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일, 헝가리 헝가로링(Hungaroring)에서 2021 F1 11라운드 결승전 경기가 열렸다. 이곳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선수는 메르세데스-AMG의 루이스 해밀턴.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헝가리에서만 8번 우승했을 정도로 트랙 이해도가 높다. 이번 예선전 역시 1위로 마무리하며, 커리어 101번째 폴 포지션을 따냈다. 2번 그리드에 발테리 보타스가, 3번과 4번 그리드에 레드불 듀오가 나란히 섰다.

변수는 날씨와 서킷 특성이었다. 레이스 시작부터 비가 내려, 선수들은 예선전 때와 전혀 다른 노면을 달려야 했다. 따라서 슬릭 타이어 대신 표면에 패턴이 들어간 인터미디어트(Intermediate) 타이어를 끼운 채 나섰다. 또한, 길이 4.38㎞의 헝가로링은 트랙 폭이 꽤 좁은 편이다. DRS(Drag Reduction System) 작동 구간 2곳을 빼면 대부분 코너에서 추월이 어렵다.


생각보다 이른 시점에 사고가 터졌다. 경기 시작 후 첫 번째 코너에서 브레이크가 잠긴 발테리 보타스가 맥라렌 소속 랜도 노리스의 뒤를 들이받았다. 이후 막스 베르스타펜과 세르지오 페레즈까지 충돌에 휘말려 경주차가 큰 충격을 입었다. 사고의 여파로 보타스와 페레즈, 노리스가 경기를 포기했으며, 페라리의 샤를 르클레르와 애스턴 마틴의 랜스 스트롤도 서로 간의 충돌로 리타이어했다.

경기 재개 과정에서는 기묘한 장면도 볼 수 있었다. 비구름이 걷혀 모든 드라이버가 타이어를 바꾸러 들어왔는데, 해밀턴만 출발선에 멈춰 홀로 레이스를 시작했다. 이는 작전 실패였다. 한 바퀴 만에 피트로 들어와 미디엄 타이어로 바꿨지만, 이미 순위는 14위까지 떨어진 뒤였다. 레이스 선두는 알핀의 에스테반 오콘과 애스턴 마틴의 세바스티안 베텔, 윌리엄스의 니콜라스 라티피였다.
그러나 해밀턴의 차는 라이벌 베르스타펜과 달리 ‘무결점’ 상태. 이내 무서운 속도로 자신의 자리를 되찾아갔다. 경기 후반에는 5위까지 올라와 포디움을 노렸다. 반면 임시 수리만 거친 베르스타펜은 좀처럼 제 기량을 펼치지 못했다. 접전 끝에 다니엘 리카르도를 추월하고 10위에 올라, 결국 포인트 획득은 성공했다.

이번 그랑프리의 주인공은 단연 알핀이었다. 50랩 중반부터 해밀턴이 페르난도 알론소의 뒤를 바짝 쫓았는데, 무려 약 10바퀴 동안 신들린 방어 능력을 선보였다. 때문에 5위에서 발이 꽁꽁 묶인 해밀턴은 쉽사리 선두권에 다가갈 수 없었다. 전문가들은 “알론소가 3바퀴 안에 추월당했다면, 오늘 해밀턴이 우승했을지도 모른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오콘은 경기 재시작 순간부터 끝까지 1위를 지켰다. 그의 F1 커리어 첫 우승일 뿐만 아니라, 2015년 GP3 우승 이후 첫 1위다. 게다가 프랑스 팀 소속 프랑스인 선수가 프랑스 엔진으로 우승한 건 1983년 알랭 프로스트 이후 처음이다. 베텔도 끊임없이 추격했지만, 끝내 거리 차이를 줄이지 못하고 2위로 골인했다. 하지만 경기 종료 후 ‘언제든지 경주차에서 연료 샘플 1L를 뽑아낼 수 있어야 한다’라는 규정을 지키지 못해 실격당했다.
그 결과 해밀턴이 2위로, 카를로스 사인츠 주니어가 3위로 올라섰다. 윌리엄스도 초반 사고의 영향으로 뜻밖의 행운을 거머쥐었다. 라티피와 러셀이 각각 7위, 8위를 기록하며 더블 포인트라는 큰 성과를 이뤘다. 알파타우리도 5위와 6위를 차지, 평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10위권 성적표가 탄생했다.

해밀턴은 베르스타펜의 드라이버 포인트를 뛰어넘어 다시 1위를 차지했다. 더불어 팀 순위마저 레드불을 역전하며, 쉽게 예측할 수 없는 하반기 레이스를 펼칠 예정이다. 동점을 기록한 맥라렌과 페라리의 싸움도 기대해볼 만하다. 다음 경기는 이달 27~29일, 벨기에 스파-프랑코샹 서킷에서 열린다.
글 서동현 기자
사진 F1, 각 레이싱 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