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여당의 무개념 경제정책

임대환 기자 2021. 9. 2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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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한국은행에 서민과 자영업자들을 직접 지원해 달라고 요구해 금융계에 파문을 일으켰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서민·자영업자 이자 감면과 취약분야 당사자에 대한 직접 지원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한국은행에 서민·자영업자 이자 감면을 위한 정책금융 확대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여당의 '무개념 경제 정책'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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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환 경제부 차장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한국은행에 서민과 자영업자들을 직접 지원해 달라고 요구해 금융계에 파문을 일으켰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서민·자영업자 이자 감면과 취약분야 당사자에 대한 직접 지원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한국은행에 서민·자영업자 이자 감면을 위한 정책금융 확대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특히, 소상공인 자영업자 채권을 매입해 달라고 요청했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돈’을 찍어 대출금을 대신 갚아 주라는 것이냐는 말이 나왔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코로나19 사태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것은 안타까운 일이나 자칫 중앙은행의 독립된 발권력을 훼손할 수 있는 여당 원내대표의 이런 발언은 위험하다. 민주당에서는 지난해 한은이 산업은행과 함께 설립한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가 회사채와 기업어음을 매입해 주고 있으니, 여기에 소상공인 대출채권을 추가하면 된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SPV가 매입하는 회사채와 기업어음은 한국은행법에 따라 한은이 매입할 수 있는 채권이다. 그런데 자영업자들의 은행 대출채권은 말 그대로 은행 대출금으로, 한은이 사 줄 수 있는 채권이 아니다. 또, 한은이 자금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을 위해 시행하고 있는 ‘금융중개지원대출’ 제도는 한은이 이들에게 직접 자금을 지원하는 게 아니라, 시중은행이 저리의 대출을 확대할 수 있도록 은행에 유동성을 공급해 주는 구조다. 경제학자들도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중앙은행에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중앙은행 돈을 갖다 쓰겠다는 발상은 중립적인 중앙은행 발권력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으로, 경제 시스템에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고 성토했다.

여당의 ‘무개념 경제 정책’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얼마 전 TV 시사프로그램에 나와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책에 대해 반성한다고 밝혔다. 정권 초 여당과 청와대가 밀어붙였던 소득주도성장과 회복 불가능한 상황에 닥친 부동산 공급 문제 등에 대해 고개를 숙인 것이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위험한 실험’이라는 비판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소규모 개방경제 체제인 한국의 경제 구조에서 저소득층의 소득을 높여주는 분배정책만으로 경제를 성장시켜 나가겠다는 발상 자체에 의문을 표했다. 자본주의·시장경제 체제의 경제구조에서 노동계급의 요구만을 담은 편향된 경제 정책이 통할 리 없다.

부동산 정책은 현 정부 최대의 아킬레스건이다. 정권교체 여론이 들끓을 정도로 국민 여론을 악화시켰다. 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수요와 공급이라는 기본적인 경제학 개념보다 ‘부동산 적폐’라는 이념적 레토릭에 사로잡혀 있다. 20차례가 넘는 대책을 내놓고도 이제는 회복불능 상태다. 여당 대표의 사과는 늦어도 너무 늦었고, 진정성도 없어 보인다. 대통령 선거를 불과 약 6개월밖에 남겨 놓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 대표가 고개를 숙이는 것은 대선을 노린 ‘표 구걸’ 행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부디 다음에는 경제관념이 제대로 된 정부가 들어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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