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피자헛 알바보다 많으면 됐지"라고?

[논픽션실화극] 급여가 짜도 너무 짠 우리 회사…경력 계산은 왜 이래?

벌써 11월이 다가오네요. 연초에 있을 연봉 협상이 다가오고 있다는 소리죠. 어떤 직장인에게는 설레는 일이고, 어떤 직장인에게는 상사와의 미팅이 예고된 스트레스처럼 느껴질 텐데요. 저는 연봉 협상만 생각하면 그냥, 이직이 절실해집니다.

저는 지난 연봉 협상 때, 인사팀 과장님과 미팅을 했어요. 말이 연봉 협상이지 사실상 '연봉 통보'였습니다.

연봉은 얼마나 올랐냐고요? 어디보자, 계산 들어갑니다.

2021년 최저 임금은 8,720원이었습니다. 209시간 기준으로 월급을 계산해보면 182만 2480원이고요. 2022년 최저 임금은 9,160원으로 올랐고, 최저 임금을 받는다고 가정했을 때 월급은 191만 4440원이라고 해요. 약 5% 오른 건데, 우리 회사 연봉 상승률은 0~2% 정도 되니까 최저 시급 상승폭보다 낮은 거네요. 그마저도 연봉이 워낙 짜다보니 몇 백씩 찔끔찔끔 오르니까 달에 몇 만 원도 안 됐어요.

이것도 오른 거라고 감사히 받아야 했을까요? 표정 관리를 해보려고 노력했는데 잘 안 됐던 것 같아요. 과장님이 이런 말을 덧붙였어요.

"이 정도면 나쁘지 않지. 피자헛 알바보다 많이 받으면 되는 거 아녜요?"

귀를 의심했어요. 제 직무에 대해 평소 어떻게 생각하고 계셨길래 그런 말씀을 하실 수 있는 걸까요? 저 뿐만 아니라 요식업에 종사하고 계시는 분들에 대한 존중이 없다고 느껴졌네요.

연봉에 대한 불만은 저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우리 회사는 고졸과 대졸, 신입과 경력 모두에게 평등하게 짭니다. 대졸 신입이라고 해서 고졸 신입보다 더 주지 않습니다. 게다가 포괄연봉이에요. 야간 근무를 해도 급여명세서에 찍히는 액수는 똑같다는 소리죠.

심지어 경력으로 입사한 동료 중 하나는 경력이 깎여서 들어왔습니다. 보통 경력은 년수로 계산하잖아요. 다른 회사에서 2018년에 입사해 2021년까지 일하고, 이직했다면 4년 차로 인정해주는 게 보통인데요. 여긴 특이하게 경력을 깎습니다. 각각 다른 회사에서 3년 8개월, 1년 6개월, 3년 11개월 경력을 쌓았으니 다 합치면 9년 1개월이잖아요. 근데 인사팀이 3+1+3년, 총 7년이라고 우겼대요. 어떻게든 경력을 낮춰서 연봉을 내리려는 거였죠.

곧 연봉 협상인데, 전혀 기대가 되질 않는군요. 지금 연봉에서 벗어나려면 이직이 답인 것 같아요. 오늘도 퇴근하고 잡플래닛이나 열심히 둘러볼랍니다.

홍유경 기자 yk.hong@company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