대를 겨냥한 XC40은 여기에 ‘역동성’도 한 스푼 더했다. 앞으로 돌격하는 듯한 콧날과 ‘Y’자로 찢은 눈매에서 차의 성격을 엿볼 수 있다.
시승차는 R-디자인 트림으로, 차체 곳곳에 스포티한 감성을 더했다. 라디에이터 그릴 속을 차분한 수직 기둥 장식 대신 수평 메시 패턴으로 채웠다. 앞뒤 범퍼 스키드 플레이트와 사이드미러 커버는 검정으로 물들였다. 지붕도 차체 색상과 상관없이 까맣게 마감했다. 크리스탈 화이트 펄 차체와 강한 대비를 이뤄 시선을 아래쪽으로 끌어내리는 효과를 낸다.



차체 길이와 너비, 높이는 4,425×1,875×1,640㎜. 휠베이스는 2,702㎜다. 독일 3사 경쟁자들과 비교하면 길이가 가장 짧은데, 휠베이스는 두 번째로 길다. 의외로 늘씬한 옆모습 비례를 자랑한다. 2열 창문에서 바짝 치켜 올린 벨트라인과 과감하게 꺾은 리어램프도 특징. 네 발에는 큼직한 19인치 5-더블 스포크 휠을 끼웠다.
② 인테리어



문을 열면 오렌지색 펠트(수분과 열로 가공한 친환경 직물) 소재로 뒤덮은 인테리어가 드러난다. 센터콘솔과 도어트림, 바닥까지 꾸며 눈이 즐겁다. 시승 당일 볼보를 처음 접한 지인도 화사한 실내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시트 등받이와 엉덩이 쿠션은 스웨이드로 감쌌다. 보기에도 멋지고, 실제로 몸을 잡아주는 능력도 좋다. 2단계 메모리 기능은 모든 트림에 기본이다.



운전석 분위기는 볼보의 다른 라인업과 비슷하다. 미니멀한 스티어링 휠과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 9인치 모니터로 간결하게 구성했다. 중앙 모니터 속은 총 3개 페이지로 나눠, 다양한 기능들을 보기 쉽게 배치했다. 모니터 아래에 홈 버튼을 별도로 마련해 마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를 쓰는 느낌도 든다. 반사 방지 코팅 처리해 강한 햇빛 아래에서도 글씨가 선명하다.


재치 있는 아이디어들도 눈에 띈다. 글러브 박스를 열면 장바구니를 걸 수 있는 작은 고리가 나온다. 봉투 속 물건들이 나뒹구는 걸 막기 위해 동승석 안전벨트로 꽁꽁 묶을 필요가 없다. 센터콘솔 수납함에는 분리형 쓰레기통을 넣었다. 톨게이트 영수증이나 비닐 쓰레기 등을 모아두기 좋다. 무선 충전 패드는 굽잇길에서도 스마트폰이 흔들리지 않도록 양쪽에 벽을 세웠다.



뒷좌석 무릎과 머리 공간은 차급에 비해 넉넉하다. 다만 시트 각도가 살짝 서 있고, 쿠션 높이가 낮아 허벅지가 뜨는 편이다. 독특한 벨트라인 때문에 창문 개방 면적도 작다. 다행히 편의장비는 충분하다. 모든 트림에 2열 송풍구와 드넓은 파노라마 선루프가 기본으로 들어가며, R-디자인과 인스크립션은 2열 열선 시트도 챙겼다.



트렁크 기본 용량은 452L(VDA 기준). Q3(530L)와 X1(505L)보다 좁고, GLA(435L)보단 여유롭다. 4:6으로 나눈 뒷좌석을 접으면 1,328L로 늘어난다. 접고 난 바닥도 거의 평평해 기다란 짐을 넣기 편하다. 바닥 패널은 3단으로 접어 아래 공간을 쓸 수도 있다. 또한, 패널을 비스듬히 고정하면 가방 고리 3개가 나온다.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고민이 돋보인다.
③ 파워트레인 및 섀시


지난해 7월, 볼보자동차코리아는 “본사의 탄소 배출량 저감 계획에 따라, 2021년형부터 순수 가솔린과 디젤 모델은 더 이상 들여오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따라서 지금은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만 판매한다. 현행 XC40은 발표 이후 처음 출시한 라인업 중 하나. 마일드 하이브리드를 뜻하는 ‘B’ 배지를 새로 달고 나왔다.
뼈대는 지리지동차와 함께 개발한 ‘CMA(Compact Modular Architecture)’다. 순수 전기차 XC40 리차지 및 C40 리차지와 함께 쓰는 소형차 전용 플랫폼이다. 심장은 직렬 4기통 2.0L 가솔린 터보 엔진과 전기 모터를 짝 지었다. 엔진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는 197마력, 30.6㎏·m. 여기에 전기 모터가 10마력, 4.1㎏·m를 보탠다. 공인 복합연비는 1L당 10.3㎞.
④ 주행성능

소형 SUV 구매를 앞둔 소비자라면 느긋함보다 경쾌한 주행 감각을 원할 듯하다. 도심 속 XC40은 늘 활기차다. 1,500rpm부터 최대토크를 뿜어 일상에서 필요한 수준의 가속을 깔끔하게 해낸다. 정지 상태에서 출발할 땐 할덱스의 5세대 AWD 시스템이 뒷바퀴에 힘을 보내 부드럽게 등을 떠민다. 스타트/스톱 시스템이 엔진을 깨울 때 진동은 작은 편.
반면, 고속으로 치고 나갈 때의 호쾌함은 다소 부족하다. 제조사가 밝힌 0→시속 100㎞ 가속 시간은 8.5초.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바꿔도 비교적 높은 엔진 회전수를 유지할 뿐 가속력 차이는 체감하기 어려웠다. 계기판이나 모니터 그래픽 변화도 없어, 가속을 부추기는 감성적인 면을 찾기 힘들다. 전 차종 최고속도를 시속 180㎞로 묶어버린 볼보의 의도일 수도 있다.


승차감은 전형적인 유럽차 느낌이다. 노면 정보를 솔직하게 전달하되 잔진동은 억제했다. R-디자인은 스포츠 섀시를 품어 서스펜션이 조금 더 단단하다. 덕분에 시속 100㎞ 이상 고속 주행 안정성이 만족스럽고, 코너에서 차체 기울임도 적다. 짧은 휠베이스 때문에 조향 반응도 민첩해 기대 이상으로 운전이 재미있다. 운전대 뒤 시프트 패들의 부재가 아쉬울 따름이다.

고속도로에서는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인 ‘파일럿 어시스트(Pilot Assist)’가 활약한다. 운전대 9시 방향 버튼을 누르면 현재 속도를 유지한 채 즉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모드로 들어간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차선 재인식 능력. 차선 변경 후 다시 조향 보조를 시작하기까지 과정이 매우 빠르다. 차로 중앙 유지 및 앞 차와의 거리 유지 실력도 준수하다.

방음 대책은 어떨까.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카랑카랑한 엔진 소리가 들이친다. 공회전과 정속 주행 상황에서는 들을 수 없던 큰 소리라 당황스럽다. 보닛 아래에 붙인 두툼한 흡음재도 뚫고 실내로 들어온다. 고속에선 풍절음보다 노면 소음이 조금 더 들린다. 지붕과 맞닿는 도어 테두리에 덧댄 2겹 벨벳 소재와 플래그 타입 사이드미러로 바람 소리를 줄였다.


사소한 단점들도 있다. 순정 내비게이션은 실용성이 떨어진다. 같은 구간에서 T맵과 길 안내 비교할 때, 음성 안내 횟수가 너무 적다. 과속 단속 카메라 안내도 친절하지 않다. 왼쪽 사이드미러는 광각이 아닌 평면거울이다. 안전을 위해선 숄더 체크 생활화가 필수다. 브레이크 페달은 무겁고 작동 거리가 짧다. 적응하는 데 오래 걸리진 않지만,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연료비도 고민거리가 될 수 있다. 3일 동안 도심과 고속도로를 골고루 달린 결과 연비는 10.4㎞/L를 기록했다. 전기 모터가 틈틈이 에너지를 회수하지만, 1L 당 15㎞를 넘나드는 고효율까지 기대할 수는 없다. 게다가 볼보의 모든 가솔린 엔진은 고급유를 권장한다. 8월 13일 기준 전국 평균 고급유 가격은 1L당 1,881원으로, 일반유보다 234원 비싸다. 고급유를 취급하는 주유소 위치도 미리 찾아둬야 한다.
⑤ 총평

XC40은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과 공간 활용성, 친환경 파워트레인으로 첫 수입차에 눈독 들이는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큰형님인 XC90과 안전 장비 차이를 두지 않은 점도 칭찬할 만하다. 참고로 XC40은 유로 NCAP에서 ‘별 5개’,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IIHS)에서 ‘탑 세이프티 픽 플러스(Top Safety Pick Plus)’ 등급을 받았다. 모두 최고 등급이다. 볼보가 늘 강조하는 ‘안전’을 위한 기술이 막내 SUV에도 오롯이 스몄다는 뜻이다.
비슷한 가격대의 국산차와 비교해보자. 당연히 2열과 트렁크 공간, 정비 편의성, 유지비 면에서 불리하다. 하이브리드 모델일 경우 연비 차이도 클 테고. 하지만 매 순간 4~5인을 가득 태운 채 움직이지 않는다면,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할 유럽산 소형 SUV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늘 무엇보다 안전을 추구해온 볼보라서인지, 사소한 재미가 더 크게 와 닿는다.
*장점
1) 볼보에서 가장 재미있는 안팎 디자인
2) 의외의 운전 재미
*단점
1) 고회전에서 뱉는 엔진 소음
2) 최적화가 필요한 내비게이션
<제원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