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플러스 출시되면 이건 꼭 보세요

무엇을 볼지 고민하며 스크롤을 내리느라 부지하세월인데, 어디서 볼지 고민하는 데에도 시간을 쏟게 생겼다. 디즈니플러스, 애플tv플러스, HBO 맥스 등의 OTT 플랫폼이 국내 진출을 선언했다.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 티빙 등이 주도하던 스트리밍 서비스 각축전이 말 그대로 춘추전국시대를 코앞에 둔 상황. 그중 디즈니플러스가 11월 12일 한국 출시를 공식화하며 선전포고를 했다.

마블, 픽사, 스타워즈, 심슨까지 막강한 라인업을 보유한 디즈니플러스가 한국에 어떤 콘텐츠를 선보일지도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그 작품들을 기다리는 동안 아마존 탐험에 나서보는 건 어떨까.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한국에 정식으로 서비스를 출시하지는 않았지만 선별된 작품에 한해 본편과 한국어 자막을 제공하고 있다. 오늘도 어떤 썸네일을 클릭할지 갈등하고 있다면 먼저 아마존에 접속해보길 권한다. 훌륭한 완성도에 비해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 많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추천작과 함께 디즈니플러스에서 기대할 만한 작품들을 소개한다.


'디즈니 플러스' 추천작

왓 이프…?

캡틴 카터가 퍼스트 어벤져였다면? 킬몽거가 토니 스타크를 구했다면? 애니메이션 시리즈 '왓 이프…?'는 유니버스의 서사를 거슬러 올라가 모든 걸 바꿀 수도 있는 상상을 펼친다. 만약의 늪에서 헤엄치는 일은 언제나 달콤쌉싸름하다. 히어로들의 운명이 어떻게 바뀔지 점쳐보며 이 시리즈를 기다려보자. 이 밖에 '호크아이' '로키' 등의 단독 시리즈도 디즈니플러스에서 만날 수 있다.


만달로리안

2020년과 2021년에 연달아 에미상 7관왕에 오른 '만달로리안'은 ‘스타워즈’ 시리즈의 스핀오프로, 어쩌면 지금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드라마다. 지난해 미국의 모든 OTT를 통틀어 시청률 1위에 등극했으며, 시즌 1을 완성하는 데에만 1200억 원 가까운 제작비를 들였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디즈니플러스가 작정하고 내놓은 대작의 결과는 대성공. 디즈니의 자본력과 기술력으로 만달로리안 종족의 모험을 거대하고 화려한 스케일로 그려냈을 것이 분명하다. SF 팬들이 적법한 경로로 화제의 스페이스오페라를 영접할 날이 머지않았다. 물론 ‘스타워즈’ 시리즈에 유독 시큰둥했던 한국에서도 압도적 인기를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


해밀턴

브로드웨이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해밀턴'을 모를 수 없을 것이다. 2015년 초연 이후 지금껏 표가 없어서 못 파는 뜨거운 행보를 이어오고 있는 이 뮤지컬은 미국 건국의 아버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초기 재무장관 알렉산더 해밀턴의 파란만장한 삶을 극화한 작품이다.

이 사실만으로는 열기가 전해지지 않을 듯해 덧붙여본다. 해밀턴의 정치적 동지들과 적수들이 한데 모여 랩을 하고, 그 싸움의 메시지가 곧 힙합 정신으로 연결된다면 흥미가 좀 생길까. 지루할 수 있는 역사를 창의적으로 재해석해 의미와 재미를 모두 잡은 '해밀턴'은 관객은 물론 2016년 토니상 트로피까지 싹쓸이하며 유례없는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디즈니플러스가 공연 실황을 독점 공개하면서, 현재진행형의 전설을 쓰고 있는 '해밀턴'을 한국에서도 반길 수 있게 됐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추천작

더 와일즈

하와이에 도착해야 할 비행기가 바다 한가운데로 추락한다. 조난당한 탑승객은 각기 다른 이유로 10대 여성을 위한 캠프에 참가한 아홉 사람. 이들이 죽을힘을 다해 무인도에 닿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더 와일즈'는 하이틴 미스터리 스릴러의 새 지평을 여는 탁월한 드라마다. 불을 피우고 식량을 구하기 위해 애쓰는 동안, 인물들은 쉽게 친해지지 못한다. 생존을 위해 사나워질 수밖에 없는 지금, 그들은 자신을 여기까지 데려온 현실이 어떤 형태로 일그러져 있었는지 복기할 뿐이다.

미성년의 불안과 환희, 질투와 애정, 혼란과 탐구로 얽혀 있던 그들의 시간이 시즌 1에 들어차 있다. 그 열 편의 에피소드는 아홉 명의 삶으로 우리를 끌어들인 다음 영영 그들을 응원하게 만든다. 반전에 반전이 꼬리를 물어도 말이다.


마블러스 미시즈 메이슬

남편이 잠들어야 세수하고, 그가 눈뜨기 전 화장하는 부지런을 4년 넘게 떨어온 여자. 1950년대 후반, ‘미시즈 메이슬’ 밋지는 그런 아내였다.

대학 시절 만난 한 남자에게 열과 성을 다했다. 퇴근 후 스탠드업 코미디 무대에 오르는 그와 동행해 객석 반응을 꼼꼼히 메모할 만큼. 하지만 그 성실한 태도가 남편의 심기를 거스르고 만다. 그에게 개그 소재까지 던져줬건만, 웃음 사냥에 실패한 남편이 아내를 나무라는 게 아닌가. 그가 자신을 떠나자 밋지는 자각한다. 이 웃기는 인간이 날 내친 것보다 웃기는 일은 없다고.

시즌 3까지 제작된 '마블러스 미시즈 메이슬'은 이혼 후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되는 밋지의 희비 교차 성장기다. 온갖 이야깃거리를 해학적으로 승화하는 밋지에게 귀 기울여보자. 울다 웃다 인생살이 기술을 배우게 된다.


마이애미에서의 하룻밤

윤여정 배우가 여우조연상을 안은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색상, 남우조연상, 주제가상 3개 부문 후보에 올랐으나 국내 극장에서 볼 수 없었던 작품이 있다. 배우 레지나 킹의 감독 데뷔작인 '마이애미에서의 하룻밤'이다. 인종차별의 역사에 상상력을 더한 이 영화는 제목 그대로 1964년 2월 25일 밤 마이애미에 네 명의 실존 인물을 불러 모은다.

흑인 해방 운동가 말콤 X, 복서 무함마드 알리, 가수 샘 쿡, 미식축구 선수 겸 배우 짐 브라운. 당대 정치와 문화에 적잖은 영향을 끼친 이 사람들이 한날한시에 모인다면 어떤 대화가 오갈까. 영화는 대체 역사 또는 사고실험처럼 플롯을 운용하며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써나간다. 혐오와 반목의 시대, 지금 우리에게도 필요한 토론이 박력 있는 캐릭터들의 입을 빌려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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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남선우(<씨네21> 기자) | 사진. 각 플랫폼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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