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표현되는 그린의 빠르기
라운드를 가게 되면, 시작 전 혹은 첫 홀에서 캐디 혹은 동반자들에게 하는 질문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핀의 위치를 묻는다거나, 전반적인 코스 상태를 확인해보는 것입니다.
이러한 질문 혹은 확인 사항 중에 그린이 얼마나 빠른지를 묻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질문에 대부분은 2.5, 2.7과 같은 숫자로 답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으실 겁니다. 이 숫자가 어떤 의미일까요?
그린의 빠르기를 측정하는 도구 - 스팀프미터
라운드를 하다 보면, 코스 관리자가 와서 티잉 구역의 위치를 바꾸거나 깃대의 위치를 바꾸는 경우는 종종 볼 수 있습니다. 혹은 코스 정비를 위해 큰 장비들을 가지고 잔디를 깎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린의 빠르기를 측정하는 도구를 만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대부분은 라운드가 시작되기 이전에 이 도구가 사용되고, 그린 세팅, 특히 빠르기를 정하는 작업은 더 일찍 마무리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그린의 빠르기를 확인하는 장비가 바로 스팀프미터(Stimpmeter)라는 장비입니다. 영어 단어를 찾아보아도, Stimp라는 단어를 찾기가 어려운데, 이는 바로 이 장비를 처음 발명했다고 알려진 에드워드 스팀슨 (Edward Stimpson)에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기 때문입니다. 에드워드 스팀슨은 미국 매사추세츠 주의 아마추어 챔피언이기도 했는데, U.S.Open의 그린이 비정상적으로 빠른 것을 보고, 이를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다가 제작되었다고 전해집니다. 직접 플레이하는 것만큼이나 골프 자체에 진지한 골퍼였던 것 같습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홈이 파여 있는 파이프 모양의 막대 위에 볼을 올려놓았다가, 한쪽을 들어올리기 시작하면, 특정 기울기가 되었을 때 골프볼이 그린 위로 굴러가는데, 이때 굴러간 거리를 측정해서, 숫자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참고로, 약 22도 정도를 기울이게 되었을 때 골프볼이 굴러가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스팀프미터를 이용해 그린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3개의 골프볼로 방향을 바꾸어 측정하는데, 보통은 경사면이 아닌 평지를 기준으로 측정하게 됩니다. 경사면에 따른 그린 스피드 차이를 확인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테스트 이후, 평균 수치를 구해 그린의 빠르기를 숫자로 표현하게 됩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2.7이 그린의 빠르기라면, 스팀프미터를 통해 골프볼이 굴러가는 평균 거리가 2.7미터 정도인 것입니다.
코스세팅의 난이도 - 대회 기준
라운드를 하면서 그린 빠르기를 물어보게 되면, 보통 2.5내외인 경우가 많습니다. 계절적 요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3.0에 가까울수록 굉장히 빠르다고 느낄 수 있으며, 2.0에 가까울수록 그린이 잘 구르지 않는다고 느낄 것입니다.
실제 선수들이 플레이하는 환경은 어떨까요? 국내의 경우에는, 작년 11월에 열린 KPGA 투어, LG Signature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 최고의 그린 스피드였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바로 3.8미터입니다. 보통 3미터가 넘는 코스에서도 플레이하기 힘든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3.8미터는 정말 '툭 치기만 해도 굴러가는' 그런 느낌일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린의 빠르기에 있어 악명 높기로 소문난 U.S.Open을 살펴보면,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 해외의 경우에는 국내와 같이 미터를 사용하지 않고, '피트'를 사용하는데, 보통 14~15 정도로 세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거의 4.3~4.5미터 정도이니, 정말 빠르겠죠?

스팀프미터 사용의 목적 - 코스의 일관성 확보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스팀프미터는 그린의 빠르기를 측정하기 위한 것입니다. 일반적으로는 그린이 빨라지면 코스가 어렵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골퍼의 입장에서는 스팀프미터가 마치 골퍼에게 어려움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장비로 느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린의 빠르기를 측정한다는 것은 코스의 난이도를 세팅하기 위한 의미도 있지만, 실제로는 18홀을 도는 동안 18개 홀의 그린이 가급적 동일한 그린 스피드를 갖도록 만든다는 목적이 더 클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하나의 그린 위에서도 가급적 그린 스피드가 동일하도록 유지시켜 주기 위한 장비일 수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라운드를 하다가, 홀 별로 그린의 빠르기가 달라서 애를 먹은 경험이 있지 않으신가요? 그린의 빠르기가 다르다는 것은, 퍼트 거리뿐만이 아니라 경사면 등에서 어디를 조준해서 퍼트를 해야 하는지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적어도 18홀 동안은 일관성이 있는 것이 좋습니다.
골퍼의 입장에서 보면, 라운드 이전에 그린의 빠르기가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골프장의 연습 그린에서 몇 개의 퍼트를 해 보고, 캐디에게 연습 그린과 비교해서 실제 그린이 어떤지를 확인하는 것은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다음 번 라운드 때에 골프장에 표시된 그린 빠르기 정보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