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성명 안 밝히고 묻는 청와대 앞 경비단 불쾌" [청와대 앞 사람들]
"어떤 일 때문에 오셨느냐" 청와대 앞 행인들에 질문
소속·이름 미고지 다수.."명찰 걸었다" "정식검문 아냐"
경찰관직무집행법 "신분증 제시, 소속·이름 밝혀야"
권익위 "사복경찰관, 특히 신분 밝히는 절차 중요"
202경비단 "잘못 맞다..규정준수 전체교육 할 것"
![지난 30일 오전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서울경찰청 '202경비단' 직원들이 사복차림으로 근무를 하고 있다. [사진=이윤식 기자]](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107/31/mk/20210731112401375kmsy.jpg)
지난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건너편, 청와대 분수대광장으로 향하던 기자와 202경비단 소속 사복 경찰관과의 대화입니다.
202 경비단 직원: (기자에게 다가서며)어디로 가시죠, 광장에 가시나요?
기자: 누구시죠?
202 경비단 직원: 202경비단에 A 경위입니다.(명찰을 들어 올린다)
기자: 물어볼 때 소속과 이름을 먼저 밝혀야지 않나요?
202 경비단 직원: 저희는 목에 항상 걸고 있잖아요.
청와대 앞을 지키는 서울경찰청 소속 '202경비단'이 자신의 신분과 소속을 밝히지 않고 길 가는 행인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행태는 청와대 분수대광장에서 1인시위를 하거나 주변을 지나가는 시민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일상입니다. 그러나 어떤 사안이 만연해 있다고 그게 꼭 정당한 것은 아닙니다.
보안이 중요한 청와대 앞의 경찰관이라고 함부로 길 가는 시민을 붙들어놓고 질문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은 경찰관이 수상한 사람 등에게 질문을 할 때(불심검문)에는 자신의 신분을 표시하는 증표를 제시하면서 소속과 성명을 밝히고 질문의 목적과 이유를 설명하도록 규정합니다.
문재인정부에서 경찰개혁위원회 인권분과위원으로 활동했던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경찰이 행인에게 질문하며 소속과 이름을 고지하지 않는 데 대해 "경찰관 직무집행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양 변호사는 "해당 규정은 공권력 실행 과정에서 적법성을 기하라는 취지의 규정이다. 지켜야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청와대 앞 사람들'에서는 청와대 앞 사랑채를 지키는 202경비단에 대해 얘기해 보려 합니다. 202경비단은 앞서 저희 코너에서도 다룬 종로경찰서(대화경찰관 편)와는 별개의 서울경찰청 산하 조직입니다. 청와대 앞을 포함한 종로구 일대는 종로서 관할이지만 청와대 앞의 보안 유지 특수성 때문에 청와대 외곽은 202경비단 사복 경찰관들도 다수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번 취재를 위해 지난 29~30일 청와대 앞 분수대를 찾았습니다. 이곳에서 만난 다수 1인시위자들은 자기 소속을 밝히지 않고 질문을 던지는 202경비단의 태도에 불쾌감을 표했습니다. 이곳에서 장기간 1인시위를 한 B씨는 "경찰들과 엄청 싸운 적이 있다"며 "(청와대 사랑채 앞 쪽에서)나를 못 들어오게 하고 '(아래쪽에서 경찰이)보내 줘서 들어왔냐?'고 묻더라. 내가 '그럼 보내주지 않았으면 쥐새끼처럼 숨어왔겠냐'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B씨는 "(202경비단이)본인은 신분을 밝히지도 않으면서 내 이름을 대고 올라가라는 거다. 왜 본인은 신분 밝히지 않고 그러냐고 한마디 해줬다"며 "이 문제는 기사를 좀 내야 한다"고 기자에게 부탁까지 했습니다.
최근 청와대 앞 1인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지부의 조합원 C씨도 같은 말을 했습니다. 그는 "경찰이 본인 신분을 밝히지 않고 묻는 경우가 꽤 있다"고 했습니다. '1인 시위'를 명분으로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 안에서 대기를 못 하게 하는 데에도 불만을 표했습니다.
이날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소속과 이름을 밝히길 꺼려했습니다. 늘 마주치는 경찰에 밉보이기는 부담스럽다는 반응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이에 대해 자신있게 문제제기를 할 수 있던 것은 기자 역시 지난 4개월간 '청와대 앞 사람들'을 연재하며 거의 매주 1~3번 이곳을 찾았고, 소속·성명을 밝히지 않은 채 질문을 던지는 202경비단의 행태를 자주 겪었기 때문입니다.
최근 국민권익위원회는 불심검문 과정에서 신분증 제시, 소속·이름 고지를 소홀히 한 경찰관의 행위가 부당하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권익위 경찰옴부즈만은 지난 28일 보도자료를 내고 "단속 현장에서 범죄로 의심할만한 정황이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관찰, 대화 등 사전 절차를 소홀히 한 채 불심검문을 하고, 그 과정에서 신분증 제시, 소속 및 성명 고지 등을 소홀히 한 경찰관의 행위는 부당하다"고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손난주 권익위 경찰옴부즈만은 "특히 사복을 입은 경찰관의 경우 외관으로 경찰임을 구별하기 어렵기 때문에 신분을 명확히 밝히는 등 관련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경찰청은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불심검문 관련 현장 매뉴얼' 등 직무규정 교육을 철저히 하겠다"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사건은 성매매 단속 현장으로 구체적인 상황이 다르지만, 권익위도 경찰에서의 소속·성명 고지 미흡 실태에 대해 부당하다는 결정은 한 사례입니다.
202경비단의 핵심 고위 관계자는 매일경제의 문제 제기에 "소속·이름을 밝히지 않았다는 부분은 저희가 잘못된 것이 맞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는 "다소 갑작스런 기자회견이 벌어지고 지지자나 반대하는 분들이 참석할 수 있어 확인 차 '어디 가시느냐'고 질문 할 수 있지만 관등성명을 밝히는 것이 규정이다"고 했습니다. 또 "전체가 규정을 준수하도록 교육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일부 202경비단에 대해 호평을 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온라인마권 발행 법안 통과'를 촉구하며 릴레이 1인시위를 하는 한국마사회 제1노동조합 측은 "경찰들이 친절하게 잘 대해준다"며 "물 먹고 싶으면 생수 아이스박스 있다고 주고 '필요한 사항 있으면 얘기하라'고 해준다. 권위적일줄 알았는데 응대를 잘 해준다"고 했습니다.
[이윤식 기자]
※서울 종로구 효자동 139, 청와대 앞 분수대에는 매일 갖가지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찾습니다. 집회금지구역인 이곳에서 피켓을 하나씩 들고 청와대를 향해 '1인시위'를 합니다. 종종 노숙농성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귀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어떤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일까요? 매주 토요일, 청와대 앞에서 만난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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