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 추억] "심판 운영미숙에 유도 재미없어져.. 한국선수들 체력 떨어져 노 골드"

도쿄올림픽에서 유도 종목 심판을 봤던 16명 중 올림픽 입상 경력자는 딱 한 명이었다. 1996 애틀랜타 올림픽 여자 52㎏급 은메달리스트였던 국제유도연맹(IJF) 현숙희(48) 심판위원. 선수 생활은 짧았다. 팔꿈치·허리 통증으로 1997년 은퇴하고 1999년 심판으로 변신했다. 심판복을 입고 두 번째 올림픽에 다녀온 현 위원을 최근 서울 광영여고에서 만났다.
이 학교 체육교사 겸 유도부 감독인 현 위원은 ‘유도가 재미없어졌다’는 지적에 “심판의 책임이 크다”고 했다. “대부분 올림픽에 처음으로 심판을 보러 와서 그런지 선수들에게 ‘지도’를 아끼는 분위기였어요. 지도를 과감하게 줘서 정규시간부터 공격적인 플레이를 끌어냈어야 했다고 봅니다. 그래야 힘이 있을 때 강하게 메쳤을 테니까요.”
별다른 판정 시비는 없었지만, 정규 경기(4분)는 대개 탐색전으로 끝나곤 했다. 현 위원은 “연장전(골든 스코어)이 너무 많았다. 선수들이 나중엔 힘이 다 빠져서 공격 같지도 않은 공격만 했다”며 “일어나는 것도 힘들어하는데 어떻게 상대를 넘기겠느냐”고 했다. 일관성도 문제였다. 현 위원은 “정규 시간에는 명백한 반칙도 그냥 넘겼다가, 연장전이 돼서야 비슷한 상황에 지도를 주는 일이 많았다”고 했다. 결국 연장전에서 반칙패(지도 3개)를 당하거나, 무리하게 공격적으로 나서다 무너지는 장면이 되풀이됐다. ‘지루하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현 위원은 조구함(29·KH그룹 필룩스)과 에런 울프(25·일본)의 남자 100㎏급 결승도 비슷하게 흘러갔다고 평가했다. 현 위원은 “조구함이 울프의 옷깃을 잡으려고 할 때, 울프가 이를 뿌리치는 과정에서 규정에 어긋나는 동작을 여러 번 했다”면서 “심판이 초반부터 울프에게 지도를 줬다면 경기 양상이 상당히 다르게 흘러갈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심판은 지도를 아꼈고, 조구함은 연장 5분 35초 만에 안다리 한판으로 무너졌다.

조구함의 은메달은 한국 남녀 유도 대표팀이 거둔 최고 성적이었다. 한국은 2016 리우 대회에 이어 두 대회 연속 노 골드(은 1, 동 2개)에 머물렀다. 여자부는 노 메달이었다. 현 위원은 한국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원인으로 코로나 사태를 꼽았다.
“우리만 코로나로 피해를 본 건 아니지만, 유럽은 분위기가 달랐어요. 선수들이 대회에 자주 참가했고 훈련 기회도 많았죠. 반면 우리 선수들은 파트너 훈련을 많이 못 했고, 2주 자가 격리도 잦았어요. 유도에서 ‘유효’가 없어진 뒤 경기가 조금 늘어지고 체력이 강한 선수가 유리해졌는데, 한국 선수들은 체력이 떨어져 있었던 거죠.”
한국 선수들의 강점은 힘과 기술의 조화였다. 하지만 이번엔 체력과 근력으로 상대를 압도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기술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도 외국의 강자들에 비해 떨어졌다. 현 위원은 “업어치기 같은 큰 기술이 위력을 발휘하려면 먼저 많이 움직이면서 작은 발기술로 먼저 상대를 흔들어야 한다”면서 “제자들에게도 ‘뿌리를 먼저 흔들어야 나무를 넘어뜨릴 수 있다’고 가르친다”고 말했다.
올해 부진했지만, 한국 유도에 대한 현 위원의 믿음은 여전했다. “귀국 날 공항에서 후배들을 만났어요. ‘사인 한 장씩 해 달라’며 말을 걸었죠. 다들 아쉬워하면서도 파리 올림픽 이야기를 하며 각오를 다지더군요. 한국 유도가 3년 뒤 파리에선 1만5000 관중 앞에서 다시 멋있게 환호할 거라고 믿습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정성호 “투표지 부족은 참정권 침해... 부정선거 음모론·과격시위는 단호 대응"
- 韓 수주한 체코 두코바니 원전, 역외보조금 의혹 해소했다
- ‘黨복귀 임박’ 金총리, 지방선거 결과에 “다시 긴장해야”
- “선관위가 국민 기본권 박탈”... 분노한 2030, 잠실 개표소로
- 문체부장관, 국립발레단 단원 입장문에 “허황된 뜬소문”
- 부안서 후진 덤프트럭에 오토바이 충돌... 80대 숨져
- “좋은 이웃·친구·동지”.. 시진핑 방북 분위기 띄우기 나선 中
- 역사상 이런 군인들은 없었다... 나라를 지킨 무명용사들 [호준석의 역사전쟁]
- 안세영, 천위페이에 대역전극... 10점 차 뒤집고 인니오픈 결승행
- “투표지 사태, 선관위 해체하라”... 서울 도심 곳곳서 주말 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