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을 내서도 친다는 가을 골프의 계절입니다. 코로나 사태가 추석 이후 악화되는 기미가 보입니다만, 골퍼들의 열정은 식을 줄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라운드 횟수가 늘어나게 되면, 기존에는 인식하지 못했던 골프의 요소들에 대해 조금씩 눈과 귀가 열리게 됩니다. 그중 하나가 '핸디캡'이라는 단어 그리고 그 쓰임새에 관한 것일 것입니다.
핸디캡은 무엇인가?
우선 핸디캡이라는 용어에 대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 설명할 핸디캡은 홀의 난이도에 대한 설명이지만, 일반적으로 핸디캡 수치는 골퍼들의 실력을 정량화 혹은 수치화한 것입니다.
골프는 다른 스포츠와 달리 경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실력차'를 인정하고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즉 같은 코스, 같은 시간에 플레이하는 4명의 골퍼들이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스코어 보정'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골프는 분명 가장 낮은 타수를 기록하는 것이 잘 치는 것입니다. 하지만, 평소에 72타를 치던 사람이 75타를 치고, 평소 90타를 치던 사람이 85타를 쳤다면, 누가 더 '찰 쳤는가'에 대한 해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보통 라운드 이전에 서로의 핸디캡이 얼마인지를 묻고 이를 기반으로 게임을 즐기기도 합니다. 보통 '몇 타를 잡아준다'와 같은 표현들을 흔히 하는 것이지요. 사실 핸디캡의 정확한 표현은 '핸디캡 인덱스(Handicap Index)'입니다.
핸디캡 인덱스의 용도
사실 핸디캡을 평균 타수 정도로 알고 계시는 분이 많으시지만, 실제 의미는 "일반적인 난이도를 가진 골프장에서 골퍼가 기록할 수 있는 잠재적 능력치"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능력치를 USGA 가 중심이 되어 공식 수치화하고 있습니다. '잠재적' 능력치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핸디캡 산정의 방식 때문인데, 아주 못 친 스코어는 계산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핸디캡 산정이 되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모든 골퍼가 핸디캡 수치를 가지고 있으면 경기를 훨씬 더 즐겁게 할 수 있습니다. 4명의 플레이어가 모두 핸디캡 인덱스를 가지고 있다면, 서로 몇 타를 '잡아줘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필요 없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핸디캡 인덱스가 7인 골퍼와 17인 골퍼가 있다면, 두 골퍼 사이에는 10타 정도의 실력 차이가 있다는 것이고, 그 차이를 인정하고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홀별 핸디캡의 의미
이제 오늘의 주제인 홀별 핸디캡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골프장의 스코어카드를 잘 살펴보면, 홀 정보에 ' HDCP', 'Handicap' 혹은 'Index'로 표기가 된 칸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아래에는 홀의 번호와는 별도로 1~9라는 숫자가 쓰여 있거나, 1~18이라는 숫자가 쓰여 있습니다. 보통 18홀이 있는 골프장이라면, 아웃(Out) 코스 즉 전반 나인홀에는 홀수 번호가, 인(In) 코스 즉 후반 코스에는 짝수 번호가 표기되어 있을 것입니다.

홀별 핸디캡은 코스 내의 각 홀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나타내는 척도입니다. 골프 코스의 홀별 난이도를 산정해서 가장 어려운 홀에 1번, 그리고 가장 쉬운 홀에 18번이라는 숫자를 표기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숫자가 낮을수록 더 어려운 홀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핸디캡 1번홀은 가장 어려운 홀인가?
그런데 이 '어렵다'라는 의미를 조금 더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어렵다는 의미가 절대적인 기준으로 되기에는 골퍼들마다 실력의 차이, 예를 들면 비거리의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0미터 정도에 벙커가 있다면, 230미터를 치는 사람에게 이러한 벙커는 위험 요소가 될 수 없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200미터를 치는 사람에게 230미터 전방에 있는 벙커는 전혀 위험 요소가 되지 않습니다. 즉 실력 차이에 따라서 코스의 어려움을 느끼는 정도가 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가끔 가장 어렵다는 핸디캡 1번 홀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그리 어렵지 않은 홀이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코스의 홀별 핸디캡을 산정할 때에는 보통 스크래치 골퍼와 보기 골퍼가 난이도 차이를 가장 크게 느낄만한 홀이 1번 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홀의 절대적인 난이도도 중요하지만, 핸디캡이 높은 사람에게 더 위협이 되는 홀에 낮은 홀별 핸디캡 번호를 부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통해 그러한 홀에서는 좀 더 실력이 좋지 않은 사람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홀별 핸디캡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그렇다면, 이러한 홀별 핸디캡 정보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요?

우선 골퍼들은 홀별 핸디캡을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핸디캡 1~4번 정도의 홀이라면, 반드시 캐디를 통해 해당 홀이 어떤 면에서 어렵게 되었는지를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상대적으로 긴 홀이 핸디캡이 낮은 홀들인 경우가 많은데, 흔히 파 온이 어려울 정도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혹은 코스의 레이 아웃에 골퍼에게 위협이 될만한 장해물이 있는지, 혹은 그린 자체의 난이도가 높은 것은 아닌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홀에서는 어느 정도 보수적인 플레이를 통해 그런 위험 요소를 피하고, 스코어를 지키는 접근법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로는, 골퍼들의 실력차를 보정해주는 과정에서 홀별 핸디캡을 활용해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5타 정도의 실력차가 나는 두 명의 골퍼가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두 골퍼가 매치 플레이를 하거나 홀별 타수를 통해 간단한 게임을 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때 홀별 핸디캡 기준으로 1~5번 까지의 홀이 핸디캡을 감안하는 홀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핸디캡 1~5번 홀에서는 한 타씩을 빼주거나 하는 식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것입니다. 혹시라도 20타 정도 즉 18타 이상의 차이가 난다면, 18개 각 홀에 하나씩, 그리고 핸디캡 1번과 2번 홀에서 두 타씩을 잡아주면 되는 것입니다.

여행을 갈 때 미리 공부를 많이 하면, 아는 만큼 더 보인다고 표현합니다. 라운드를 곧 나간다면, 다음 라운드 할 곳의 코스 정보를 미리 보고, 어느 홀이 더 어려운지 혹은 쉬운지를 살펴보는 것, 그리고 다른 골퍼들이 정성스럽게 정리한 코스의 정보를 확인하는 것도 가을 골프를 더 잘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