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팬터뷰] SSG 랜더스 오원석
외유내강의 신인
멘탈은 타고나야 한다는 말이 있다. 물론 노력과 경험이 쌓이며 단단해지는 경우도 많지만, 처음부터 타고난 자를 따라잡긴 어렵다. SSG 랜더스의 투수 오원석이 그렇다. 뛰어난 제구와 부드러운 투구폼 등 탄탄한 실력도 받쳐주지만, 그가 선발로 자리 잡을 수 있던 가장 큰 원동력은 강한 정신력에 있다. 겉모습만 보면 아직 어리고 유약한 티가 나지만, 선배들의 실책에도 담담히 다음 공을 준비하는 태도와 실점해도 흔들리지 않는 표정을 보면 감탄이 나온다. 역시 그 비결에 관한 질문이 많았는데, 어떤 물음에도 망설임 없이 대답하는 모습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냥 타고났다는 것을. (7월 26일 인터뷰)
에디터 김나현 사진 SSG 랜더스
#믿고 보는 신인
moo_yaho47 야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초등학교 2학년 때였는데, 원래는 축구를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축구부가 없었고, 마침 야구부를 모집한다는 안내문을 받게 됐어요. 그래서 테스트하고 바로 시작했습니다. 초등학생 때까지는 타자, 투수 같이했는데 중학생 때부터는 계속 투수만 했어요. (좌완투수잖아요. 원래 왼손잡이인 건가요?) 발만 오른발 쓰고 다 왼손 씁니다.
dagguim 유니폼에 오원석을 마킹한 팬이 많아졌는데, 인기를 실감하는지 궁금합니다!
마운드에서 공을 던질 때도 그렇고, 경기에 나가는 날이 아닌데도 관중석에 종종 보이더라고요. 조금은 실감하고 있습니다. 저를 응원해주시는 거니까 감사하고, 기분도 좋아요.
_spring__breeze 등번호 47번을 달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변경될 가능성이 있는지 궁금해요.
작년에는 제 등번호가 59번이었어요. 그런데 올해는 바꾸고 싶더라고요. 딱히 하고 싶은 번호가 있었던 건 아닌데, 남아있던 번호 중 47번이 제일 마음에 들어서 달았습니다. (그러면 47번을 계속 유지할 건가요?) 네. 그럴 예정이에요.
jy.marianne_yoon 구장마다 환경이 다른데, 어느 구장에서 던질 때 가장 편하나요?
구장이 작긴 하지만, 아무래도 역시 홈구장이 제일 편합니다.
geeniverse 선발 전날이나 당일 자신만의 루틴이 있나요?
원래는 없었는데 최근에 생겼어요. 선발 전날에 월풀에서 뜨거운 물이랑 차가운 물로 번갈아 가며 사우나 하는 걸 즐기고 있습니다. 당일에는 몸 풀 때 하는 고정적인 동작 빼고는 딱히 없습니다.
n_o2o2_r 전반기에 던졌던 공 중에서 이건 잘 던졌다! 기억에 남는 공이 있나요?
첫 선발승 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제구도 잘 됐고, 이닝도 오래 끌고 가서 개인적으로 만족했습니다.
n_o2o2_r 예전부터 슬라이더가 주무기였는데 올 시즌 체인지업 그립을 바꾸면서 우타자 상대로 유효하게 쓰고 있어요.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어느 쪽이 편한가요?
그래도 슬라이더가 편합니다. 체인지업은 원래 쓰던 그립으로 경기를 해보니까 잘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캐치볼 하던 중 이대진 코치님이 조언해주신 대로 위쪽으로 잡던 그립을 아래쪽을 잡는 거로 바꿔봤습니다. 다행히 잘 맞아서 그렇게 던지고 있어요.
n_o2o2_r 평소 마운드에선 덤덤하고 일희일비하지 않는 모습인데, 마지막 등판인 7월 10일 경기에서 중견수의 호수비에 펄쩍 뛰면서 가슴을 쓸어내리더라고요. 혹시 최근 실점에 대한 부담감이 커진 건지 걱정됩니다.
딱히 부담감은 없는데, 그때는 맞자마자 점수 나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최)지훈이 형이 잘 잡아줘서 저도 모르게 리액션이 나왔어요. (실점하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것처럼 보여요.) 점수를 조금 줘야 팀이 승리하는 데 유리하니까요. 위기 상황이 오더라도 그냥 최대한 실점하지 말자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b_05.04 고교 시절부터 1군 선발투수를 꿈꿔왔을 텐데, 실제로 겪어보니 어떤가요?
고등학생 때는 ‘내가 1군에 올라가면 과연 프로 선수들을 잘 막을 수 있을까?” 하고 걱정했어요. 막상 해보니 예상보다 잘 될 때도 있고, 잘 던졌다고 생각했던 것도 맞더라고요. (웃음)
#남다른 01년생
kh10_19 휴식 없이 풀타임으로 1군 뛰는 게 처음인데 몸 관리나 체력관리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요! ‘불타는 그라운드’에서 얘기했던 프로틴 말고 다른 비법이요.
잘 먹으려고 합니다. 그리고 지치지 않도록 운동도 꾸준히 하고 있어요. 휴식기에도 웨이트랑 러닝은 계속하는 중입니다.
foreverfor_57 쉬는 날에는 뭐해요?
쉬는 날에는 보통 친구들을 만나거나 집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 게임을 해요. (같이 자주 하는 멤버가 있나요?) (최)민준 형이랑 (장)지훈 형이요. (박)성한이 형이랑도 자주 해요.
km._.rng MBTI가 궁금해요!
검사는 두 번 해봤는데 한 번은 ESTP, 두 번째는 ISTP가 나왔어요. 제가 MBTI를 잘 몰라서 맞게 나온 건진사실 잘 모르겠어요. 그냥 그렇게 나오더라고요.
geeniverse 여름과 겨울 중 어떤 계절을 더 좋아해요?
둘 다 별로 안 좋아해요. 그래도 굳이 고르자면 여름 하겠습니다. (추운 것보다는 더운 게 낫나요?) 음… (고민) 아뇨. 겨울 할래요. 겨울.
kyomi12_ 발라드를 즐겨 듣는다고 했는데, 요즘 즐겨 듣는 발라드가 궁금합니다
잠시만요. 멜론 좀 확인하고 오겠습니다. (잠시 후) 이무진의 ‘비와 당신’이랑 더 넛츠의 ‘사랑의 바보’ 듣고 있습니다.
projectnanaa 최민준 vs 장지훈
네? 그거는 고르기 힘든데요? (그래도 대화를 더 많이 하는 선수가 있다면요?) 아… 진짜 이거는 못 고르겠어요.
geeniverse 낯을 많이 가렸는데 최근 구단 유튜브 보니 무장해제가 된 것 같더라고요! 친해지는 기준 같은 게 있나요?
당연히 처음이니까 낯을 가렸던 거죠. 구단 유튜브는 자주 찍다 보니까 익숙해지고 편해져서 지금은 꽤 자연스러워졌습니다.
j._.jye1203 팬서비스 잘해주시는 거로 소문이 자자한데 기억에 남는 팬이 있나요?
그거 생각나요! 유니폼에 제 이름 말고 ‘오또시(오원석 또 시민)’라고 마킹하셨던 팬분이요. (중계에도 잡혔죠?) 저도 봤어요.신기했어요. 이름 말고 별명을 마킹했다는 게. (별명은 마음에 드나요?) 네. 입에도 딱 달라붙고 좋습니다.
geeniverse 만약 지금 야구를 안 하고 있었다면 뭘 하고 있었을까요?
아무리 봐도 공부는 안 했을 것 같아요. (웃음) 운동을 좋아하니까 다른 운동을 하고 있었겠죠? 축구랑 탁구 좋아합니다. (요즘 올림픽도 챙겨보고 있나요?) 풀 경기는 보지 못하지만, 하이라이트는 챙겨봐요. 야구 평가전도 보고 있습니다.
#더 높은 곳을 향해
geeniverse 라이징 스타팀에 발탁됐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라이징 스타팀도 하나의 대표팀이라고 생각해서 좋았습니다. 취소돼서 아쉽긴 했지만, “어쩔 수 없네” 하고 넘겼습니다.
kh10_19 롤모델인 김광현 경기도 챙겨보나요?
생방송으로 챙겨보진 못하지만, 하이라이트는 꼭 보고 있습니다.
geeniverse 멘탈이 강하기로 유명한데 자기만의 멘탈 관리법이 있는지?
딱히 없어요. 그냥 생각을 많이 안 하는 편이에요.
crush_on_ws_47 야구를 하면서 가장 보람찼던 순간이 언젠가요?
역시 1차 지명을 받았을 때가 가장 좋았습니다. (예상했나요?) 아뇨. 오히려 코치님이나 주변 사람들은 마음을 비우라고 했어요. 그래서 저도 그냥 ‘될 대로 돼라’ 하고 있었어요. 그러니까 오히려 야구가 더 잘되더라고요. 지명 날은 연습게임 중이었는데 투수 코치님이 잠깐 불러서 말씀해주셨어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너무 좋아서.
geeniverse 올해 야구든 야구 외적이든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올해는 시즌 끝까지 1군에서 버티는 것이 목표입니다.
b_05.04 SSG에서 어떤 선수로 남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제가 등판하는 날에는 팬분들이 안심하고 볼 수 있는 그런 선수요. 믿음을 줄 수 있는 선발투수가 되고 싶습니다.
dugout_mz <더그아웃 매거진> 독자분들께 마지막 인사 부탁해요!
제가 아직 많이 부족한데, 응원해주시고 관심 가져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휴식기에 잘 준비해서 후반기 때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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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원석의 시작은 좀 남달랐다. 당시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1차 지명자 시구를 마친 그에게 선배들은 ‘웰컴 투 헬’이라는 강렬한 환영 인사를 남겼다. 물론 이때까지만 해도 팬들은 이 인사말이 현실이 되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2021시즌 상위권 다툼을 하던 중 순식간에 부상으로 선발진 3명이 사라졌고, 5선발 후보였던 오원석은 갑자기 2선발이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만 버텨달라는 팬들의 바람을 넘어, 그는 빼어난 투구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래서일까. 김광현 다음으로 오랜만에 나타난 어린 좌완 선발에 대한 SSG 팬들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그가 선발진에 연착륙할 수 있었던 것은 타고난 정신력만으로 해낼 수 있는 게 아니다. 데뷔 첫해 왜소한 체격으로 걱정 어린 시선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듬해 스프링 트레이닝에서 체중을 9kg이나 늘리며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이를 기반으로 더욱 발전된 제구력을 뽐냈다. 오원석의 야구는 이제 시작이다. 남다른 멘탈과 근성을 바탕으로 쑥쑥 자라날 그의 미래가 기대된다.
▲ 더그아웃 매거진 125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1년 125호(9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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