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살에 보복 학살.. 내전 1년 만에 민간인 수천명 희생 [세계는 지금]
TPLF 출신 제나위 전 대통령 21년 독재
정치·경제 안정 불구 언론 탄압·인권 유린
2016년 반정부 시위.. 연정 파트너가 집권
아비 총리 민족갈등 봉합 공로 노벨평화상
노벨상 수상 직후부터 돌변.. 독재자 행보
"TPLF가 내란 도모한다" 연방군 투입
수세 몰렸던 TPLF 수도 진격 시간문제
북부지역에서만 피란민 250만명 발생
내전 연루된 모든 진영 주민 학살 악순환
구호품 전달도 막아 40만명 기근 내몰려
양측 적개심 커 이른 시일내 종전 힘들 듯

2019년. 분쟁 종식을 이끌었던 사람은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이 나라 첫 노벨상 수상자였다.
2020년. 노벨상 수상자는 이 나라 북부 지역에 군대를 투입한다. 지역정당이 군을 공격했다는 이유다. 내전의 시작이다.
그리고 올해. 1년 남짓한 내전으로 수천명이 숨졌다. 10만명이라는 통계도 있다. 피 흘리며 죽어가는 민간인의 희생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곳’ 에티오피아는 오늘도 내전 중이다.
5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에티오피아에선 해묵은 분쟁이 끝났고, 노벨상의 영광이 찾아왔다가 곧바로 내전상태에 빠졌다. 영화라고 한다면 내용이 두서없고 종잡을 수 없는 데다 잔인하기까지 해 시선을 거둘 이야기다.

에티오피아에는 90개도 넘는 부족이 살고 있다. 하지만 인구로 따지면 오로모족과 암하라족이 전체의 60%를 차지한다. 그다음이 티그라이족인데, 3위라고는 해도 차지하는 비중은 6∼7% 정도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달리 안에선 정적 탄압과 언론 통제, 인권 유린 등 장기집권의 연관검색어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급기야 그의 사후인 2016년 반정부 시위가 발생했고, 연정 파트너였던 ODP가 집권당이 돼 당대표인 아비 아머드에게로 권력이 넘어간다.
출발은 좋았다. 아비 총리는 ODP를 중심으로 기존 연정 파트너를 통합(TPLF는 스스로 거부해 제외)해 당명을 번영당으로 바꾼 뒤 민족갈등 봉합에 나선다. 수천명의 정치범을 석방했고 억압적인 보안법을 개정했으며 이웃과의 갈등 해소에도 팔을 걷었다. 대표적인 게 에리트레아와의 종전선언이다.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는 수십년 동안 유혈 국경분쟁을 벌였는데 국경을 확정짓고 분쟁에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이 공로로 2019년 ‘100번째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지만, 직후부터 그의 태도가 표변하기 시작했다.

◆학살에 보복 학살… 기근에 내몰린 국민들
내전에 희생되는 건 결국 무고한 민간인이다. 에티오피아의 참상은 내전 1주년을 맞아 지난 3일 유엔과 에티오피아 국가인권위원회가 펴낸 보고서에 잘 드러난다. 보고서는 분쟁 당사자 모두 ‘극단적 잔악’을 보였다고 지적한다.
지난 6월 말까지의 상황을 담은 보고서에 따르면 8개월간 민간인 수천명이 숨지고 티그라이를 중심으로 한 북부지역에서 피란민 250만명이 발생했다. 민간인 사망자 통계는 집계 기관에 따라 편차가 크다. 적게는 2000여명에서 많게는 10만명으로 헤아리는데, 티그라이 전쟁 보도로 유명한 뉴스사이트 티갓이 내전 발발 첫 3개월 동안 집계한 이름이 확인된 희생자만 1124명에 이른다.

티그라이 지역은 봉쇄돼 국제사회 구호품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는데, 분쟁 당사자 모두가 원조를 가로막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티그라이에선 40만명이 기근에 내몰렸다.
유엔 등 국제기구 직원마저 납치되는 일이 잦아지자 미 대사관은 이달 초 모든 미국민에게 가능한 한 빨리 에티오피아를 떠나라고 권고했다. 아프리카의 뿔(동아프리카) 지역 미 특사인 제프리 펠트먼은 국무부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10년째 내전 중인)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10년 동안 추방한 유엔 직원보다 에티오피아 정부가 하루에 추방한 유엔 직원이 더 많다”고 강하게 규탄했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평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이날 별도의 성명에서 “에티오피아 내 에리트레아의 존재는 적대행위 중단에 장애물이 되고, 에티오피아 통합을 위협한다”며 “즉각 철수하라”고 강조했다.
프랑스 역사가 제라르 프뤼니에는 프랑스24 인터뷰에서 “미국은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지만 에티오피아에 거는 기대는 미미하다. 에티오피아가 중국이나 이란 같은 우선순위 국가가 아니기 때문”이라며 “미국은 더는 아비 총리를 신뢰하지 않으며 또 다른 동맹을 찾아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에티오피아가 꾸준한 국제사회의 관심도, 지지도, 비난도 없는 그들만의 피비린내 나는 내전의 늪에 빠져들지 모른다는 뜻이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44억원 자산가 전원주의 치매 유언장…금괴 10kg이 증명한 ‘현실 생존법’
- “나이 들어서” “통장 까자”…아이비·장근석·추성훈의 악플 ‘사이다’ 대처법
- 32억원 건물 팔고 월세 1300만 택했다…가수 소유, 집 안 사는 ‘영리한 계산법’
- “누를 끼치고 싶지 않다”…암 투병 숨긴 채 끝까지 현장 지킨 김지영·허참·김영애
- 2000만원 연봉이 40억원 매출로…전현무가 축의금 ‘1억원’ 뿌린 진짜 이유
- 철심 7개·장애 4급…‘슈주’ 김희철, 웃음 뒤 삼킨 ‘시한부’ 가수 수명
- 육사 수석·서울대 엘리트서 ‘60.83점’ 합격생으로…서경석, 오만의 성채가 허물어진 자리
- 임영웅 1억 거절·홍지윤 일당 3000만원, 그들이 직접 쓴 ‘이름 가격표’
- 30억 빚 → 600억 매출…허경환은 ‘아버지 SUV’ 먼저 사러 갔다
-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고소영·남규리·홍진희, 멍들게 한 헛소문의 실체