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mula 1] 레드불의 막스 베르스타펜, 생애 첫 월드 챔피언에 오르다


새로운 F1 월드 챔피언이 탄생했다. 주인공은 막스 베르스타펜(레드불). 포뮬러 1에 데뷔한 지 7년, 레드불로 이적한 지 5년 만에 이룬 성과다. 경기 종료 직전까지 루이스 해밀턴(메르세데스-AMG)이 경기를 이끌었지만, 극적인 사고와 FIA의 판단이 드라마틱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마지막 라운드는 아부다비 야스 마리나(Yas Marina) 서킷에서 열렸다. 화려한 야경 속에서 매년 F1 시즌 마무리를 장식하는 곳이다. 1바퀴 길이는 5.281㎞며, 총 58랩을 달려야 한다. 지난해 우승자는 베르스타펜. 그러나 시즌 후반부부터 메르세데스-AMG의 성능이 점점 올라,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었다. 예선 결과 폴 포지션은 베르스타펜이 차지했으며, 그 뒤로 해밀턴과 랜도 노리스(맥라렌), 세르지오 페레즈(레드불), 카를로스 사인츠(페라리), 발테리 보타스(메르세데스-AMG)가 도열했다.

출발과 동시에, 해밀턴이 빠른 스타트로 1번 코너에서 추월에 성공했다. 더 부드러운 타이어로 시작한 베르스타펜은 그 이점을 살리지 못했다. 결국 14랩, 베르스타펜이 먼저 피트로 들어와 하드 타이어로 갈아 끼웠다. 해밀턴도 곧바로 피트인 후 하드 타이어로 교체. 레드불은 선두로 올라선 페레즈에게 해밀턴을 묶어둘 ‘플랜 B’를 지시했다.

5바퀴 만에 페레즈 뒤로 바짝 따라붙은 해밀턴. 페레즈는 전력을 다해 해밀턴의 라인을 흔들며 랩타임을 깎아내렸다. 덕분에 약 8초 이상 뒤에서 달리던 베르스타펜도 2초 이내로 다가왔다. 하지만 페레즈를 제친 해밀턴은 다시 거리를 벌려나갔다. 특히, 직선 구간인 섹터 2에서는 분명 메르세데스-AMG의 경주차가 레드불보다 빨랐다.

알파 로메오는 아쉬운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경기 중반, 키미 라이코넨이 트랙을 이탈해 벽과 가볍게 충돌했다. 이후 프론트 윙을 바꾸러 피트로 복귀하나 싶었는데, 그대로 리타이어를 결정했다. 21년이라는 어마어마한 F1 커리어가 다소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35랩을 달리던 안토니오 지오비나치도 레이스카 고장으로 리타이어. 참고로 내년 알파 로메오 시트에는 발테리 보타스와 중국인 드라이버 저우관위가 앉는다.

지오비나치가 트랙 위에 멈춰선 순간, 베르스타펜은 다시 한번 하드 타이어로 바꿨다. 이를 통해 15랩에서 교체한 타이어로 여전히 달리고 있는 해밀턴을 추격할 심산이었다. 경기 후반에는 18→12초 차이로 줄였으나, 문제는 1바퀴 뒤처진 백마커 5명이었다. 규정에 의해 백마커가 레이스 선두에게 자리를 내준다 한들, 남은 바퀴 수 안에 해밀턴까지 따라잡을 가능성은 없어 보였다.

반전의 불씨는 니콜라 라티피(윌리엄스)가 일으켰다. 14번 코너에서 스핀 후 벽에 충돌, 사고 수습을 위해 세이프티카가 나섰다. 종료까지 겨우 5바퀴 남았기 때문에, 이대로 경기가 끝나 해밀턴이 우승할 가능성도 있었다. 여기서 FIA가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해밀턴과 베르스타펜 사이 백마커들을 모두 세이프티카 앞으로 보내 각자의 순위로 돌아가도록 지시했다. 자연스레 두 라이벌이 다시 만났고, 마지막 라운드 마지막 랩에서 챔피언을 가리게 됐다.


상황은 베르스타펜이 더 유리했다. 사고 순간 3번째 피트인을 단행해 가장 접지력이 좋은 소프트 타이어로 교체했기 때문이다. 해밀턴은 이미 하드 타이어로 40바퀴 이상 달려 제 성능을 낼 수 없었다. 5번 코너에서 추월에 성공한 베르스타펜은 그대로 결승선을 통과. 출발과 함께 역전당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그가, ‘생애 첫 월드 챔피언’에 오른 순간이다. 더불어 레드불 드라이버의 시즌 우승은 2013년 세바스티안 베텔 이후 8년 만이다.

비록 해밀턴은 5년 연속 챔피언을 달성하지 못했지만, 페레즈의 막판 리타이어로 메르세데스-AMG는 ‘8년 연속 컨스트럭터 챔피언’이라는 역사적 기록을 세웠다. 2014년, V6 1.6L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로 파워트레인 규정을 바꾼 뒤 단 한 순간도 정상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내년에는 레이스카 디자인과 휠 크기, 공기역학 설계 등 많은 부분에서 변화를 겪을 예정. 메르세데스-AMG가 지금의 퍼포먼스를 유지할 수 있을지 지켜볼 만하다.

3·4위 경쟁을 펼쳤던 페라리와 맥라렌. 올해에는 48.5점 차이로 페라리가 승리했다. 맥라렌은 이탈리아 그랑프리에서 깜짝 1·2 피니시를 만들며 한때 상승세를 탔으나, 시즌 후반 여러 차례 기술적 문제와 사고를 겪으며 부진했다.

이렇게 메르세데스-AMG VS 레드불이 뜨겁게 싸웠던 2021 F1 시즌이 끝났다. 메르세데스-AMG 팬들은 슬퍼하겠지만, 한 팀의 독주가 지겨웠던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즐겁게 바라봤을 듯하다. 페라리와 맥라렌, 알핀과 알파 타우리 등 주목할 만한 대결 구도도 많았으니까. 과연 새 규정, 새 드라이버와 함께 돌아올 2022년에는 어떤 팀이 우승할까?


글 서동현 기자
사진 F1, 각 레이싱 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