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Lions] 서울고등학교 이재현
NEW TRIGGER
삼성 라이온즈가 8년 만에 1차 지명자로 야수를 택했다. 지난 시즌의 부진을 털고 왕조 재건의 초석을 다져가는 해에 이뤄져 그 어느 때보다 전략적인 지명이란 평을 받는다. 라이온즈가 미래의 주전 유격수로 낙점한 이는 현 고교 유격수 중 세 손가락 안에 꼽힌다는 서울고등학교 이재현. 고교 최상급 유격수의 영입 소식에 팬들은 기대 반 설렘 반으로 그를 환영했다. 프로 진출을 확정 짓고 진행한 인터뷰에서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와도 야구에만 집중하면 다 풀릴 거라며 명쾌하게 답하는 그. 사자 군단의 새로운 무기는 언제든 방아쇠가 당겨질 준비를 마쳤다.
Photographer Mino Hwang Editor Sojeong Park Location Dugout Magazine Studio
#NEW BLUE! NEW JAEHYUN!
124호(7월 호)에서 만난 후 1차 지명 전까지 만감이 교차했겠어요. (9월 9일 인터뷰)
당시 인터뷰를 했을 때나 1차 지명 발표일이 가까워지고 있었을 시기에도 제가 뽑힐 거라는 기대가 크진 않았어요. 그래서 별생각이 없었는데 발표를 앞두고 조금씩 ‘삼재현’ 얘기가 들려오니까 저도 은근히 기대되기 시작했죠. 제 이름이 불리고 나서는 구단에 정말 감사했어요.
1차 지명이 공식적으로 발표되던 순간의 상황이 궁금해요.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고 있었는데 갑자기 주머니에서 휴대폰 알림이 막 울렸어요. 확인했더니 지인들로부터 축하한다는 메시지가 와있었고 그제야 실감이 났어요. (지명 후 부모님은 어떤 말을 해줬나요?) 지금까지 고생 많았고 정말 축하한다고 해주셨어요. 다만 앞으로도 운동해야 할 날이 많으니까 여기서 안주하지 말고, 항상 더 열심히 하며 절대 자만하지 말라고 말씀하셨어요.
본인도 예상하지 못한 1차 지명, 그 영광의 타이틀을 갖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뭘까요?
고등학교 2학년 초반까진 제가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어요. 그해 마지막 전국대회인 제48회 봉황대기에서 홈런도 치고 조금씩 두각을 나타냈던 게 제일 큰 역할을 했다고 봐요.
지난 8월 19일 제55회 대통령배 8강전에선 3이닝 동안 투수로 활약하며 무실점을 기록하기도 했어요. 앞으로는 마운드에 오를 기회가 없을 텐데 아쉽지 않을까요?
어릴 때부터 투수랑 야수 중 더 잘할 수 있는 역할을 고르라면 항상 야수를 선택했어요. 투수가 싫진 않지만, 앞으로는 자신 있는 포지션에 집중할 수 있으니까 아쉽지 않습니다.
오랜 노력 끝에 푸른 유니폼을 입게 됐어요. 본인이 생각하는 삼성은 어떤 팀인가요?
제가 야구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초등학생 때 왕조 시절이 오래 유지된 게 특히 기억에 남아요. 팀워크가 좋아서 끈끈한 팀이란 이미지도 있고요. (그 시절 누가 가장 인상적이었나요?) 김상수 선배요. 제가 주로 뛰는 포지션인 유격수로 활약하셔서 제일 기억에 남고 경기하는 걸 보면서 많이 배웠어요.
서울과 거리가 먼 대구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요. 생소한 지역으로 간다는 부담감은 없나요?
지명해주신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해서 지역이 멀든 가깝든 크게 신경은 안 써요. 야구만 할 수 있으면 돼요. (대구에 가본 적은 있나요?) 아직 안 가봤어요. 대구 하면 좀 더운 지역이라는 이미지만 있어요.
맞아요. 여름에 다른 지역보다 더워서 ‘대프리카’라고도 불리는데 더위를 많이 타나요?
더위를 심하게 타진 않고 남들과 비슷한 수준이에요. 잘 때는 좀 타는 편이긴 하지만 경기할 땐 괜찮아요.
프로행이 확정됐을 때 제일 기대되는 점은 뭐였나요?
TV나 경기장에서 보던 선배들과 함께 플레이를 할 수 있다는 거요. 항상 꿈꿔오던 순간이에요.
#끝이 아닌 시작
KBO리그 데뷔라는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남은 기간 준비할 것도 많겠어요. 그중 체력을 기르는 것도 중요하다고 손꼽히는 요소인데요.
올 시즌에 날씨가 점점 더워지며 후반기로 갈수록 체력적으로 힘들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밥을 많이 먹어서 살을 찌우고 웨이트 트레이닝 같은 체력 훈련도 더 하고 있어요. 아마 작년과 올해 제 경기 영상을 비교해보면 체격적으로 달라 보일 거예요. 올해 살이 꽤 붙었어요.
고교 때보다 훨씬 빠르고 정교한 공들도 만나게 될 텐데요.
아무래도 프로에 가면 다양한 변화구나 제구가 잘 된 공을 자주 만날 테니 선구안을 기르는 데 집중하려고 합니다.
KBO리그에 서울고 출신이 많죠. 먼저 큰 무대를 경험한 선배들의 조언은 뭐였나요?
(안)재석이 형, (송)호정이 형, (김)재중이 형이랑 친한데, 드래프트를 앞두고 제 고민을 형들한테 얘기하면 그냥 제가 하던 대로 하라고 말해줬어요. “넌 걱정을 안 해도 될 놈이다”라며 기죽지 말고 야구나 열심히 하라고 하더라고요.
서울고 동기인 이병헌과 함께 1차 지명이 됐어요. 서로 축하해줬겠네요.
병헌이는 작년부터 ‘두병헌’이란 말이 나올 만큼 거의 기정사실처럼 여겨졌던 터라 예상한 결과였는데, 저도 뽑힐 거라곤 전혀 생각지도 못했죠. 소식을 듣고 병헌이가 가장 많이 축하해주고 진심으로 기뻐해 줬어요.
1군 무대에서 상대해보고 싶은 투수가 있다면요?
롯데 자이언츠의 최준용 형이요. 어릴 때부터 같이 운동하기도 했고 지금 1군에서 필승조로 잘하는 걸 보니까 꼭 만나서 붙어보고 싶어요. 준용이 형이 패스트볼 비율이 높으니까 그 점을 노리고 들어가면 이길 수 있지 않을까요?
지난 인터뷰에서 야구를 항상 즐기면서 한다고 했어요. 하지만 프로에서는 주전이나 순위 경쟁 등 경쟁의 연속인 데다가 팬들의 매서운 비판도 이어지죠. 즐기는 야구, 계속될 수 있을까요?
저는 항상 긍정적인 마인드로 임하고 있어요. 경쟁도 언제나 해오던 거라 늘 그랬던 것처럼 실력으로 부담감을 이겨내면 되고요. 미래에 팬들께서 질타한다면 그것도 제게 관심이 있기 때문일 거예요. 평가를 부정적으로만 받아들이지 않고, 성장의 발판으로 삼아서 같은 얘기가 다시 나오지 않게끔 제가 더 잘하면 되겠죠. 크게 걱정은 안 하고 있습니다.
만약 혼자 답을 낼 수 없는 고민이 생긴다면 어떻게 해결할 건가요?
서울고 유정민 감독님에게 도움을 구하고 싶어요. 지금까지 힘들거나 야구가 잘 안 될 때 혼자 기죽어 있으면 감독님이 항상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힘이 났던 적이 많아요. 큰 무대에 가서도 감사함을 잊지 않을 거예요. (프로 진출을 앞두고 어떤 조언을 해줬나요?) 고교 때처럼 남들 눈치 보지 말고, 또 선배가 많다고 기죽지 말고 제 할 일만 하면 잘 풀릴 거라고 말씀해주셨어요.
롤모델로 꼽은 박진만 작전 코치와 한 팀이 됐어요.
어릴 때부터 정말 좋아했던 분이에요. 경기 영상도 자주 보고 코치님이 현역일 때 직관을 하기도 했어요. 이제는 직접 지도를 받게 돼 정말 영광이고, 제가 부족한 점에 대해 많이 여쭤볼 거예요. 어려운 타구를 쉽게 처리하는 방법을 포함해 여러 기술을 배우고 싶습니다.
삼성이 8년 만에 야수를 1차 지명자로 뽑았다는 점이 이슈됐어요. 구단과 팬들은 본인에게 어떤 모습을 기대할까요?
유격수로서 장기적으로 팀의 내야를 책임질 수 있길 바란다고 생각해요. (데뷔 첫해에 달성하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요?) 신인왕을 타는 게 목표죠. 수상에 실패하더라도 1군에 최대한 오래 머무르며 선배들한테 많은 걸 배우고 싶습니다.
여러 포지션을 해오면서 느낀 유격수만의 매력은 뭔가요?
유격수는 팀에서 수비를 제일 잘한다는 이미지가 있어요. 또 내야와 외야 수비를 아울러 이끈다는 느낌도 있고요. 또 제 경우엔 오래 해온 포지션이다 보니까 가장 편한 역할이기도 해요.
#반가워, 삼재현!
지금까지 많은 라이온즈 팬의 환영과 응원 메시지를 받았다고 들었어요. 기억에 남는 메시지가 있나요?
지명되기 한 달 전부터 지속해서 삼성 팬분들이 많은 관심을 보내주셨어요. 그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제 얼굴과 파란색 유니폼을 합성한 사진이 담긴 메시지예요. 사진과 함께 우리 팀에 꼭 와달라고, 응원한다고 보내주신 게 지금도 기억이 나요.
응원해주는 분들을 위해 어떤 팬서비스를 하고 싶나요?
상황만 된다면 함께 사진을 찍거나 사인해드리는 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절 어렵게 생각하지 마시고 언제든 다가와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인싸’로 소문난 신인 이재현이 선배들에게 선보일 장기자랑의 종목은 뭔가요?
입단 동기들이랑 같이 선배들을 위한 노래나 춤 무대를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선배 중 김지찬과 특히 친해지고 싶다고 했어요. 귀여워서인가요?
그런 건 절대 아니에요. (웃음) 김지찬 선배는 경기장에서 매 순간 열심히 하고, 센스나 플레이 스타일 면에서도 배울 점이 많아요. 그래서 친해져서 여러 조언을 얻고 싶어요. 선배처럼 저도 군것질거리를 좋아해서 간식을 나눠 먹으며 가까워지려고요.
벌써 팀 내 비주얼 멤버로 꼽히고 있는데, 혹시 ‘삼적화’라는 말을 알고 있나요?
아뇨. (꽃미남 스타일이던 선수가 삼성 입단 후 야구 실력을 얻는 대신 체격이 커지고 연륜 있는 외모가 된다는 뜻이에요. 본인에게도 삼적화가 온다면 어떨까요?) 선수는 실력이 가장 중요하니까 외모에는 크게 신경을 안 써요. 비주얼이 변해도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면 팬분들도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좋아해 줄 거니까 야구를 열심히 하겠습니다.
본인 응원가는 어떤 분위기이길 원하나요?
따라부르기 쉽게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코로나19가 잠잠해지고 관중이 많이 입장했을 때 제 응원가를 부르는 목소리가 크게 들린다면 좋겠거든요. 그러면 저도 힘이 나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거예요.
내년부턴 전면 드래프트가 시행돼요. 마지막 1차 지명자라는 타이틀도 뜻깊을 것 같은데요?
오히려 마지막 1차 지명이란 거창한 수식어에 너무 신경을 쓰면 초심을 잃고 플레이에도 지장이 생길 수 있을 거예요. 그래서 ‘마지막’은 빼고 1차 지명이라는 점만 생각하며 감사함을 간직하고 싶어요. 앞으로는 팀을 위해 뛰는 선수라는 수식어를 달기 위해 열심히 하겠습니다.
벌써 두 번째 인터뷰를 한 <더그아웃 매거진>은 본인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인터뷰를 할 때마다 항상 웃을 수 있게 해주는 곳이에요. 지금은 메인 모델감이 아니지만, 앞으로 더 열심히 하고 유명한 선수가 돼서 꼭 <더그아웃 매거진>의 표지를 장식하고 싶어요.
삼재현의 활약을 기다리는 팬들에게 인사하고 마칠게요.
지명 전부터 아직 부족한 제게 많은 응원을 보내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진짜 삼성 선수가 됐으니까 팬분들의 기대에 보답하겠습니다!
▲ 더그아웃 매거진 126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1년 126호(10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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