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년 된 제주의 농가주택, 일반인의 손길로 대변신!

오늘의집 @tinylittlepeace 님의 집들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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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희는 어느덧 제주살이 8년 차에 접어든 30대 부부입니다. 제주에서 여행하다 서로를 처음 만나 연애를 시작했고, 지금은 제주에 둥지를 틀고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7년 전 제주에 정착하기로 결정한 뒤, 아주 오래된 농가주택을 구했어요. 1년여의 시간 동안 둘이서 손수 고쳐 한 동은 살림집이, 다른 한 동은 게스트하우스가 되었습니다.

첫 번째 공사 때 너무도 고생을 해서 다시는 옛날 집 고쳐 살겠다는 얘기는 하지도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 틀림없습니다. 7년이 지난 어느 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우리는 또다시 옛날집 벽지를 뜯고 있더라고요. 경험이 있으니 이번에는 좀 더 수월할 것이라는 예상은 아주 제대로 빗나갔습니다. 그 한 번의 경험으로 스스로의 기준이 더 높아졌고, 여러 매체를 통해 업데이트된 새로운 기술과 이론들로 인해 공사 기간은 계획했던 3개월에서 길고 길어져 장장 7개월이 걸리고 말았습니다.

85년 된 제주의 농가주택이 7개월에 걸쳐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의 손길로 변화된 모습과 그 과정을 소개하려합니다.

집과의 첫만남

비가 억수로 쏟아지던 제주의 여름날이었습니다. 부동산 사장님을 따라 들어간 마을 깊은 곳에서 집을 처음 보았던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금잔디와 파란 지붕은 비에 젖어 유난히 더 파랬고, 아무런 소음 없이 세찬 빗소리만 들려오던 그 순간이 인상 깊었습니다. 비어있은 지 오래되긴 했지만 예전에 지내던 누군가가 집을 꽤나 소중히 여겼다는 것을 집의 분위기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네, 저는 이 집에 첫눈에 반하고 말았습니다. 우리의 손길이 닿아서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벌써부터 머릿속에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기나긴 고민

철거작업과 함께 공간을 어떻게 만들어가면 좋을지 고민하는 날들이 이어졌습니다. 첫 번째 공간을 고치면서 배운 점 중 하나는 시행착오를 여러 번 겪는 것보다는 고민의 시간이 긴 것이 좋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조급하지만 그럼에도 차분히 오래도록 고민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습니다. 둘이서 하는 작업이다보니 다투는 일도 정말로 정말로 많았습니다. 주로 저는 아름답고 이상적인 것을 제안하고, 남편 J는 실제로 구현 가능한 것들로 제한하니 의견다툼이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좋은 공간이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한 과정

장장 7개월의 모든 과정을 여기서 다 설명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공정을 남편 J 혼자 도맡아서 했지만 중간중간 다정한 친구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아마 완성되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겁니다. 다시 한 번 도움의 손길을 준 친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오래된 집의 공사는 철거와 벽체, 단열 공사부터 시작됩니다. 직각이 맞는 부분이 단 한 군데도 없기 때문에 벽을 세우는 데 꽤나 골치를 먹습니다. 첫 공사 때는 없었던 레이져 레벨기를 장만했고, 덕분에 한결 수월하게 벽작업을 할 수 있었습니다. 벽을 세울 때에는 최대한 수직수평을 맞춰서 해야 나중에 마무리 시공할 때 천 배 만 배 수월합니다. J가 벽작업을 하는 동안 저는 100평에 가까운 뒷 텃밭에 꾸밀 정원을 디자인하는 데에 시간을 보냈습니다. 손바닥만한 정원만 가꿔보았기 때문에 커다란 정원을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공부할 것들이 참 많았습니다.

풀이 무성했던 텃밭을 이웃 삼춘(제주에서는 이웃어른을 삼춘이라고 칭합니다.)의 도움으로 트랙터로 갈아엎고, 정원을 만들기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갔습니다. 땅을 다지는 기계를 빌려다 길을 낼 땅을 다지고, 그 자리에 붉은 벽돌로 길을 만들었습니다. 결혼기념일 날 벽돌 깔다가 아주 크게 다퉜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는군요.. 저 뒤에 보이는 수레로 벽돌을 나르며 꼬박 이틀 동안 길을 만들었습니다. 잔디를 사다 깔고, 위에 모래를 덮었습니다. 모래를 두텁게 덮어두면 띄엄띄엄 깔아둔 잔디가 옆으로 퍼지는 데에 좋다고 합니다.

외벽을 칠하는 날 친구들이 와서 도움을 주었습니다. 여럿이 하니 왠지 더 신이 나고, 즐거웠습니다.

타일을 시공하는 모습들입니다. 타일을 시공할 때에도 레이져 레벨기는 큰 도움이 됩니다. 첫 공사 때는 눈대중으로 하느라 여기저기 삐뚤빼뚤했는데, 이번에는 줄을 잘 맞춰서 할 수 있었습니다. 역시 경험이 재산입니다.

옛날 집은 천고가 낮기 때문에 주방 타일은 세로로 긴 타일을 붙여 좀 더 높아보이는 효과를 기대했습니다. 색상은 내추럴한 느낌의 아이보리를 선택했습니다. 샤워실 타일은 100*100 의 녹색 타일로 시공했습니다. 영업장이기 때문에 한 선택이지만, 살림집 욕실타일은 웬만하면 커다란 크기로 할 것을 추천합니다. 나중에 청소하다가 골로 갑니다... 현관타일은 이 집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포인트이기도 합니다. 시멘트 타일이라 두께도 두껍고 무게도 상당합니다. 무엇보다 빈티지한 색감이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현관에 들어서는 순간 타일 덕분에 기분이 아주 상쾌해집니다.

지붕 도색하는 날입니다. 페인트는 모두 던에드워드 페인트를 사용하였습니다. 가격은 비싸지만 내구성이 좋아 오래가고, 색상도 조색표와 거의 비슷하게 나오기 때문에 던에드워드 페인트를 애용하는 편입니다. 색상 선택에 약간의 실수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전체적인 색감이 잘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외벽은 웜톤의 아이보리를, 현관은 파스텔톤이 가미된 파슬리 색상을, 지붕 또한 파스텔톤이 가미된 주황 계열의 색으로 선택했습니다. 전체적으로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이 들도록 계획했습니다. 지붕 도색은 이웃에게 '에어 스프레이 건'을 빌려서 시공했습니다. 붓이나 롤러로 하는 것보다 훨씬 쉽게 할 수 있지만, 공중으로 날아가버리는 양이 어마어마한 것 같았습니다.

벽체를 석고보드로 마감하고, 이음새 부분에 퍼티 작업을 해야합니다. 핸디코트로 이음새 부분을 잘 가려주어야 마감 후에 표시가 나지 않습니다. 석고를 고정하는 타카핀 자리에도 퍼티 작업이 필요합니다. 핸디코트를 바르고, 사포질을 하고 이를 두세 번 반복합니다. 번거롭지만 이 작업을 잘 해주면 더욱 완성도 높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방의 모든 문은 없애고, 필요한 부분에만 커튼을 달기로 했습니다.

천정을 철거하고 드러난 서까래의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웠습니다. 커다란 나무들은 그 모양을 살려 노출시키기로 결정했습니다. 까맣게 묵은 때를 벗겨내니 정말 곧고 아름다운 나무입니다. 서까래의 아름다움을 살리기 위해 조명은 대부분 매입등으로 넣고, 장식용 조명만 포인트로 넣었습니다. 내벽 페인트는 마찬가지로 던에드워드를 이용했습니다. 웜톤의 아이보리를 베이스로 칠하고, 붉은색의 라임워시 페인트로 옅은 음영을 주었습니다. 새하얀 공간은 아름답긴 하지만 마음이 편안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좀 더 편안한 색감을 찾기 위해서 많이 고민했습니다.

집 앞 시멘트 바닥에는 나무데크를 깔아 마무리했습니다. 집이 원채 낮아서 걱정했는데 막상 해놓고 보니 매우 잘 어울려서 다행이었습니다. 데크를 시공할 때에도 수직수평이 가장 기본입니다. 꼬맹이들이 축구를 해도 될 만한 크기의 데크가 완성되었습니다.

공간 소개

집은 제주의 옛집답게 현무암 돌담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각지지 않고, 둥근모양의 땅이 포근한 느낌을 줍니다. 약 300평 규모의 터에 남향의 집이 있고, 동쪽으로는 커다란 창고가 하나 있습니다. 앞마당에는 부드러운 제주 금잔디가 깔려있고, 시멘트로 마감되어 있던 바닥에는 넓은 나무데크를 깔아 큰 규모에도 포근한 느낌이 들도록 계획하였습니다. 서쪽으로는 키친가든을 만들어 여러 허브와 야채들을 심었습니다. 키친가든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집의 뒷편으로 넘어가면 정원이 나옵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와 잔디마당 그리고 여름이면 가득 채워질 화단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거닐어볼 수 있게 붉은 벽돌로 길을 내었습니다. 집 바로 뒷편에는 툇마루처럼 작은 나무데크를 내어서 정원을 바라보며 집그늘에 앉아 쉴 수 있어 좋습니다. 겨우내 매말라 보였던 정원에서 봄이 되며 직접 심은 식물들이 새싹을 내어줄 때의 기쁨은 정말 말로 표현하기가 힘듭니다.  밤을 새워가며 정원디자인을 공부하여 만들었는데,  그간의 모든 고생을 보상받는 기분입니다.

집 내부는 크게 거실, 침실, 라운지룸, 작은 서재, 다이닝, 주방, 그리고 욕실로 구성됩니다. 원래의 벽 구조를 크게 수정하지 않고 공간을 꾸몄습니다. 현관과 바로 이어지는 거실은 생활하는 공간 이라기보다는 복도의 역할이 큽니다. 침실과 라운지룸이 서로 마주보고 있으며, 침실 옆에는 작은 서재방이 있습니다. 원래 냉장고가 놓여있던 작은 공간을 다이닝 공간으로 꾸몄고, 다이닝 공간을 지나치면 꽤 넓은 크기의 주방이 나옵니다. 주방에서 욕실로 이어진 문과 데크의 테라스로 이어진 문이 있습니다.  두 사람만을 위한 공간으로 디자인하였고, 낮은 집에서의 개방감을 위해 모든 방의 문은 커튼으로 대신하였습니다.

침실

제주의 옛집은 대체적으로 천고가 매우 낮습니다. 공간들이 벽면과 문으로 닫히면 더욱 좁아보이는 경향이 있지요. 기존에 있던 미닫이 문은 다 떼어내고, 커튼으로 대신해 개방감을 주어 낮은 천고에 비해 답답하지 않게끔 디자인했습니다.

침실은 온전히 편안한 수면을 취하는 것에 중심을 두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아늑하고 포근한, 그리고 내추럴한 느낌을 추구했기 때문에 커튼은 모두 미색의 린넨으로 선택했습니다. 본래 창가쪽으로 중문형식의 미닫이 문이 있고, 좁은 복도가 있는 구조였는데, 문을 떼어내고 커튼을 달아 좀 더 넓어보이게끔 했습니다. 창가쪽에는 얇은 두께의 커튼을, 그리고 안쪽에는 약간 두께감이 있는 커튼을 달았습니다. 아침에 커튼 너머로 햇살이 은은하게 비추는 색감이 참 좋습니다. 창가쪽 바닥은 강마루 대신 타일을 시공하여 혹시나 비가 들이칠 경우를 대비하였고, 캐리어 등 짐을 보관하기 좋은 공간입니다.

라운지룸

라운지룸은 편안히 앉아 음악이나 영화를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든 공간입니다. 좀 더 드라마틱한 느낌을 위해 다른 공간들에 비해 벽면이나 가구의 채도가 높게 디자인했습니다. 원래 있던 붙박이장을 뜯어내고, 그 자리에 1인 소파를 나란히 넣었습니다. 문 쪽에 스크린을 달아 빔프로젝터로 영화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화장대가 있던 자리에 선반을 만들어, 오디오와 디비디 플레이어를 넣었습니다. 메인조명과 보조조명을 따로 켜고 끌 수 있어서 적당한 조도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보통 침대에서 영화를 볼 수 있게 디자인된 공간이 많은데, 프라이빗 영화관처럼 만들어진 라운지룸에서 영화를 보면 좀 더 편안하게 그리고 집중해서 영화를 즐길 수 있어 좋습니다.

주방

주방은 천고가 가장 낮아 고민이 많았습니다. 밝은 톤의 타일을 세로로 시공해 넓은 느낌을 주었고, 싱크대도 밝은 색상으로 제작했습니다. 싱크, 조리대, 인덕션이 한쪽 면으로, 그리고 커피와 차를 내릴 수 있는 티스테이션이 한쪽 면으로 나뉘어져있습니다. 두 사람이 함께 주방을 이용해도 아무런 불편함이 없습니다. 요리를 좋아하는 남편이 가장 탐내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살림집 주방은 매우 작아서 불편한 점이 많은데, 이 넓은 주방에서 신나게 요리를 하던 남편의 모습이 아주 즐거워보였습니다. 서쪽으로 창이 나 있는데, 해질녘 노을빛이 깊이 들어와 주방을 더욱 아늑하게 만들어줍니다. 노을빛을 받으며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혹은 내 스스로를 위해 맛있는 식사를 준비합니다. 꿈에 그리던 평온의 순간이랄까요..?

주방에서 테라스로 바로 나갈 수 있는 문이 있어 더욱 좋습니다. 아침에 느즈막히 일어나 느릿느릿 핸드밀로 원두를 갈아 느릿느릿 커피를 내려 느릿느릿 테라스로 나가 아침 햇살을 받으며 느릿한 시간을 즐깁니다. 이리도 평화로울 수가 없습니다.

서재

거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