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한 회사가 맘에 안 들면, 손절하고 떠나야 할까?

이직 제안을 받은 뒤 꿈에 부풀어 출근한 회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회사 사람들은 차갑고, 실제 맡은 업무는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 상사와 소통도 제대로 되지 않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할까 아니면 그만둬야 할까. HBR 2020년 7-8월호에 실린 미아 리치의 가상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 실제 기업에서 직면할 수 있는 문제와 그에 대한 해법을 알아보자.


미아 리치의 출근 첫날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미아는 구호단체 '레스큐'에서 프로그램 매니저로 일하게 됐다는 기쁨에 들떠 있었다. 로비로 들어서자 지난 방문 때 만났던 낯익은 얼굴이 여럿 보였다. 그러나 그녀에게 말을 건 사람은 안내직원 앤서니뿐이었다. 지난번에 앤서니와 좀 친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그는 의아한 표정으로 미아를 올려다보며 사무적으로 물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이미지|하버드비즈니스리뷰 코리아

미아는 건물에 들어선 지 채 5분도 지나지 않아 기가 죽었다. IT팀이 아직 미아의 컴퓨터를 설치하지 않았으니 빈자리에 앉아 있으라고 했다. 그러고는 다시 자기가 하고 있던 타이핑을 하기 시작했다. 상사인 마이클은 10시 30분이 돼서야 나타났다. 마이클은 미아에게 읽어야 할 자료를 한 무더기 건넸다. 그러고는 하루 일정이 꽉 차 있지만 오후 늦게라도 미아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그날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미아는 5시간 동안 휴대전화와 개인 이메일 계정을 통해 인사팀, IT팀과 필요한 정보를 주고받았다. 점심은 혼자 빈 책상에서 먹었다. 그날 미아는 사무실에 드나드는 다른 직원들에게 반갑게 웃어 보이며 손을 흔들었지만 아무도 그녀가 누구인지 모르는 눈치였다. 미아는 자기도 모르게 이전 직장인 '아즈로'를 아쉬운 듯 떠올렸다. 그녀는 아즈로에서 자신의 일과,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좋아했다.

그러던 중 미아는 한 네트워킹 행사에서 레스큐의 인사책임자인 사울을 만났다. 몇 주 뒤 치러진 면접에서 사울은 미아에게 아즈로에서 받는 연봉의 두 배 가까이 올려주겠다고 제안했다. 또 개인적인 커리어 성장 계획을 그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 달에 한 번씩 현장에서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도울 기회도 주어질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직을 결정하는 데 걸림돌은 없어 보였다.

거슬리는 업무

다음날 오후 미아는 드디어 상사인 마이클을 만났다. 마이클은 미아에게 레스큐의 미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대규모 물류시설, 공급망, 배송을 각각 담당하는 세 부서의 활동을 감사해 달라고 했다. 각 부서에는 레스큐의 다른 사무소에서 재배치된 직원들과, 새로운 전략을 실험하기 위해 최근에 채용된 신입들이 섞여 있다고 했다. 미아가 할 일은 새로운 전략이 레스큐의 현재 전략보다 더 효율적인지 확인하는 일이었다.

미아가 입을 열었다. "사실 입사 제의를 받았을 때 사울은 제가 현장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가 있을 거라고 했습니다." 마이클은 당황하고 기분이 조금 상한 듯했다. "미아, 실망시키고 싶지는 않지만 이 자리를 두고 내가 기대했던 역할은 그게 아니에요. 우리는 이제 막 이 조직을 일으켜 세우는 중이라서 내부에서 책임을 다해줄 직원이 필요해요." 마이클은 고개를 저었다. "미안하지만 미아의 바람이 금방 이루어질 것 같진 않군요." 미아는 애써 실망감을 감추려 노력했다.

이미지|하버드비즈니스리뷰 코리아

미아는 그 뒤 3주 동안 감사업무에 매달린 채 열심히 일했지만 쉽지 않았다. 미아는 마이클에게 여러 차례 조언을 구했지만 번번이 바람맞았다. 일을 끝마치고 나서는 마이클을 닷새나 쫓아다닌 뒤에야 30분 정도 시간을 얻어서 감사 결과를 보여줄 수 있었다. 결국 미아는 사울에게 자신의 실망감을 솔직하게 털어놓기로 했다. 그는 사울에게 자신의 첫 업무가 얼마나 필요 이상으로 힘들었는지, 성과 지표에 관한 일부 업무를 위해 마이클과 협력할 줄 알았는데 그와 얼마나 뜸하게 소통했는지 간략하게 설명했다.

그날 저녁, 미아는 애인 마테오와 대화를 하던 중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평판은 아주 좋은 회사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인 것 같아.' 마테오는 미아를 안아줬다. "넌 절대 타협하는 사람이 아니잖아. 회사가 그렇게 엉망이면 손을 떼는 게 나을 수도 있어."

미아는 버텨야 할까, 아니면 새 직장을 찾아야 할까?

전문가들은 각자 다른 의견을 보낸다. 로런 바라코 센도소 제품 마케팅 책임자는 다른 회사로 옮기기를, 다니엘레 피엔닥 비영리단체 29번가Y의 개인기부 및 기증자 정보관리 책임자는 버텨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에게는 상황을 바꿀 힘이 있다
로런 바라코 센도소 제품 마케팅 책임자

우리에게는 현재의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것을 바꿀 힘이 있다. 미아는 레스큐에서의 부정적인 경험을 무엇이 자신에게 진정한 행복을 주는지 고민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우리는 미아가 누구나 탐낼 만한 인재임을 이미 알고 있다. 그녀는 명망 있는 NGO에 스카우트됐고, 기존 연봉의 두 배를 제의받았다. 이미 안정적인 수입이 있는 만큼 전략적으로 생각하며 다른 직업 선택지를 따져볼 시간이 있는 셈이다.

미아는 어떻게 대응할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자신이 어떤 근무환경과 문화를 추구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고, 앞으로 5년이나 10년 뒤 어디에서 일하고 싶은지 계획도 세울 수 있다. 이력서를 갱신하고, 레스큐에서 왜 이렇게 짧게 근무했는지 설명하기 위해 이야기를 지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필자는 그녀에게 솔직하게 말하라고 권하고 싶다. "스카우트된 직장에서 제가 맡을 줄 알았던 일과 제가 실제 하게 된 일이 서로 달랐습니다." 세부사항을 너무 자세하게 말할 필요는 없다.

미아가 레스큐에 머문다면 계속 헛바퀴만 돌다가 직업적인 성장이 중단되기 쉽다. 좀 더 자발적으로 행동하고 자신의 행복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적어도 6개월은 버텨야 한다
다니엘레 피엔닥 92번가Y 개인기부 및 기증자 정보관리 책임자

변화란 늘 시련과 함께 오기 마련이다. 애초에 무엇이 미아로 하여금 이 직장을 택하도록 이끌었는지 돌아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물론 현장에서 일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 들떴을 수 있지만, 차차 그녀처럼 내부에서 지원하는 직원이 현장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게 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아갈 것이다. 요즘 NGO들은 탄탄한 데이터와 분석 능력을 갖춘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 각자의 분야에서 경쟁력을 유지해야 하고, 파트너들에게 보여줄 보고서 만드는 데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역할은 미아의 이전 역할보다 더 도전적이다. 새롭고 색다른 책임을 맡았기에 당연히 한동안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정상이다. 중요한 것은 그녀가 이 일을 하며 이전 직장에서 불가능했던 방식으로 성장하리란 사실이다. 자신이 열정적으로 일한 분야에서 훨씬 더 폭넓은 기량을 가지고 떠나게 될 것이다.

미아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직무 내용을 다시 검토하고, 그것이 이제껏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와 일치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채용담당자들은 인재를 끌어들일 때 종종 직무 확대를 약속한다. 미아는 실제로 사울에게 현장업무를 약속받았으므로 마이클에겐 이를 이행할 책임이 있다. 마이클은 언제, 어떻게 약속을 이행할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미아에게 레스큐에 남아 있으라고 당부하고 싶다. 6개월 뒤에도 여전히 그 역할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그때 다른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그래야 더 탄탄한 이력서와 향상된 기량을 가지고 떠날 수 있고, 그로 인해 더 많은 선택권을 쥐게 될 것이다.

출처 세계적 경영 저널 HBR 2020년 7-8월호 ​
필자 마르첼로 루소,가브리엘레 모란딘
정리 인터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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