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적이면서 예술적인.. 구두서 백까지 MZ세대 유혹




■ Premium Life - 佛 액세서리 슈즈의 자존심 ‘로저 비비에’
‘스틸레토 힐’ 50년대 첫 고안
세기의 여배우들 애용품으로
2018년이후 브랜드 파격변신
남성용 슈즈·스니커즈도 출시
‘비브 쇼크’ 플랩백 새로 해석
여성스러움·감각적 매력 결합
‘비브 스케이트’ 스니커즈는
역동성·젊은 스타일 보여줘
“내 자기 발에는 적어도 ‘로저 비비에(Roger Vivier)’”. 2019년 힙합 가수 박재범과 기린이 내놓은 노래 ‘배디스트 나이스 가이즈 (Baddest Nice Guys)’ 가사에는 로저 비비에라는 브랜드가 나온다. 성공과 돈을 자랑하는 힙합의 필수 요소인 ‘스왜그’(swag·자기 자랑 또는 허세)에서 최고의 신발을 상징하는 하나의 아이콘으로 로저 비비에가 쓰인 셈이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 1회에서 신민아가 해변에서 잃어버렸던 신발 역시 로저 비비에 제품으로 200만 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80년 전통의 프랑스 슈즈 명문가’ 로저 비비에가 트렌디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의 눈에 들며 다시 한 번 성공을 상징하는 패션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
본래 하이힐은 권력의 상징이었다. 신(神)이 있는 하늘과 자신을 동격으로 만들기 위해 귀족들은 높은 굽에 올라탔고, 높이는 곧 권력이 됐다. 배수시설이 좋지 않았던 중세 유럽에서는 길거리에 널린 오물로부터 발을 보호하기 위해 남녀노소 하이힐을 즐겨 신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하이힐은 점점 여성스러운 성품과 연결되기 시작했다. 다만 오늘날처럼 굽이 뾰족하지는 않았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기술의 발전으로 군사기술에 사용하던 기술과 재료가 신발에 대거 적용되면서 비로소 금속으로 만든 날렵한 힐이 사람의 체중을 온전하게 견딜 수 있게 돼 오늘날의 하이힐이 탄생했다.
1950년대 처음으로 패션업계에 스틸레토 힐(뒷굽이 칼처럼 가늘고 높은 여자 구두)을 고안해낸 로저 비비에는 이후 반세기 동안 ‘발을 짓는 조각가’로 불리며 프랑스를 대표하는 슈즈 디자이너로 군림했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대관식에서 로저 비비에가 만든 신발을 신고 왕좌에 올랐으며 영화배우 에바 가드너와 엘리자베스 테일러, 존 레넌과 비틀스가 애용한 브랜드이기도 했다. 1998년 무슈 로저 비비에가 세상을 떠나자 브랜드는 사람들 머릿속에서 서서히 잊어졌다.
“나이 많은 할머니나 신을 법한 고루한 신발”이라는 평까지 듣던 로저 비비에는 2003년 이탈리아 패션 그룹 토즈의 설립자인 디에고 델라 발레에 의해 인수되며 역사적인 재탄생에 성공했다. 인수 직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새로 임명된 브루노 프리소니와 샤넬 라거펠트의 뮤즈였던 모델 이네스 드 라 프레상주는 브랜드의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특유의 활기 넘치는 디자인으로 로저 비비에의 오랜 팬들을 다시 불러들였다. 슈즈·핸드백 외에도 가죽 소품, 주얼리 등으로 영역을 넓히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은 로저 비비에는 2018년 게라르도 펠로니가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되면서 다시 한 번 파격적인 변신을 시작한다. 핑크와 파스텔 등 톡톡 튀는 컬러가 쏟아졌고 브랜드를 상징하는 사각형 버클은 과감하게 커졌다. 예전 같았으면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남성용 슈즈가 출시됐고 핸드백과 스니커즈가 라인업 전면에 등장했다.
2021년 F/W컬렉션에서 로저 비비에가 새롭게 선보인 비브 쇼크 백(Viv’ Choc Bag)은 두 가지 특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플랩 백을 새롭게 해석해 선보인 비브 쇼크는 첫눈에 견고한 형태와 여성스러운 무드가 드러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부드러운 라운드 형태의 실루엣에서 감각적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로저 비비에 신발의 시그니처 버클인 비브 쇼크가 그대로 가방에 옮겨왔으며 백 중앙의 반짝이는 골드 컬러 버클 곡선은 마치 버클을 가죽 가방 위에 장식된 하나의 보석처럼 보이게 한다. 백을 디자인한 게라르도 펠로니는 “도발적인 느낌이 담긴 간결한 디자인이다. 하지만 동시에 실용적이고 다양하게 연출이 가능한 디자인”이라고 말했다.
비브 스케이트(Viv’ Skate) 스니커즈는 2019년 처음 출시된 이후 예상을 깨고 로저 비비에의 대표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로저 비비에는 비브 스케이트로 대표되는 캐주얼한 스니커즈 스타일을 통해 자신들의 헤리티지를 재해석하고 있다. 1970년대의 스케이트보드 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비브 스케이트는 역동성과 젊음 그리고 자유로운 이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슈즈의 옆면에 자리한 로저 비비에 특유의 스트라스 버클과 함께 슈즈를 감싸고 있는 러버 밴드는 새로운 시즌마다 다양한 컬러로 출시돼 스타일링에 포인트를 줄 수 있다.
이 밖에도 로저 비비에를 지금의 자리에 올려놓은 펌프스는 여전히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세대부터 나이 지긋한 할머니까지 세대를 뛰어넘어 여성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유명 연예인이 착용하는 사례가 늘며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74세의 나이로 101년의 한국 영화 역사를 새로 쓴 배우 윤여정이 올해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레드카펫에서 들고 나왔던 클러치(손가방·사진) 역시 로저 비비에의 작품이다.
다시 한 번 동시대의 유행을 선도하는 브랜드로 거듭난 로저 비비에는 최근 국내에서도 쾌속 질주를 거듭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로저 비비에가 포함된 럭셔리 브랜드 카테고리의 매출 신장률은 지난해 25.3%, 올해 10월까지 42.7% 뛰었다. 로저 비비에는 지난 8월 문을 연 대전 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에 입점하며 충청권에 처음으로 진출했다. 그간 대전 지역에서 만날 수 없었던 럭셔리 브랜드에 힘입어 명품관 매출은 당초 계획을 20% 초과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말 로저 비비에는 신세계백화점과 손잡고 캐릭터 마케팅에 나서며 한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신세계백화점은 자사 대표 캐릭터인 ‘푸빌라와 친구들’의 새 캐릭터로 고양이 ‘로저(Roger)’를 선보이며 이모티콘, 한정판 상품 등을 출시했다. 로저는 로저 비비에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게라르도 펠로니가 가장 사랑하는 동물인 고양이에 브랜드의 상징적인 색깔인 핑크를 더한 캐릭터다. 로저 비비에는 이번 협업을 기념해 로저 비비에를 대표하는 스니커즈(비브 스케이트)와 미니백(RV 나이트릴리)을 신세계 단독 상품으로 디자인해 매장에서 판매한다. 오는 14일부터 26일까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1층 더 스테이지에는 회전목마를 콘셉트로 한 로저 비비에의 팝업 스토어가 오픈한다. 로저 비비에는 지난 2019년 파리에서 공개한 ‘호텔 비비에(Hotel Vivier)’의 콘셉트를 모티브로 더 스테이지 공간을 로저 비비에만의 호텔로 통째로 변신시키며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올해 역시 핑크 커튼과 블루 카펫으로 연말 분위기를 한껏 띄우며 단독 한정판 상품과 함께 2022년 S/S 신상품을 더 스테이지에서 선보일 계획이다.
이희권 기자 leeheke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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