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보다 화합 택했던 높이뛰기 '109년 만의 공동 금메달' 뒷이야기 [도쿄올림픽]

하경헌 기자 2021. 8. 2.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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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카타르의 무타즈 에사 바르심(왼쪽)과 이탈리아의 지안마르코 탐베리가 지난 1일 일본 도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육상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공동금메달이 결정된 후 함께 자국기를 들고 트랙을 돌고 있다. AP 연합뉴스


올림픽의 핵심 가치는 ‘우정(friendship)’ ‘존경(respect)’ ‘탁월(excellent)’다. 지난 1일 열린 도쿄올림픽 육상 남자 높이뛰기에서는 이 세 가지의 가치가 동시에 실현되는 순간이 펼쳐졌다. ‘탁월’한 두 선수가 서로의 기량을 ‘존경’하며 결국 금메달을 나눠가지는 ‘우정’을 선택했다.

주인공은 카타르의 무타즈 에사 바르심(30)과 이탈리아의 지안마르코 탐베리(29)다. 둘은 1912년 스톡홀름올림픽 이후 109년 만에 올림픽 육상 종목에서 공동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이 경기는 한국의 우상혁(25·국군체육부대)가 사상 처음으로 육상 트랙&필드 종목에서 4위에 오른 경기라 바르심과 탐베리의 경쟁을 많은 국내 시청자들도 지켜봤다.

둘은 2시간이 넘는 경기 시간 동안 경쟁해 나란히 2m37을 기록했다. 넘은 높이, 넘은 차수가 모두 똑같았다. 또한 둘은 나란히 2m39에 도전해 세 번 실패했다. ‘점프 오프(jump-off)’라는 형식의 연장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둘은 2m39에 한 번 더 도전하고 안 되면 높이를 2m37로 낮춰 승부를 가려야 했다.

영국 ‘BBC’는 이 공동금메달 과정의 뒷이야기를 전했다. 2m39를 둘 다 넘지 못해 승부가 나지 않자 주최 측은 두 선수에게 ‘점프 오프’를 제안했다. 하지만 바르심이 먼저 감독관에게 “금메달 2개를 줄 수 있냐”고 물었고 감독관은 “두 선수가 모두 동의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에 탐베리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공동금메달이 탄생했다.

공동금메달이 확정된 순간 두 장신의 선수는 서로 얼싸 안으며 기쁨을 나눴다. 육상에서 109년 만에 공동금메달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매체는 “바르심과 탐베리는 단독 우승을 향해 경쟁을 벌일 수도 있었지만 스포츠맨십을 발휘했다. 스포츠맨십의 순간에 축하의 순간이 터져나왔다”고 평가했다. 두 선수는 끝장승부를 통한 냉혹한 경쟁 대신 우정의 공동 우승을 택했다.

탐베리는 경기 후 “부상 후 복귀만을 바랐는데 금메달을 땄다. 믿기지 않는다. 꿈꿔왔던 일”이라며 소감을 전했다. 바르심 역시 “놀라운 일이다. 꿈이라면 깨고 싶지 않다. 지금 이 순간 모든 희생의 기분 좋은 대가를 나누고 있다”고 기뻐했다.

둘은 나란히 뜻깊은 금메달을 땄다. 바르심은 이번 대회에서 고국인 카타르에 2번째 금메달을 선사했고, 탐베리는 부상의 여파로 지난 2016년 리우올림픽에 나서지 못했던 아픔을 털고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둘의 우정은 이번 대회 가장 인상적인 화합의 결과 만든 ‘윈윈(win-win)’의 결정체였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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